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도 업종·상황에 따라 이득과 손해 계산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한인 강모씨는 “모처럼 한국 친지에게 송금을 하면서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화 강세로 1달러당 1,200달러가 넘는 환율이 적용되면서 생각보다 송금액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강씨는 “이전에는 원·달러 환율을 살펴보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이 보내려고 신경을 썼다”며 “1,200원 이상의 환율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몰라 한국 송금을 앞당겨 미리 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한인 이모씨는 1,200원대 원·달러 환율이 야속하기만 하다. 한국 본사에서 직접 송금하는 급여가 원화 약세에 따라서 실질적으로 급여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LA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변동으로 급여까지 줄어드니 조금은 불안하다”며 “한두달은 버틸 수 있지만 1,200원대 환율이 지속되면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3일 1년 7개월 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르는 등 심리적 저지선인 1,200원대를 넘어선 환율이 2월에 들어서 3거래일 연속 1,200원대를 유지하자 한인들의 관심은 환율 상승세의 지속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1,205.5원보다 0.9원 오른 1,206.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20년 6월23일 1,208.8원 이후 1년 7개월 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어 7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 종가보다 3.7원이 오른 달러당 1,200.7원으로, 1거래일 만에 다시 1,200원보다 높은 수준에서 거래가 끝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인들 사이에서 이제 원·달러 환율이 ‘1달러=1,200원’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을 놓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한국서 상품을 수입하는 수입업체들은 달러화 강세로 그만큼 구매력이 높아지는 이득을 보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한국으로 여행이나 송금을 자주하는 한인들 역시 달러 강세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반면 유학생이나 지상사 직원들은 달러화 강세로 학비 부담이 증가되거나 실질 급여가 깎이는 등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제 한인들의 관심은 ‘1달러=1,200원’ 환율의 지속 여부로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 원화 가치를 끌어 내리고 있는 달러화 강세를 놓고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조사한 결과를 보면 환율 전문가들이 연준의 연쇄 금리 인상 예고 등으로 현재의 달러화 강세 국면이 유지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환율 전문가 43명 중 75%인 33명은 달러화 강세가 앞으로 최대 6개월 정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을 근거로 삼는다면 2월 중으로 쉽사리 달러당 1,200원 하향 이탈의 움직임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달러화 강세가 조기에 끝날 수도 있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MUFG는 미국 경제가 올해 1분기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긴축 통화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달러 상승세가 비교적 빠르게 완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달러당 원화 환율이 1,200원대에 얼마나 오래 머물 것인가를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의 등락에 가장 큰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미 중앙은행 연준(FRB)의 통화정책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준이 보여줄 긴축 규모와 횟수에 한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