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택 시장 관련 뉴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핫’(Hot)이다. 1년 사이 집값 상승 폭이 20%에 육박하고 주택 거래 규모는 사상 처음 2조 달러를 돌파하는 등 지난해 주택 시장은 뜨겁다 못해 들끓었다. 부유층 바이어들은 낮은 이자율을 활용해 큰 집 구입에 활발히 나섰지만 저가대 매물 시장에서는 매물이 없어 집을 구하지 못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과연 올해 주택 시장은 어떻게 전개될까? USA투데이가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과 함께 올해 주택 시장 트렌드를 미리 살펴봤다.
정치적 이슈, 이상기후가 이사 수요 부추길 것
매물 부족 지속돼 주택 구입 환경은 여전히 불리
집값 상승세는 다소 둔화 전망
◇ 대릴 페어웨더-레드핀 수석 이코노미스트
◆ 정치 성향에 따른 이사 트렌드
연방 대법원이 낙태, 총기 규제 등과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판결을 내릴 때마다 자신의 정치 성향에 따라 이주하는 현상을 자주 보게 될 것이다. 최근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도 주택 보유자 상당수가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반대되는 법안을 시행하는 지역으로는 이사하지 않을 것이란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근무지에 구애받지 않는 근무자들이 늘면서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이주하려는 현상이 많이 나타날 것이다.
◆ 이상기후 탓에 타주 이사 증가
지난해 이상 기후, 자연재해를 피해 타지역으로 이사하려는 수요가 급증했다. 자연재해 발생 빈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극심한 물 부족 현상을 겪는 남가주를 떠나 물 걱정이 없는 오리건 주로 이사한 가구가 있었고 해마다 평균 기온이 치솟아 푹푹 찌는 폭염을 피해 텍사스 주에서 메인 주로 이사한 사례도 보도됐다. 앞으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지역의 기후와 자연재해 발생 가능성, 이와 관련 예상되는 주택 보험료와 모기지 수수료 비용 등을 미리 확인하려는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이자율 상승이 집값 둔화에 영향
현재 3% 초반인 모기지 이자율이 연말 약 3.6%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한다. 팬데믹에 의한 경제 변동성이 낮아졌고 현재 높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향후 이자율은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자율이 3.6%대로 오를 경우 중간 가격대 주택 구입자들의 월평균 모기지 페이먼트는 약 100달러 정도 오르게 된다.
올해 이자율과 집값이 동시에 상승하게 되면 주택 수요 감소로 이어져 주택 가격 상승 폭은 약 3%로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주택 가격 상승폭이 이처럼 크게 둔화될 경우 주택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감소하고 첫 주택구입자 등 실수요자에 의한 매매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 로렌스 윤-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 수석 이코노미스트
◆ 소도시 주택 수요 급증
재택근무, 원격근무가 ‘뉴 노멀’로 자리 잡으면서 소도시 주택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도심에 비해 주택 가격이 저렴하고 보다 넓은 주택 공간을 제공하는 외곽 소도시의 주택 거래가 주택 구입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재택근무 보편화 현상으로 휴가용 주택 구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여러 가족이 공동 구매해 마치 ‘타임 셰어’ 주택처럼 번갈아 사용하는 트렌드가 기대된다.
◆ 주택 자산 가치 상승 지속
올해 주택 자산 가치가 또다시 기록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주택 자산 가치 상승 현상은 주식 시장이 하락하더라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흔히 ‘에퀴티’(Equity)로 불리는 주택 자산은 주택 시세에서 모기지 대출 잔액을 뺀 금액으로 내년 주택 1채 당 평균 약 1만 5,000달러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시장 조사 기관 코어로직에 따르면 2020년 3분기부터 지난해12월 초까지 미국 내 주택 자산 가치는 무려 약 3조 2,000억 달러나 급등했다.
◇ 조지 라티우-리얼터닷컴 선임 이코노미스트
◆ 집 내놓은 셀러가 증가
새 매물이 시장에 나오자마자 증발하는 현상이 지난해 내내 발생했다. 다행히 올해는 집을 내놓으려는 셀러가 많아져 매물 공급난이 다소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팬데믹으로 연기된 주택 처분을 올해 실시하겠다는 주택 보유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신규 주택 공급은 단기간 내에 충분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특히 저가대 매물 시장의 경우 올해도 바이어들에게는 힘든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가대 매물 구입을 계획 중인 바이어는 주택 구입 전 다운페이먼트를 최대한 많이 준비하고 크레딧 점수를 높이는 등 구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 MZ 세대가 주택 수요 이끈다
밀레니엄 세대에 이어 Z세대가 주택 수요를 주도할 게 될 것이다. 내년 Z세대 중 26세~35세로 주택 구입 연령대에 접어든 인구는 약 4,5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결혼과 분가, 자녀 출산 등으로 모두 주택이 필요한 세대다.
올해도 밀레니엄 세대가 주도하는 주택 시장이 될 전망이다. 구입 연령대에 접어든 밀레니엄 세대는 이미 수년 전부터 주택 시장의 큰 손으로 등장한 밀레니엄 세대는 전 세대에 비해 비교적 고학력, 고수입자 비율이 높은 세대다. 올해 주택 규모를 넓히려는 밀레니엄 세대에 의한 ‘무브 업’ 구입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 주택 구입 여건 악화 지속
내년에도 주택 구입 환경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코로나 팬데믹 대응을 위해 실시된 정부의 대대적인 재정 지원으로 주택 시장이 지난번과 같은 침체에 빠지는 것은 막았다.
하지만 주택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해결책이 없어 주택 시장 과열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해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약 520만 채에 달하는 주택이 부족한 상황으로 이로 인해 올해 역시 주택 구입 여건이 매우 불리한 해가 될 전망이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