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에서 황반변성 등 다양한 망막 질환 치료를 위해 약물을 눈 속에 투여하는 안구 주사 치료를 받은 뒤 안구 내 염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주사기 종류와 사용법 차이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안구 내 주사 후 발생하는 염증에는 세균 감염과 관련된 ‘감염성 안내염’과 세균 감염과 관계없이 발생하는 ‘무균성 안내염’이 있다. 감염성 안내염은 세균 감염이 원인이지만 무균성 안내염은 원인이 뚜렷하지 않다.
드물게 발생하지만 유리체 혼탁 등 시력 저하가 생길 수 있기에 몇 주에 걸쳐 경구 및 국소 스테로이드 제제를 사용한다. 이 같은 증상은 기존에는 약제 자체의 면역 반응이 그 원인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김지택 중앙대병원 안과 교수팀이 안구 주사 치료 후 발생하는 염증이 주시가 종류와 사용법 차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안구 내 주사 치료를 받은 498명 환자를 대상으로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주사기를 사용해 주사 후 발생한 무균성 안내염(sterile endophthalmitis) 발생 빈도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연구에 사용된 주사기는 ‘1mL 1회용 주사기(Profi syringe)’와 ‘1-mL 벡톤 디킨슨 루어록 주사기(1-mL Becton Dickenson Luer-Lok syringe)’ 두 종류로 각각 안구 내 주사 시행 후, 두 그룹 간 무균성 안내염 발생 빈도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1mL 1회용 주사기를 사용한 215명 환자 중 6명(2.791%)이 무균성 안내염 진단을 받았고, ‘1-mL 벡톤 디킨슨 루어록 주사기를 사용한 283명의 환자 가운데 1명(0.353%)만 무균성 안내염 진단을 받았다.
망막 질환에 대한 안구 주사 치료에 벡톤 디킨스 루어록 주사기가 1회용 주사기보다 무균성 안내염 발생 위험이 낮은 것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실리콘오일 자체는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주사기의 윤활제나 망막수술에 보편적으로 사용되지만, 실리콘오일이 주사 약제의 항체 단백질과 접촉하면 약제와 결합해 실리콘오일/단백질 복합체가 만들어지고 복합체 내 단백질 변성을 일으켜 면역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김지택 교수는 “일반적으로 ‘애플리버셉트(aflibercept)’라는 약제를 주사기로 뽑을 때 주사기 내에 작은 공기 방울이 생기는데, 공기 방울을 제거하기 위해 주사기를 튕기는 과정에서 주사기 종류에 따라 내부에 코팅된 실리콘오일 일부가 약제와 함께 눈 속으로 투여돼 실리콘오일/단백질 복합체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김 교수는 “실제 연구에 사용된 주사기 가운데 벡톤 디킨슨 루어록 주사기보다 1회용 주사기 내 실리콘오일의 성분과 양, 주사기 구조 등이 실리콘오일/단백질 복합체 형성에 영향을 미쳐 안내염 발생률 차이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국제안과학저널(Graefe’s Archive for Clinical and Experimental Ophthalmology; Impact factor 3.117) 최신호에 게재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