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머리 멍해지는 증상
회복 후 6개월 넘게 지속
경미한 증상이라도 코로나19를 앓은 환자들에게 머릿속이 멍해지는 ‘브레인 포그’(brain fog)가 흔한 후유증으로 나타나면서 과학적 근거 찾기가 한창이다.
코로나19 환자의 약 절반이 회복 후 6개월 넘게 극심한 피로감, 머릿속이 멍해지는 ‘브레인 포그’, 미각 및 후각 상실, 호흡 곤란 등에 시달린다는 연구 결과는 일찌감치 나와있다. 학계에선 이를 ‘장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long COVID), ‘포스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증후군’(post-COVID syndrome), ‘포스트 코로나19 급성 후유증’(PASC) 등으로 부르며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23일 KTLA 보도에 따르면 UC 샌프란시스코 연구진이 코로나19 회복환자가 ‘브레인 포그’ 후유증을 겪는 이유는 바이러스가 뇌척수액을 바꾸기 때문이라는 잠재적 단서를 발견했다.
코로나19 환자들이 알츠하이머와 같은 질병환자에게 나타나는 종류와 유사한 뇌척수액의 이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뉴욕의 코로나19 회복 클리닉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코로나19 환자 156명 중 67%가 ‘브레인 포그’ 후유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입원할 필요가 없었던 32명의 코로나19 성인 환자들이 포함돼있었다. UC샌프란시스코 연구진은 이들 중 17명의 허락을 받아 첫 코로나19 증상이 시작된 후 평균 10개월이 지난 상태에서 뇌척수액을 추출, 분석했고 그 결과 브레인 포그를 겪은 13명의 참가자 중 10명이 뇌척수액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UC샌프란시스코 수석연구원인 헬무스 박사는 “바이러스에 의해 자극된 면역체계가 의도하지 않은 병리학적 방식으로 기능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시애틀에 위치한 시스템 생물학 연구소(ISB) 과학자들이 실시한 연구 결과는 코로나19를 앓는 동안 환자에게 ‘자가항체’가 많이 생겨 후유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했다. 자가항체가 정상적인 자기 세포를 외부 것으로 오인해 공격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코로나19 후유증은 중증이나 위중증 환자에게 많이 생기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무증상 감염자에게도 다량의 자가항체가 생겨 후유증이 따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보고됐다.
코로나19 발병 초기에 후유증이 따를 만한 환자를 미리 가려낼 수 있는 지표 인자가 확인됐다. 이 ‘PASC 인자’에는 전부터 의심해 온 특정 자가항체 외에 2형 당뇨병 병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RNA 수치,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 DNA 수치 등이 포함됐다. ISB 연구진이 수행한 이 결과는 최근 저널 ‘셀’의 논문 심사를 통과해 정식 게재를 앞두고 있다.
25일 미국과학진흥협회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ISB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 309명으로부터 혈액과 비강 면봉 샘플을 수거한 뒤 환자가 보고한 후유증 유형과 임상 데이터 등을 묶어 ‘다중 체학’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감염 초기의 바이러스량 측정 결과가 수개월 뒤 특정 유형의 PASC가 생기는 것과 강하게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곧바로 감염자 몸 안의 엡스타인-바 바이러스가 재활성화하고, 이것이 나중에 PASC의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바이러스의 재활성화는 코로나19가 진행되는 동안 면역계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는 전체 인구의 약 90%에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이 바이러스는 일단 사람 몸에 들어오면 줄곧 비활성 상태를 유지한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거지만 자가항체 검진도 PASC를 예측할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