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워홀의 깡통’뚫은 랍스터… 명작에 입힌 발칙한 상상

미국뉴스 | 라이프·푸드 | 2022-06-10 14:38:21

영국 팝아트, 필립 콜버트 개인전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내가 랍스터가 됐을 때 비로소 나는 작가가 됐습니다.”

괴짜 같은 소리지만 영국 출신의 팝아트 작가 필립 콜버트(43)의 이 말은 진실한 고백이다.“갑옷 같은 붉은 옷을 입은 채 물속과 물 밖을 넘나들며 사는 외계인 같은 존재 랍스터”를 자신의 분신으로 택해, 랍스터 캐릭터 하나로 세계적 스타 작가가 된 그의 세 번째 국내 개인전이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내 더페이지갤러리에서 한창이다.

 

영국 팝아트… 필립 콜버트 개인전

달리 그림서 예술적 자아와 만나

바스키아·피카소 작품 등 재해석

 

전시의 시작과 끝은 오로지 랍스터다. 입구에 천연덕스럽게 ‘랍스터마트’라 적힌 간판을 내걸었다. 앤디 워홀이 대량생산의 공산품을 예술 작품으로 끌어들인 상징적 소재인 ‘캠벨수프’ 통을 뚫고 나온 유쾌한 랍스터가 있는가 하면, 구사마 야요이의 ‘땡땡이’ 무늬 같은 바나나 껍질을 뒤집어 쓴 랍스터가 관객을 응시한다. 남성용 소변기를 전시장에 가져다 놓고는 ‘예술’이라 선언했던 마르셀 뒤샹의 변기를 머리에 쓴 랍스터도 만날 수 있다. 

파란색 양복을 입은 분홍빛 랍스터는 장난기 지운 심각한 얼굴로 해골 위에 앉아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방한한 작가는 이 작품을 가리키며 “17세기 네덜란드 등지에서 유행한 고전 정물화이자 바니타스(삶의 덧없음) 회화의 주요 소재인 해골, 그리고 책과 깃털 펜 위에 앉아 그 시대와 교감하는 나 자신”이라며 “금속 소재지만 플라스틱처럼 보이게 제작해 21세기의 소비문화와 생산방식에 대한 고민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콜버트 작품의 매력은 풍부한 미술사적 지식을 빌려온 재치 있는 진지함에서 찾을 수 있다. 랍스터가 미술의 주요 소재로 등장한 게 바로 17세기 서양 정물화부터였으니, 해골 위 랍스터를 “바로 나”라고 한 것은 뼈 있는 한마디다. 그는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바닷가재 전화기’를 본 후 2009년부터 랍스터를 소재로 작업하기 시작했다. 전화의 수화기 자리에 바닷가재가 올려져 있는 작품이었는데, 으레 있어야 할 자리에 뜻밖의 물건이 놓여 있는 충격이 또 다른 ‘예술적 감흥’이 된다는 지점을 포착했다.

고전 명화를 차용해 랍스터를 주인공으로 바꿔놓는 ‘헌트(Hunt)’ 시리즈가 그의 대표작이다. 예를 들어 고전주의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가 프랑스의 급진적 혁명가 장 폴 마라가 목욕탕에서 암살당한 장면을 그린 ‘마라의 죽음’은 반신욕 하는 랍스터로 재해석됐다. 숨진 마라의 손에는 편지가 쥐어 있었지만 분홍 랍스터는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 작품 제목은 ‘마라의 죽음 그리고 랍스터의 탄생’

작품 안에서 예술사의 거장을 찾아내는 것이 콜버트의 그림을 즐기는 방법이다. 장미셸 바스키아의 상징 같은 ‘왕관’을 쓴 랍스터가 동물들과 싸우는 작품에서는 바스키아, 파블로 피카소, 루치안 프로이트의 인물화 패러디를 만날 수 있다. 이 같은 전투 장면에 대해 작가는 “거장들과 함께 싸워가며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은 인간 본성의 정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술적 자아인 랍스터가 사는 세계를 ‘랍스터랜드’라 명명하고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해 자신만의 메타버스 세상을 구현했다. 지난해에는 ‘랍스타(Lobstar)’라는 이름의 7777개 한정판 대체불가토큰(NFT)을 발매했다. 유머러스하고 실험적인 작가지만 결코 경박하지 않다. 철학 전공자로 프리드리히 니체의 ‘비극의 탄생’을 그림 곳곳에 숨겨두기도 하는 그는 “명작을 인용하는 것은 예술적 자아를 확인하는 과정이자 리사이클(재활용)의 의미도 있다”면서 “가재는 갑옷을 입고 있지만, 예술의 옷을 한 겹 더 입음으로써 뜻밖의 영감을 얻고 정체성의 힘을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 10일까지다.

<글·사진=조상인 미술전문기자>

더페이지갤러리에서 7월 10일까지 열리는 필립 콜버트의 개인전‘드림 오브 더 랍스타 플래닛’ 전시 전경.             <조상인 기자>
더페이지갤러리에서 7월 10일까지 열리는 필립 콜버트의 개인전‘드림 오브 더 랍스타 플래닛’ 전시 전경. <조상인 기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FDA, 비만치료제 '위고비' 고용량 버전 승인…내달 미국서 출시
FDA, 비만치료제 '위고비' 고용량 버전 승인…내달 미국서 출시

비만 치료제 '위고비'[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고용량 버전이 미 의약 당국의 승인을 거쳐 내달 출시될 예정이다.로이터 통신은 19일 식품

낙태약 복용 조지아 여성 살인 혐의 기소
낙태약 복용 조지아 여성 살인 혐의 기소

태아 심장박동법 적용 첫 사례 불법 낙태를 유도하기 위해 약물을 복용한 31세 조지아 여성이 경찰에 의해 살인 혐의로 기소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만약 주 검찰이 지역 경찰이

주말 애틀랜타 '청소년 난동' 집회, 강력 경고
주말 애틀랜타 '청소년 난동' 집회, 강력 경고

무관용 원칙 강력 단속 예고학부모 자녀 소재 철저 감시 애틀랜타 경찰과 시 당국은 19 긴급 회동을 갖고, 이번 주말 예고된 청소년들의 대규모 난동인 이른바 '틴 테이크오버(tee

117년만의 기록적 폭염, 일요일 86도 예보
117년만의 기록적 폭염, 일요일 86도 예보

1907년 87도 기록에 근접할 전망 이번 주 초 몰아쳤던 강력한 폭풍우와 갑작스러운 겨울철 추위가 물러가고, 애틀랜타를 포함한 조지아 북부 지역에 기록적인 기온 상승을 동반한 봄

라즈웰 주민 '식수주의보', 끓여 마셔야
라즈웰 주민 '식수주의보', 끓여 마셔야

수도관 파열로 주의보 발령 조지아주 라즈웰 일부 지역에 상수도관 파열 사고가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건강과 직결된 '물 끓여 마시기 주의보(Boil Water Advisory)'가 전

래펜스퍼거 주지사 후보, 한인사회 후원회 개최
래펜스퍼거 주지사 후보, 한인사회 후원회 개최

한인사회 지도자들 정책 건의 조지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의 브래드 래펜스퍼거 현 조지아 주무장관 후보를 위한 한인사회 후원 및 정책 간담회가 19일 오후 6시 30분, 둘루

13세 한인 김모아 양, 마스터스 무대 밟는다
13세 한인 김모아 양, 마스터스 무대 밟는다

지역대회 압도적 기량으로 1위드라이브, 칩 & 퍼트 결선 진출 조지아주 둘루스에 거주하는 13세 한인 소녀 골퍼가 오는 4월 초 마스터스 주간에 '꿈의 무대'로 불리는 어거

조용하던 주 대법관 선거…올해엔 긴장감 고조
조용하던 주 대법관 선거…올해엔 긴장감 고조

현직 두 대법관에 강력 도전자 정치∙이념적 대립 구도 양상도 그 동안 조용하게 치러지던 조지아 대법관 선거가 올해는 이례적인 경쟁구도로 변하면서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AJC가

조지아 개스세 면제
조지아 개스세 면제

‘만성적자’ 우정국, 우편배송일 축소 검토
‘만성적자’ 우정국, 우편배송일 축소 검토

우표값도 또 인상할 듯78센트서 90~95센트로의회에 150억불 지원 요청 만성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연방 우정국이 우표값을 다시 인상하고 배달일을 축소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