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가 이유 없이 고혈이 나면 요로감염이 아닌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 요로감염은 영ㆍ유아에게 흔히 발생하는 감염 질환이다. 오줌이 나오는 길인 요도에 세균이 침투해 방광과 요관, 콩팥에 감염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고열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감기로 혼동하기 쉽다. 열을 떨어뜨리려고 아이에게 해열제만 먹이다가 뒤늦게 병원에 데려오는 경우도 있다. 요로감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콩팥이 손상될 수 있어 부모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주훈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신장과 교수의 도움말로 어린이 요로감염에 대해 알아본다.
◇대변 속 세균이 주원인
요로감염을 일으키는 세균은 대부분 대장균이다. 대변에 있는 균이 항문 주위에 존재하다가 요도로 침투해 요도염과 방광염, 신우신염(콩팥 염증)을 유발한다. 영유아기 어린이는 어른보다 방광과 요도, 콩팥과 방광 사이의 거리가 짧고 박테리아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다. 그만큼 방광염과 신우신염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로 요로감염에 걸리면 38도 이상의 고열이 나타난다. 영ㆍ유아기에 특별한 증상 없이 열이 난다면 요로감염을 의심하고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조금 더 큰 아이는 소변을 자주 보거나 소변 볼 때 통증을 호소하거나, 배꼽 아래쪽에 복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항생제 치료하면 대부분 완치
소변검사 결과 요로감염으로 의심되면 재빨리 치료해야 한다. 우선 항생제 치료를 시작하면서 며칠이 걸리는 세균 배양 검사로 원인 균을 확인한다. 요도염이나 방광염은 대부분 항생제 투여 후 2~3일 안에 증상이 없어진다.
신우신염은 치료가 잘 되면 항생제 투여 후 2~3일경에 열이 떨어지고 소변에서도 세균이 나오지 않는다. 열이 떨어지더라도 2주간 충분히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불완전 치료에 의한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항생제 투여 후 발열이 3일 이상 지속되면 항생제에 내성이 있거나 항생제와 맞지 않는 세균의 감염일 수 있다. 이 경우 세균 배양 검사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항생제를 선택하여 치료를 해야 한다.
◇재발 잦으면 방광 속 소변의 콩팥 역류 확인해야
요로감염에 걸리면 이전부터 선천적으로 소변이 역류하는 방광 요관 역류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방광 요관 역류는 소변을 볼 때 방광 속 소변이 요관을 따라 콩팥으로 역류하는 질환이다.
세균이 방광까지 침투했을 때 세균이 역류하는 소변을 따라 콩팥으로 쉽게 들어가게 만든다. 선천적으로 요관이 방광과 연결되는 부위 중 체크 밸브 역할을 하는 방광 점막 아래 요관 길이가 짧아져 발생한다.
아이가 요로감염을 두 차례 이상 겪었다면 조영술로 방광 요관 역류를 확인하는 게 좋다. 역류가 심하지 않으면 성장하면서 자연적으로 없어질 수 있으므로 경과만 관찰하기도 한다.
예방 차원에서 항생제를 복용할 수 있다. 하루에 한 번 잠들기 전에 항생제를 복용해 소변 속에 세균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아이가 크면서 방광 요관 역류가 점점 줄어들 수 있는데 그 기간이 수 년 이상 걸릴 수 있다.
항생제 투여로 발진이나 설사, 식욕부진, 간 기능 이상과 같은 문제가 나타날 위험이 있지만 소량의 항생제만 투여하기에 대부분 합병증을 겪지 않는다.
한편 잦은 소변 역류로 요로감염이 반복되거나 배뇨 장애가 발생한다면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로 방광에서 요관으로 역류하는 구멍을 좁게 만들어주거나, 짧은 점막 아래 요관을 길게 만들어 역류를 유발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교정할 수 있다.
◇재발 막으려면 회음부 위생 철저히 하고 변비 안 생기게
일상에서 요로감염을 막으려면 회음부를 청결히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영ㆍ유아는 기저귀를 자주 갈아준다. 배변 후에는 요도에서 항문 방향으로 닦아준다.
씻길 때는 요도와 항문 주위를 약한 비누로 부드럽게 씻겨주는 게 좋다. 비누가 좋지 않다고 여겨 물로만 닦아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세균 제거에 큰 효과가 없다.
유산균을 먹는 경우 장 속 요로감염을 일으키는 나쁜 세균 증식을 억제해 요로감염 예방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변비는 요로감염의 주요 위험 인자다. 변비가 있으면 곧바로 치료해야 한다.
유산균을 먹더라도 변비가 지속되면 따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꽉 죄는 속옷과 하의는 피한다. 충분한 물 섭취는 세균 번식을 막는다. 물은 변비에도 효과가 있어 방광 압력을 낮춰 소변 역류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