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유발 안 하면서도 물가 잡는 금리수준 줄타기
전 세계가 수십 년 만의 최악 수준인 인플레이션 시대에 들어섬에 따라 세계 주요국 통화정책에서 ‘중립 금리’ 달성이 최대 목표로 떠오르고 있다. 중립 금리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기지도 않고 디플레이션을 일으키지도 않는 수준의 정책금리를 의미한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주요 인사들이 다음 달 3∼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기준금리를 신속하게 중립(neutral) 기조로 되돌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번 주 중립 금리 화두를 처음 던진 이는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였다. 그는 11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중립 설정’(neutral setting)으로 가지고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신은 내년 3월에 이 수준에 도달하기를 바라지만, 올해 말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이튿날인 12일엔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가 “우리에게 있어 가장 좋은 금리 경로는 빨리 중립 범위(neutral range)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 부의장에 지명된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도 같은 날 좀 더 중립적인 기조(neutral posture)로 신속하게 도달해 앞으로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지 내릴지 선택권을 갖는 것이 낫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후에도 중립 금리 논의는 계속 이어졌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13일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올해 하반기까지 (기준금리가) 중립 이상(above neutral)으로 가길 원한다”며 “가능한 한 빨리 중립에 근접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도 14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기준금리를 좀 더 중립적 수준(neutral levels)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준 인사들의 이런 중립 금리 발언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연준의 태도가 지난달 통화정책 회의 후 한층 더 긴축적으로 돌아섰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중립 금리는 2.25∼2.5%로 추정되고 있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가 자신이 생각하는 중립 금리가 이 수준이라고 말한 바 있고,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지난달 중립 금리를 2.5%가량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는 연준이 점도표를 통해 시사한 올해 말 금리 목표치(1.9%)를 훌쩍 뛰어넘는다.
중립 금리에 도달해야 할 시점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은 이들도 있지만, 연준 인사들의 의견은 대체로 연내 중립 금리 달성으로 모이는 분위기다. 현재 0.25∼0.50%인 미국 기준금리가 올해 말까지 이 수준에 도달하려면 올해 남은 6번의 통화정책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이 2회 필요하다. 그만큼 더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이 예고된 셈이다.
이런 입장에 대한 이견도 있다. 더욱 강경한 견해다. 연준 내 매파(통화긴축 성향)로 꼽히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연준 내에 약간의 환상이 있는 것 같다”며 “중립은 인플레이션에 하방 압력을 가하지 않고, 단지 상승 압력을 멈추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면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올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3%포인트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남은 6차례 통화정책 회의에서 모두 평소 금리 인상 폭보다 큰 대폭 인상,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빅스텝’을 단행한 뉴질랜드와 캐나다 중앙은행도 중립 금리 수준으로 복귀를 천명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13일 기준금리를 22년 만의 최대폭인 0.5%포인트 인상하면서 “기준금리를 좀 더 중립적 노선(neutral stance)으로 인상하는 것이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 리스크를 줄일 것이라는 데 위원들이 의견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같은 날 티프 매클럼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처음으로 0.5%포인트 올린 뒤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향후 기준금리가 좀 더 ‘정상 수준’(normal settings)인 2∼3%로 인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