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가상대결서 지지율 첫 역전,“1·6 폭동 선동 의혹 트럼프 더 선호”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 국가 정상들의 리더십이 ‘에너지 리스크’ 충격파로 휘청이고 있다. 파동의 진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촉발한 연료비 급등이다. 석유와 가스 등 서민 물가에 직결되는 연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현지 여론이 집권 세력으로부터 등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에너지 리스크가 각국 정권의 명운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연료비 상승이 이끄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18일 야후뉴스와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가 공동으로 미국 성인 15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늘 대선이 치러진다면 바이든 대통령을 뽑겠다’는 응답은 42%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는 답(44%)보다 낮았다. 야후뉴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뒤진 것은 이번 조사가 처음”이라고 전했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뽑은 유권자 가운데 40%가 ‘다음 대선에 바이든 대통령은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을 정도로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6%는 바이든 정부의 국정 운영에 부정 평가를 내렸으며 긍정 평가는 39%에 불과했다. 야후뉴스는 “미 의회에서 진행 중인 청문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 국회의사당 폭동’을 선동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상당히 놀랍다”고 평가했다. 특히 응답자 40%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도를 끌어내린 인플레이션이 다음 선거의 최대 현안이라고 꼽은 점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에 뼈아픈 대목이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에서도 리더십 불안이 커지는 모양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르네상스당을 포함한 ‘앙상블’ 연정은 의회 장악력이 확연하게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총선 2차 투표에 앞서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7일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 앙상블 연정은 255석에서 최대 305석을 얻으며 다수당 자리를 지킬 것이 확실시되지만 의석 수가 이전의 350석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 마크롱 대통령의 향후 국정 운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6달러대로 뛰어오르는 등 연료비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며 전기요금이 덩달아 뛰었다. 프랑스의 전력 도매가격은 5월 ㎿h당 197.46유로로 1년 전의 55.26유로 대비 3.5배 이상 급등했다. 마크롱 정부는 앞서 2018년에도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촉발된 반정부 소요 사태인 ‘노란 조끼’ 시위로 위기를 겪은 바 있다. 프랑스 정부가 최근 280억 달러 규모의 재정을 풀어 서민 연료비 보조에 급하게 나선 것도 이런 트라우마가 배경이다.
올 10월 ‘민심의 이정표’로 꼽히는 니더작센 주의회 선거를 앞둔 독일도 에너지 가격발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할 경우 여권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년 6월 총선이 치러지는 이탈리아 역시 마찬가지다.
각국 정부들은 에너지 가격을 진정시키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있지만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이 속속 중단되고 미국마저 자국 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연료 수출 중단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가운데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브뤼겔에 따르면 프랑스·독일이 에너지 가격 상승 대책에 투입하는 재정은 자국 경제 규모의 1%를 넘는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2%, 그리스의 경우 그 비중은 3%를 넘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