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마켓, 공급난과 코로나19로 물량 확보 어려움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 무엇 하나 사려고 해도 큰 마음을 먹어야 하니, 언제나 물가가 떨어질지 모르겠다”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된 한인 그로서리 마켓의 판매 가격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다 보니 한인 소비자들의 바람은 물가 안정으로 모아진다.
하지만 한인 소비자들의 바람은 잠시 유보해 두어야 할 것 같다. 올해 소비자 물가의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그로서리 마켓 물가 역시 상승세를 계속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을 앞질러 실질적으로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장바구니 물가마저 오름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한인 소비자들뿐 아니라 한인 그로서리 마켓들 역시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8일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올해 소비자물가지수 중 식료품 가격이 현재 수준에서 추가로 5~6%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에 따라 그로서리 마켓의 상품 가격도 상승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생활비 부담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CNN비즈니스는 전했다.
소위 마켓 물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점철된 지난 2년 동안에 11%나 인상됐다.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의 인상률이다.
한인 그로서리 마켓도 물가 상승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인 마켓 물가 인상에 가장 큰 요인은 물류 적체에 따른 공급난이다. 이미 지난해 9월 이후부터 시작된 해운 물류 적체 현상은 올해 들어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달 28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5,010.36포인트로 전주보다 42.76포인트 하락했지만 높은 수준을 보였다. 컨테이너 운임도 미 동안 노선은 1FEU(길이 12m 컨테이너)당 1만985달러, 서안 노선은 1FEU당 7,957달러로 소폭 하락에도 불구하고 고공행진 중이다.
하역에서 항구를 빠져 나오는 과정에서 걸리는 시간도 예전보다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처리 속도가 들쑥날쑥해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게 포워딩과 통관 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제 때 물건을 공급받지 못한 한인 마켓들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지면서 판매 가격 인상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한 한인 마켓 매니저는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 보니 납품 가격부터 오른 상태로 상품에 따라 적게는 15%, 많게는 30%나 입점 가격이 올랐다”며 “여기에 인건비와 각종 경비를 감안해야 하는 마켓의 입장에선 판매 가격을 인상해야 하는 고충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수입 품목만 공급난의 영향권에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LA 현지에서 생산되는 품목들도 생산 현장 직원들의 코로나19 감염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 들었다는 게 한인 마켓 관계자들의 말이다.
물량 부족으로 가격 상승뿐 아니라 각종 할인 행사도 대폭 줄었다. 물량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할인 행사를 했다가 있을지도 모를 역풍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물건이 있을 때 확보하고 사고 싶은 물건이 있을 때 무조건 사두어야 한다”는 말이 마켓과 한인 소비자 사이에 돌고 있을 정도다.
한인 마켓 관계자들은 마켓 물가 상승세는 짧게는 당분간, 길게는 올해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급난이 해소되기에는 변수들이 상존하고 있다는 현실론에 근거하고 있는 전망이다.
또 다른 한인 마켓 매니저는 “공급난과 인력난이 단기간에 해소되기에는 매우 어려워 보이는 데다 올해 항만 노조의 단체협약 재계약이 예정되어 있어 물류 대란 재발 위험 요소까지 있다”며 “물량 확보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한인 마켓 물가의 오름세는 올해까지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