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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 '면역 기억'의 그림자, 염증이 더 심한 염증 부른다

미국뉴스 | 사회 | 2022-04-28 10:05:20

선천 면역 기억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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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세포에 후성유전 변화→ 유전자 발현, '염증 유발' 패턴 전환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 저널 '셀'에 논문

 

선천 면역계의 주 공격수인 NK세포NK세포는 암세포, 감염 세포 등을 제거하는 선천 면역계의 주 공격수다. NK세포는 또 인터페론-감마를 분비해 전이암 세포가 동면에서 깨지 못하게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스위스 바젤대 연구진, 2021년 6월 저널 '네이처' 논문 참고.[미국 NIAID(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사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선천 면역계의 주 공격수인 NK세포NK세포는 암세포, 감염 세포 등을 제거하는 선천 면역계의 주 공격수다. NK세포는 또 인터페론-감마를 분비해 전이암 세포가 동면에서 깨지 못하게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스위스 바젤대 연구진, 2021년 6월 저널 '네이처' 논문 참고.[미국 NIAID(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사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면역계는 과거에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같은 병원체와 만났던 걸 기억한다.

적응 면역계에서 주로 확인된 이런 '면역 기억'(immune memory)은 큰 자산이다.

동종 병원체가 다시 침입했을 때 면역 기억이 작동해야 신속하게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만성 염증 같은 내부 요인이 면역 기억을 자극하면 오히려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공산이 크다.

 

과민 면역 반응으로 자기 세포가 공격받는 자가면역질환이 대표적인 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선천 면역계의 면역 기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몰랐다.

그런데 선천 면역 기억이 염증을 촉발하면 다른 유형의 염증이 훨씬 더 심해진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선천 면역 기억은 골수의 면역세포 전구체(immune cell precursor)에 후성 유전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생쥐 모델 실험에서 잇몸 염증과 관절염 사이에 이런 메커니즘이 작용한다는 걸 입증했다.

잇몸 염증이 있는 생쥐의 골수를 건강한 생쥐에게 이식하면 더 심한 관절염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메커니즘은 다양한 '동반 질병'(comorbidity)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동반 질병'은 병리학적으로 관련이 없는 두 가지 만성 질환을 동시에 앓는 상태를 말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치대(School of Dental Medicine)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7일(현지 시각) 저널 '셀'(Cell)에 논문으로 실렸다.

 

잇몸 염증과 관절염잇몸 염증이 있는 사람은 관절염 등 다른 유형의 염증 질환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골수의 면역세포 전구체에 후성 유전적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치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대학의 게오르게 하이스헹갈리스 분자 세포 생물학 교수는 독일 드레스덴 공대의 트리안타퓔로스 하파키스 교수와 손잡고 선천 면역 기억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해 왔다. 두 교수는 이번 논문의 교신저자도 함께 맡았다.

두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전의 연구를 통해 선천 면역계(innate immune system)의 면역 기억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호중구(백혈구의 일종), 대식세포 등의 골수세포(myeloid cell)가, 적응 면역계(adaptive immune system)의 T세포나 B세포와 같이 면역 기억 작동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걸 이미 확인했다.

또 골수에서 형성된 선천 면역 기억이 골수 이식을 통해 다른 사람한테 전달될 수 있고, 이렇게 유도된 선천 면역 반응을 이식 수혜자의 암 치료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훈련된 면역 반응은 해롭게 작용할 수도 있었다.

지난해엔 선천 면역 기억의 '부정적 측면'을 하나의 가설로 정리해 저널 '네이처 리뷰 면역학'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하이스헹갈리스 교수는 "잇몸 질환인 치주염은 심혈관계 질환 같은 '동반 질병'의 위험을 높일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라면서 "예를 들어 장염 환자 중에는 치주염을 앓는 사람이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런 양방향성이 어떻게 생기는지 설명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처음 확인됐다.

예상대로 해답은 골수에 있었다.

생쥐에게 치주염이 생기게 조작한 뒤 한 주가 지나자 골수에서 골수세포와 그 전구체 세포가 급증했다.

치주염을 치료하고 몇 주 뒤에 검사했을 땐 이들 세포의 외양이나 행동에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중요한 후성 유전적 변화가 생기면서 이들 세포가 치주염에 노출됐던 걸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DNA 염기서열엔 변화가 없지만, 유전자가 켜지고 커지는 것에 영향을 미치는 분자 지표가 달라진 것이었다.

염증이 촉발한 후성유전 변화의 전체 패턴은 지금까지 알려진 염증 반응의 특징과 비슷했다.

실제로 치주염에 걸렸던 생쥐는 추후 면역계가 가동될 때 훨씬 더 가혹하게 반응했다.

이는 치주염 노출을 겪은 '훈련된 면역'(trained immunity)이 작용한다는 증거였다.

 

이 메커니즘은 생쥐 모델의 골수 이식 실험에서 재차 확인됐다.

골수를 제거한 생쥐에게 각각 치주염 생쥐와 건강한 생쥐의 골수 줄기세포를 이식하고 몇 개월이 지난 뒤 관절염을 일으키는 콜라겐 항체에 노출했다.

그랬더니 치주염 생쥐의 골수 줄기세포를 받은 생쥐에게 훨씬 더 심한 관절염이 생겼다.

이는 치주염을 통해 면역 훈련을 받은 골수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염증성 세포가 작용한 결과였다.

이런 유형의 염증 기억이 형성되는 덴 IL-1(인터류킨-1) 수용체가 제어하는 신호 경로가 핵심 역할을 했다.

이 신호 경로가 없으면 '동반 질병'에 취약하게 만드는 면역 기억도 생기지 않았다.

IL-1 수용체 신호 경로가 중요한 치료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이스헹갈리스 교수는 "치주염과 관절염뿐 아니라 다른 유형의 염증 간에도 폭넓게 이 메커니즘이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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