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움증은 정말 참기 어려워 계속 피부를 긁게 된다. 이 때문에 조직이 손상되면서 피부 염증이 다시 악화하는‘가려움증-긁기 악순환(itch-scratch vicious cycle)’이 발생할 수 있다. 피부발진과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아토피피부염은 가장 흔한 피부 질환의 하나다. 어린이 5명 중 1명은 일정 기간 아토피피부염 증상을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보통 10~20%의 유병률을 보인다는 얘기다.
아토피피부염 환자 중 절반은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아토피피부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98만9,750명으로 이 중 0~9세가 32%, 10~19세가 16.2%를 차지했다.
대표적인 증상은 피부발진과 가려움증이다. 우유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가려움증 발생 이유는 주로 알레르겐 같은 외부 자극이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건조하고 손상된 피부 장벽을 투과해 피부에 도달하면 알레르기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만들어진 히스타민을 비롯한 여러 매개체가 가려움증을 일으킨다” 했다.
우 교수는 “피부발진이나 가려움증은 스트레스, 수면 질 저하, 외모 콤플렉스 등으로 이어져 결국 신체ㆍ정신ㆍ경제적 부담을 초래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아토피피부염은 가족력, 유전적 요인을 모두 가진 질환이다. 실제 대부분의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 특정 유전자인 ‘필라그린(filaggrin)의 기능 소실 돌연변이’ 등이 관찰된다.
또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70~80%에서 가족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 환경적 요인, 면역학적 이상, 피부 장벽 기능 이상 등이 원인일 수 있다. 이처럼 아토피피부염은 한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하기보다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한다.
아토피피부염은 온몸에서 관찰될 수 있지만, 나이에 따라 습진 모양이나 발생하는 부위는 다르게 나타난다. 2세 미만 유아는 생후 2~3개월 이후 양 볼에 가려움을 동반한 홍반, 즉 양 볼이 약한 빨간 증상이 가장 흔하다.
전에는 이를 ‘태열’이라고 하기도 했다. 이런 양상이 유아 아토피피부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유아기에는 머리나 팔다리의 접힘 부위가 아닌 펴는 부위에 피부 발진이 주로 관찰된다.
반면 2~10세 소아기에는 팔꿈치 안쪽이나 무릎 뒤의 접힘 부위(오금)에 주로 가려움증을 동반한 피부발진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엉덩이, 눈꺼풀, 귀 주위 틈새, 입술, 목 등에도 홍반이나 심하면 진물, 딱지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청소년기가 되면 여자는 유두 부위 습진을 주로 호소하고, 성인기로 갈수록 소아기와 비슷한 팔다리 접힘 부위에 아토피성 발진이 유지되며 점차 다시 얼굴, 목 쪽에 홍반성 피부염이 발생하는 특징을 보인다.
우유리 교수는 “아토피피부염 진단은 전문의의 정확한 임상 관찰과 문진에 의해 주로 이뤄진다”며 “아토피피부염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므로 아직까지 확진할 수 있는 단일 검사는 없지만 여러 가지 검사가 아토피피부염의 정확한 진단 및 치료와 예후 평가에 도움된다”고 했다.
검사는 △총 혈청 면역글로불린 E 검사 △혈청 내 특이 면역글로불린 E 검사 △피부 단자 검사 △음식물 알레르기 검사 △혈액 내 호산구 검사 △피부 조직검 사 등이 있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피부 장벽이 약하므로 평소 생활 습관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목욕은 5~10분 이내로 짧게 마치는 것이 좋다. 땀이 많이 나는 계절인 여름철이나 더러운 환경에 노출되면 하루에 한 번 이상의 목욕을 추천한다.
때를 밀면 피부 장벽이 오히려 더 손상된다. 또 목욕 후 3분 이내 피부 손상이 되지 않도록 곧바로 보습제를 바르는 것이 아토피피부염 관리에 도움이 된다.
반려동물 털이나 비듬 등은 피부에 자극을 주는 항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전에는 동물 털 등의 알레르기가 생기기도 한다.
이때는 동물 털에 대한 노출을 피해야 한다. 어린이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일부 음식물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다. 가공식품이 아니더라고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고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지속된다면 음식물 알레르기 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가공식품은 현실적으로 첨가된 여러 합성 화합물에 대한 모든 알레르기 검사가 어렵다. 가공식품은 대개 분자량이 굉장히 적고 여러 가지 화학성분이 복합적으로 포함돼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심하면 가공식품 섭취를 줄여야 한다.
집먼지진드기 노출도 최소화해야 한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집먼지진드기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률이 높다. 집먼지진드기는 실내 온도 25도, 습도 75%에서 잘 자라고 카펫이나 천으로 된 소파, 커튼 등에 많다.
우유리 교수는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실내 온도 20~23도, 습도 40~50% 등 집먼지진드기가 잘 자라지 못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도움될 수 있다”고 했다.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는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약리 작용 등을 통해 피부 내 염증을 조절하고 피부 장벽을 강화해 아토피피부염 악화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모든 아토피피부염 환자에게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증상 중증도에 따라 치료가 달라진다. 경증은 보습제만 잘 발라줘도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바르는 약물 치료제인 국소스테로이드제나 국소 칼시뉴린 억제제도 효과가 높은 편이다.
우유리 교수는 “국소스테로이드제는 부작용 등으로 사용을 꺼리는 환자가 있지만 이 약물은 항염증 반응, 혈관 수축, 면역 억제 작용, 증식 억제 작용 등을 통해 아토피피부염 증상을 조절하는 중요한 약”이라며 “전문의와 상담해 적정 용량을 사용하면 부작용을 줄이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