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널린 게 감자인데…‘감튀 대란’은 왜 발생했을까

미국뉴스 | 라이프·푸드 | 2022-02-11 13:49:12

프렌치프라이의 역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프렌치프라이의 역사

 

2021년 8월, 다소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세계 최대 프랜차이즈 맥도널드에서 감자튀김, 즉 프렌치프라이를 먹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국내 문제 아니냐고? 전혀 아니었다. 일본에서도 지난해 12월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다. 물량 공급에 차질이 생겨 24~30일까지 감자 튀김을 미디엄과 스몰 사이즈만 제공한 것이다.

코로나 시국이라 세계 물류, 특히 해운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흔한 식재료인 감자의 물량이 부족하다니 더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기원전 8,000~5,000년부터 페루에서 잉카 원주민에 의해 경작된 감자는 1536년, 스페인 정복자(콘키스타도르)에 의해 발견돼 유럽으로 건너왔다. 1589년에는 월터 롤리경이 아일랜드에 감자를 들여와 주식으로 자리 잡았다. 잘 자라고 오래 보관 가능하고 영양소도 풍부하며 싸다. 그래서 대표적인 구황(救荒), 즉 흉년 따위로 기근이 심할 때 빈민들을 굶주림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작물이 바로 감자 아닌가.

 

아무 감자나 기름에 튀긴다고 패스트푸드점에서 먹던‘그 맛’이 나오는 게 아니다. 감자의 품종, 기름의 종류, 튀기는 방법에 따라 감자튀김의 맛은 달라진다.
아무 감자나 기름에 튀긴다고 패스트푸드점에서 먹던‘그 맛’이 나오는 게 아니다. 감자의 품종, 기름의 종류, 튀기는 방법에 따라 감자튀김의 맛은 달라진다.

 

이런 감자가 부족해서 튀김을 못 낸다니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널린 게 감자인데 그냥 시장에서 아무 거나 사다가 튀기면 안 되는 걸까? 그럼 오죽 좋겠느냐만 절대 안 된다. 사실 기본적인 감자의 세계도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감자가 안데스나 칠레 중남부가 원산지인데 선발 육종을 통해 식용으로 분류되는 건 대략 1,000종이다.

 

■튀겨서 맛있는 감자는 따로 있다

그 많고 많은 감자의 면면을 소비자가 굳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1,000종이 크게 두 무리로 나뉠 수 있다는 점 정도는 기억하는 게 좋다. 분질(starchy)과 점질(waxy) 감자이고 기준은 전분의 함유량이다. 전분이 많아서 썰면 연하고 가루(분)가 묻어날 정도라 분질, 전분이 적어 표면이 매끌거리고 밀랍(wax) 같다고 해서 점질이다. 

이들 가운데 맥도널드가 프라이에 쓰는 감자의 품종은 러셋 버뱅크, 아이보리 러셋 등 러셋(Russet)의 일족이 주를 이룬다. 러셋은 길어 모양새가 좋고 전분 함유량과 수분이 적어 튀기면 잘 부풀어 오른다. 비단 맥도널드가 아니더라도 감자튀김을 먹었을 때 속이 폭신하면서도 비어 있다면 적합한 품종의 감자로 잘 튀겨 냈다는 방증이다. 맥도널드는 매년 170만 톤의 감자를 프렌치프라이로 가공한다.

말하자면 널린 게 감자이더라도 튀김이라는 조리법, 또한 세계적인 프랜차이즈의 표준화 기준에 맞춰야 하므로 아무것이나 사다가 튀길 수 없다. 그래서 각 매장에는 생감자가 아닌 가공된 프라이가 납품되고, 어디라도 감자튀김이 맛있는 음식점이라면 바로 이런 제품을 튀겨서 냈을 가능성이 99%다. (뒤집어 말하면 집에서도 냉동 제품을 조리법만 잘 맞춰 튀기면 맛있는 감자튀김을 먹을 수 있다.)

 

■프렌치프라이, 기원을 둘러싼 논쟁

맥도널드가 아니더라도 프렌치프라이는 이제 원 재료인 감자를 떠나 독립적인 음식이 됐다. 따라서 그에 걸맞게 역사 또한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프렌치프라이의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일 수 있는 특이점은 어쩌면 이 튀긴 감자가 ‘프렌치’, 즉 프랑스 음식이 전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전 세계에 프렌치프라이라 알려져 있는 감자튀김의 기원을 놓고 프랑스와 이웃 나라 벨기에가 영원히 끝나지 않을 논쟁을 벌이고 있다. 벨기에는 길거리에 널린 튀김 가게만큼이나 감자튀김은 자신들의 음식이라 강변한다. 자기네들이 감자튀김을 하나의 완성된 음식으로 자리 잡게 했지만 오해 탓에 프렌치프라이로 세계에 알려졌다고 주장한다. 프랑스가 서양 요리 종주국이며, 또한 같은 프랑스어를 쓰기에 착각했다는 주장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벨기에판 감자튀김의 탄생 비화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일단 튀겨 먹는 조리법 자체는 정복자들이 감자를 신세계에서 가지고 돌아온 스페인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튀김 박물관(벨기에 브뤼헤 소재)의 큐레이터이자 교수 폴 일레젬스에 의하면 예수의 성녀 테레사 수녀(1515~1582)가 최초로 감자를 지금의 프렌치프라이처럼 튀겨 먹었다. 그런 감자튀김이 퍼져 1680년대 이전부터 옛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플랑드르(현 벨기에와 인접지역)에서 보편화된 것이다.

그런 가운데 벨기에 뫼즈강에 인접한 나무르나 앙덴 같은 마을에서 특히 생존 수단으로 프렌치프라이가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원래 이들 마을에서는 물고기를 잡아 튀겨 먹음으로써 끼니를 해결했는데, 겨울에 강이 얼어 낚시가 불가능하자 썬 감자를 물고기처럼 튀겨 먹어 난관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감자튀김이 자리를 잡은 이야기에 미국이 가세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 파병된 미군이 감자튀김을 먹었는데, 벨기에 군인들이 프랑스어를 쓰자 착각하고 ‘프렌치프라이’라 불러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굉장히 그럴싸하지만 미국의 지분만큼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1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프렌치프라이라는 영단어가 존재했으며, 1차 세계대전 종전인 1917년 이후 단어의 인기가 더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확하게 막대 모양의 튀긴 감자인지, 아니면 납작한 칩 형태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미 1899년부터 프렌치프라이라는 단어가 미국에서 쓰였다고 한다.

다만 오늘날 맥도널드를 통해 프렌치프라이의 실세로 맹활약하는 미국의 감자튀김은 실제로 프랑스에서 도입됐는데, 미국의 3대 대통령이 된 토머스 제퍼슨이 바로 주인공이다. 그는 프랑스 대사 재임시절(1784~1789) 노예인 제임스 헤밍을 현지에서 셰프로 훈련시켜 150가지 음식의 레시피를 모았는데, 그 가운데 바닐라 아이스크림, 맥앤치즈, 그리고 감자튀김이 있었다. 

‘작게 잘라 튀긴 감자’, 또는 ‘프랑스식으로 조리한 감자’ 등으로 불린 이 레시피는 ‘버지니아 주부(1824)’의 저자이자 제퍼슨의 친척인 메리 랜돌프에게 전수가 되었지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종주국이 프랑스든 벨기에든, 프렌치프라이는 1870년대까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1900년대나 돼서야 본격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맥도널드, 100% 식물성 기름 쓴다고 했다가…

맥도널드가 프렌치프라이의 실세로 활약하고 있지만 난관을 겪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맥도널드는 감자를 튀기는데 면실유와 우지를 섞은 기름을 써 왔다. 우지를 쓰면 확실히 맛은 있지만 포화지방이 넘쳐나는 탓에 맥도널드는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하여 1990년, 드디어 맥도널드는 우지를 쓰지 않고 100% 식물성 식용유로만 감자를 튀기겠노라고 선언한다. 

그러나 상황은 여기에서 간단히 종료되지 않는다. 비록 우지 자체는 쓰지 않지만 맛은 유지하고자 쇠고기맛 성분을 ‘자연 조미료’라는 명칭으로 첨가한 것이다.

결국 맥도널드는 쇠고기맛 탓에 2001년 또 고소를 당했다. 우지를 쓰지 않기 때문에 채식일 거라 믿고 먹어 왔던 소비자들을 기만한 셈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가수분해 우유를 쓰는 탓에 프렌치프라이는 채식일 수가 없었으니, 맥도널드는 2002년 합의금을 지불해야만 했다. 오늘날 맥도널드는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의 프렌치프라이가 가공 시 쇠고기맛 성분을 쓴 기름에 튀겨진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더 맛있게! 표준 감자튀김법

마지막 논쟁 거리로 튀김법이 있다. 한 번만 튀길 것인가, 두 번 튀길 것인가? 많은 셰프와 요리 전문가들이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요즘은 조엘 로뷔숑의 조리법이 적절한 타협점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낮은 온도와 높은 온도로 두 번 나눠서 튀기는 전통 방식을 하나로 합친 것이다. 큰 냄비에 단면의 각 변 길이가 0.5㎝로 길게 썬 감자와 기름 1.5ℓ를 함께 담아 센불에 올린다. 5분쯤 뒤 기름이 끓기 시작하면 뒤적이지 않고 15분 튀긴다. 마지막으로 뒤적이며 노릇하고 바삭해질 때까지 15분 더 튀긴다. 건져 종이 행주에 올려 기름기를 걷어내는 동시에 소금을 넉넉히 뿌려 간하고 바로 먹는다.

햄버거와 감자튀김은 패스트푸드점의 대표 음식이자 뗄 수 없는 짝꿍이다.
햄버거와 감자튀김은 패스트푸드점의 대표 음식이자 뗄 수 없는 짝꿍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아버지가 아들 얼굴에 총격
아버지가 아들 얼굴에 총격

미국에서 80대 아버지가 아들의 얼굴에 총을 쏘는 사건이 발생했다.14일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윌리엄 노왁(84)이 지난 9일 저녁 아들이 어머니를 보러 자주

4세 어린이, 개에 물려 결국 귀 절단 수술까지
4세 어린이, 개에 물려 결국 귀 절단 수술까지

미국의 한 4세 어린이가 길가에서 만난 개들에게 귀를 물어뜯겨 결국 귀 절단 수술을 받게 됐다.12일 매체 피플에 따르면 미 플로리다주 잭슨빌에 사는 여성 트레이시 무어와 그녀의

한인소상공인총연합회 내년 8월 최대 규모 엑스포
한인소상공인총연합회 내년 8월 최대 규모 엑스포

13일 둘루스에서 이사회, 총회 및 송년회전라도지부 설립, 30개 기업 엑스포 참가 미주한인소상공인총연합회(회장 장마리아, KASBUSA)는 지난 13일 저녁 둘루스 청담 식당에서

대기자 정원 두배...귀넷 특수교 시설 확장
대기자 정원 두배...귀넷 특수교 시설 확장

내년 여름 착공...'27년 가을 완공힉생 수용능력 현재보다 두배로  장애학생을 위한 귀넷 특수교육학교가 학생수용 능력을 현재보다 두배 가량 늘리는 시설 확장공사를 앞두게 됐다.학

제22기 민주평통 마이애미협의회 공식 출범
제22기 민주평통 마이애미협의회 공식 출범

운영방향, 청년참여, 지역소통, 열린문화 강조회장 강지니, 간사 허영준, 수석부회장 노흥우 제22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마이애미협의회(회장 강지니)가 지난 8일 저녁, 탬파 에어포

항공기 승객정보 활용 추방 확대
항공기 승객정보 활용 추방 확대

TSA, 탑승 예정자 명단ICE에 정기적으로 제공공항서 체포·즉각 추방  연방 교통안전청(TSA)이 국내선 항공 이용객 명단을 이민 당국에 제공해 추방을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공

‘아연’의 효과… 올바르게 복용하면 감기 기간 줄일 수도
‘아연’의 효과… 올바르게 복용하면 감기 기간 줄일 수도

■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미네랄 보충제 ‘아연’ 예방 효과는 불확실증상 시작 후 사용 시 1~2일 단축 가능성과다 땐 위장장애·미각 이상 등 부작용 주의 감기에 걸렸을

“내 한국인 남편, 40일 넘게 개처럼 갇혀있다”
“내 한국인 남편, 40일 넘게 개처럼 갇혀있다”

미국인 아내의 절박한 구명 호소 결혼 영주권인터뷰 직후 ICE에 체포법원 출석기일 놓쳐 자동추방 명령추방명령 취소 불구 석방 안해 미국인 여성과 결혼한 30대 한인 남성이 영주권

관세가 끌어올린 물가… 가구당 1,200달러 추가 지출
관세가 끌어올린 물가… 가구당 1,200달러 추가 지출

실질소득 1,800달러 감소수입물가 오르며 구매력↓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올 한해 가정이 평균 1,200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담했다는 분석이 나

“스마트폰 달고 사는 당신, 안구건조증 주의하세요!”
“스마트폰 달고 사는 당신, 안구건조증 주의하세요!”

안구와 눈물은 뗄 수 없는 관계다. 눈물샘을 통해 분비되는 눈물의 양이 부족하거나 눈물이 빠르게 마르면 뻑뻑함과 이물감이 느껴지고 통증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