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용종, 염증성 장 질환, 나쁜 생활 습관, 가족력
대장암은 국내서 발생 4위 암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지난해 말 발표한‘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대장암은 갑상선암, 폐암, 위암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이 발생했다. 대장암은 또한 암 사망 원인 3위 질환이기도 하다. 2019년 대장암 사망률은 17.5명(10만 명당 사망자 수)이었다. 이는 10년 전인 2009년 대장암 사망률 14.3명보다 22.1% 증가한 수치로, 국내 대표 암인 위암의 사망률을 제쳤다. 이렇듯 생명을 위협하는 대장암은 발병 주원인으로 대장 용종, 염증성 장 질환(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대장암 가족력, 나쁜 생활 습관 등 4가지가 꼽힌다.
◇염증성 장 질환ㆍ대장 용종이 주원인
대장암도 다른 암처럼 원인이 다양하지만 특히 조심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첫째, 대장 내부 점막 표면에 돌출된 융기물인 ‘대장 용종(大腸 茸腫ㆍcolon polyp)’이 있을 때다.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자주 발견되는 대장 용종은 장 점막 증식으로 생긴 일종의 혹인데 대장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장 용종을 ‘대장암 씨앗’으로 부른다.
둘째,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같은 염증성 장 질환을 앓고 있을 경우다. 염증성 장 질환을 앓고 있다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고 발병 연령도 보통 대장암 환자보다 이르다.
셋째, 나쁜 생활 습관도 대장암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특히 식습관이 매우 중요한데, 여러 음식 중에서도 햄ㆍ소시지ㆍ베이컨 등 가공육은 대장암 발병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많다. 흡연ㆍ음주ㆍ비만 등도 논란은 있지만 대장암 발병 위험 인자로 꼽힌다.
넷째, 가족 가운데 대장암에 걸린 사람이 있는 가족력이다. 대장암 가운데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과 유전성 비용종성 대장암은 전체 인구에서 발생 확률은 낮지만 젊은 나이에 많이 발생하고, 유전성 종양 중에서는 많이 발생하기에 대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용종만 제거해도 대장암 70~90% 줄어
대장에 발생한 용종을 제거해도 대장암 발생과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대장 내부 점막 표면에 돌출된 융기물인 ‘대장 용종(大腸 茸腫ㆍcolon polyp)’은 ‘대장암 씨앗’으로 불릴 정도로 대장암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용종은 암으로 악화할 수 있는 종양성 용종과 암과 관련 없는 비종양성 용종으로 나뉜다. 종양성 용종은 대부분 대장암 전(前) 단계인 ‘선종(腺腫ㆍadenoma)’이다. 선종은 5~10년이 지나면 대부분 대장암으로 악화하기에 대장 내시경 검사로 조기 발견해 제거해야 한다.
선종 크기가 클수록 암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1㎝ 이하로 작은 선종은 암 가능성이 2.5% 이하다. 1~2㎝ 선종은 10% 미만, 2㎝ 이상인 선종은 20~40%로 보고되고 있다. 선종 크기가 2㎝가 넘으면 암으로 악화될 위험이 매우 높아져 반드시 잘라내야 한다.
크기가 큰 선종성 용종도 암으로 악화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제거해야 한다. 이성준 강원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장 용종을 제거하면 대장암 발생률은 70~90%, 사망률은 50%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대장 내시경 검사는 일반적으로 5년 간격으로 받도록 권고된다. 특히 대장암 가족력이나 대장 용종 과거력이 있으면 더 짧은 2~3년 주기로 검사해야 한다.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수검자의 30~40%에게서 용종이 발견된다.
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장 내시경 검사로 크기가 1㎝ 이하인 작은 용종 1~2개 제거했다면 5년 후 추적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선종을 3개 이상 제거했거나, 선종 크기가 1㎝ 이상이거나, 고위험성 선종을 절제했다면 3년 뒤 추가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적색육ㆍ가공육 피하고 식이섬유 충분히
대장 용종과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칼로리 섭취량 중 지방 비율을 30% 이하로 줄이고 △식이섬유를 하루 20~30g 이상 섭취하며 △붉은색 육류·가공육은 피하고 △발효 유제품을 충분히 마시며 △물을 하루 1.5L 이상 마시고 △패스트푸드ㆍ인스턴트ㆍ조미료ㆍ훈제 식품은 되도록 피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음주ㆍ흡연을 피하고 △50세 이후 5년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비타민D를 적절히 섭취하면 50세가 되기 전에 발생하는 대장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다나-파버 암연구소 연구팀이 25~42세 9만4,20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미국소화기학회지 ‘소화기학’)다. 매일 비타민D를 300IU 이상 섭취한 사람은 50세 이전에 대장암 발병 위험이 50% 낮아졌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