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량이 줄고 체지방이 늘어날수록 폐 기능이 감소하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소희ㆍ김선신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알레르기내과 교수와 박흥후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강남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1만5,476명의 체성분 변화와 폐 기능을 평균 8.95년에 걸쳐 분석한 결과다.
체성분은 체지방과 근육량 변화로, 폐 기능 저하는 숨을 최대로 들이쉰 후 1초간 최대한 내쉰 공기의 양인 1초 노력성 호기량(FEV1ㆍForced Expiratory Volume in 1 second) 감소 속도로 각각 평가했다.
그 결과, 근육이 감소하고 체지방이 증가할수록 FEV1 감소 속도가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들을 △근육 증가·체지방 감소가 가장 큰 그룹 △근육 증가·체지방 증가가 가장 큰 그룹 △근육 감소·체지방 감소가 가장 큰 그룹 △근육 감소·체지방 증가가 가장 큰 그룹 등 4개 그룹으로 나눠 폐 기능 감소 속도를 비교했다.
폐 기능이 감소하는 속도는 근육은 증가하고 체지방은 줄어든 그룹에서 가장 느렸고, 근육은 줄면서 체지방은 증가한 그룹이 가장 빨랐다.
남녀 모두 이런 경향이 있었지만 남성에서 차이가 두드러졌다. 근육 증가·체지방 감소가 가장 큰 남성 그룹의 폐 기능 감소 속도는 근육 감소·체지방 증가가 가장 큰 그룹 대비 1.6배에 달했다.
특히 근육과 체지방이 함께 증가한 그룹은 근육과 체지방이 함께 줄어든 그룹보다 폐 기능이 더 빠르게 감소했다. 이는 체지방 변화가 근육량 변화보다 폐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즉 근육이 늘더라도 체지방이 함께 증가하면 폐 기능이 더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근육이 빠지더라도 체지방이 감소한다면 폐 기능이 떨어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연구팀은 지방 조직에서 분비되는 염증 물질이 폐 조직을 손상하고 기관지 염증을 촉진해 폐 기능이 악화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소희 교수는 “건강한 성인은 체중 조절을 통해 폐 기능 저하를 늦출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라며 “체중 조절과 함께 근육을 늘리는 노력을 병행한다면 폐 기능 감소 속도를 더욱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