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보고서 “준비자산 가격 하락시 스테이블코인 신뢰 훼손될수도”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 폭락 사태 이후 가상화폐 업계는 UST와 같은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과 달리 '전통' 스테이블 코인은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통 스테이블 코인은 미 달러화와 같은 법정 화폐 등의 자산으로 그 가치를 담보하고 있어 그런 담보 없이 알고리즘만으로 그 가치를 유지하려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과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통 스테이블 코인 역시도 그 가치를 상실한 위험이 있기는 마찬가지이고 대량 인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미국 행정부에서 이미 나온 상태다.
21일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통령 산하 금융시장 실무그룹은 스테이블 코인이 금융시장에 미칠 위험성을 평가하고 그 대안을 권고한 '스테이블 코인 보고서'를 지난해 11월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테더와 같이 가치를 법정 화폐에 고정한 '지급결제용' 스테이블 코인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에 따르면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에 대한 신뢰는 그 상환 가능성에 기반한다. 즉,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해당 코인이 언제든지 일정한 가치의 법정 화폐로, 예컨대 1테더는 1달러로 교환된다는 믿음이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는 이를 위해 준비금을 마련해두고 있지만, 이에 대한 마땅한 기준이 없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준비 자산을 어떤 식으로 구성해야 하는지, 준비 자산에 대한 정보 공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업계 표준이 없다는 의미다.
테더의 경우 모든 이용자가 인출을 결정하더라도 1테더당 1달러씩 전부 지급하기에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확인 결과 현금 외에 기업어음(CP), 미국 국채 등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이런 준비 자산의 가격이 내려가거나 유동성이 떨어질 경우, 준비자산을 적절하게 보호하지 못할 경우, 코인 보유자의 상환권에 대한 명확성이 부족할 경우 스테이블 코인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중 스테이블 코인의 상환 권리는 코인마다 편차가 적지 않았다. 발행자가 고객의 상환 요구를 7일간 지연하거나 수시로 상환 요구권을 정지할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
또 상환할 수 있는 코인의 수량에 제한을 두는 사례도 있었다. 이런 사례 중 최소 상환 요구량이 통상적인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양보다 훨씬 커 사실상 상환 요구를 불가능하게 한 경우도 있었다.
보고서는 스테이블 코인이 기대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순한 전망만으로도 해당 코인의 대량인출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스테이블 코인 보유자들이 불안감에 상환을 요구하면 발행자는 준비자산을 헐값에 내다 팔 수밖에 없으며, 이러면 더 불안해진 투자자들은 더욱더 상환을 요구해 준비자산의 투매가 심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루나와 UST 폭락 사태 당시에도 이와 유사하게 스테이블 코인인 UST와 이 코인의 가치를 뒷받침해 주는 루나의 가격이 동반하는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 현상이 벌어졌다.
테더도 그 여파로 지난 12일 한때 가격이 1달러 밑으로 떨어져 대량 인출사태가 발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때부터 18일까지 상환된 규모가 85억달러(약 10조8천억원)에 달했다.
보고서는 이런 대량인출 사태가 다른 스테이블 코인이나 아예 다른 금융기관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스테이블 코인이 금융시장에 야기할 수 있는 리스크를 예방하려면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보호를 받는 예금 취급 금융기관과 같이 간주해 자본과 유동성 규제를 따르게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대통령 산하 금융시장 실무그룹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인 1988년 만들어진 협의체로, 재무장관과 연방준비제도(Fed)·증권거래위원회(SEC)·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수장들로 구성됐다. 이번 스테이블 코인 보고서 작성엔 통화감독청(OCC)과 FDIC의 수장도 참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