미군, 러 접경 발트3국에 집중…구축함도 늘려 유럽 내 전력 증강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해 손에 쥔 카드는 크게 3개다. 유럽 내 미군 전력 증강, 스웨덴과 핀란드 등 중립국의 나토 합류 확정, 나토의 ‘전략 개념’에 중국의 위협 첫 명시 등이 그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응징하고, 떠오르는 경쟁 국가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유럽의 달라진 안보 환경에 대응하고 집단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전력태세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미 육군의 유럽 지역 작전을 관할하는 제5군단 사령부를 폴란드에 설치하고, 영국에 F-35 스텔스 전투기 2개 대대를 추가 배치하고, 스페인 로타 해군기지에 기항하는 해군 구축함을 4척에서 6척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증원되는 미군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발트 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이나 발칸반도 등 나토의 동쪽 국가들에 주로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에 배치된 미군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8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증강됐는데 전력을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나토 역시 현재 4만 명 규모의 신속대응군을 30만 명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천명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동맹국들이 러시아를 우리 안보에 있어 가장 크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여긴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립국으로 분류됐던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도 튀르키예(터키)의 반대 장벽을 넘어섰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에서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지지를 확인한다”는 양해각서에 28일 튀르키예, 스웨덴, 핀란드 3국 정상이 서명했다. 이에 따라 29일 시작된 나토 정상회의에서 두 나라의 나토 정식 가입 절차 개시도 결정됐다.
1949년 출범한 나토에 70여 년간 가입하지 않고 구소련과 서방 사이에서 중립을 지켰던 스웨덴과 핀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안보 우려가 커지자 지난달 18일 나토 가입 신청서를 냈다. 가입을 위해서는 30개 나토 회원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데 튀르키예의 반대에 부딪혔다. 두 나라가 튀르키예 골칫거리인 쿠르드족을 지원했다는 해묵은 앙금 때문이었다.
결국 서방의 중재 속에 28일 합의안을 마련하며 돌파구를 찾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가졌다. 튀르키예가 원하는 F-16 전투기 현대화 등 협력 방안이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한 나토의 새 전략 개념도 정리됐다. 나토는 2010년 채택했던 전략 개념을 12년 만에 새로 설정하는 과정에서 러시아를 ‘전략 파트너’ 대신 “우리의 안보에 가장 중대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규정했다. 또 중국의 경우 “우리 이익·안보·가치에 도전이 된다”며 “국제사회의 규칙기반 질서를 훼손하려 한다”고 명시했다. 나토가 중국 위협을 정상회의 코뮈니케에 명시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 설리번 보좌관도 “중국이 제기하는 다면적인 도전에 대해 분명한 방식으로 직접 언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 개념을 바꾸는 만큼 관련 전략을 수행할 나토 재원 마련 방안도 함께 논의된다.
특히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4개국(AP4)의 나토 정상회의 참여를 통해 나토와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을 아우르는 ‘범유라시아’ 중ㆍ러 포위망 구축도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