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원대 원화 환율 희비 교차
급증하는 원·달러 환율로 한인사회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 부모님으로부터 등록금과 용돈을 받는 유학생들과 한국 돈으로 월급을 받는 주재원들은 울상인 반면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용돈을 부치는 미주 한인들은 평소보다 넉넉한 금액을 드릴 수 있어 마음의 부담을 덜었다.
원·달러 환율이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262.6원에 마감됐다. 지난해 동기간 환율이 1,100원대였던 사실을 고려하면 올 초부터 이어진 환율 급등이 여전히 한인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 급등은 한국에서 학자금과 생활비를 송금 받고 있는 유학생들에겐 직격탄이나 마찬가지다. USC에서 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최모씨는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환율 시세를 들여다본다고 했다.
최씨는 “한국에서 부모님이 매달 생활비 3,000달러를 송금해 주는데 환율이 급등하면서 지난해 보다 50만원 이상이 더 들어 부모님에게 죄송하다”며 “인플레이션까지 겹쳐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막막한 기분에 사로잡힌다”고 토로했다.
LA에 주재하는 지상사나 지방자치단체 사무소 직원들도 운영 경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환율 기준으로 짜인 예산이다 보니 환율 급등으로 예산이 삭감되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당장 한국 여행에 나서는 한인들은 원·달러 환율 급등세의 최대 수혜자다. 달러 강세로 원화로 환전하면 예전에 비해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는 소위 ‘환율 약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인 박모씨는 “한국에서 미국 크레딧카드를 결제했고 달러 강세로 식사비와 선물 구입비 등 모든 구입 금액이 이전보다 훨씬 싸졌다는 것을 느꼈다”며 “항공료가 많이 올라 부담이 됐는데 강달러 효과로 체류 경비는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달러를 한국으로 송금하는 한인들도 고환율의 혜택을 톡톡히 볼 수 있다.
달러가 강세일 때 한국에 방문할 계획이 있는 한인 주민들은 달러를 환전해서 사용할 경우 더욱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는 체이스 사파이어와 같이 당일 기준 환율이 적용되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한국에서 미국 카드를 사용할 때 원화 가격과 달러 가격을 선택할 때 ‘원화 가격’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한국에서 식품, 의류, 원단, 서적, 문구류, 잡화 등을 들여 오는 한인 수입업체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지불해야 하는 가격 부담이 줄어들어 구매력이 늘어나는 혜택을 볼 수 있어 내심 고환율을 반기는 눈치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물류대란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워낙 수입제품의 가격이 오른 상태여서 한인 주민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제품의 가격이 낮아졌다고 체감하지 못하는 상태다.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