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증학회, 만성 통증 환자 833명 설문 조사
만성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 가운데 30% 정도가 통증을 잊기 위해 마약성 진통제까지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통증학회(회장 심우석 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가 2021년 7월 20일~9월 3일 전국 20개 대학병원 통증클리닉을 방문한 만성 통증 환자(신경병 46%, 척추 질환 37%, 기타 만성 통증 질환 17%) 8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57세, 이환 기간은 75개월이었다.
만성 통증은 수술이나 교통사고 후 상처는 아물었지만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때 등을 말한다. 만성통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25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성인 10명 가운데 1명꼴이다.
설문 조사 결과, 만성 통증 환자들은 최근 1주간 평균 통증 점수를 5.9점(0점은 전혀 통증이 없는 상태, 10점은 최고 통증)이라고 답해 중등도 이상의 통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진통제 복용 질문에는 4분의 1가량이 약을 먹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답했다. 대한통증학회는 약 부작용과 내성을 우려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설문 조사에서도 4명 중 1명은 부작용으로 약을 중단하거나 바꾼 적이 있으며 절반 정도 환자는 소염진통제 내성이 생긴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만성 통증 환자들은 진통제 복용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었으며, 특히 심한 통증 조절을 위해 복용해야 하는 마약성 진통제에서는 호의적이었다. 응답자의 64.5%가 마약성 진통제 중독 가능성을 염려하면서도 통증 조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 중인 환자도 30%였다.
이와 함께 통증 조절을 위한 신경차단술도 대부분의 환자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자의 42.2%가 자살 충동을 겪었다고 답했고, 10명 중 1명은 실제 행동으로 옮긴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자살 충동 경험 빈도는 남녀가 비슷했지만 연령별로는 40, 50대에서 높은 비율을 보였고 50대가 가장 두드러졌다.
만성 통증으로 어떤 악영향을 받느냐는 질문에는 짜증ㆍ분노 등 성격 변화가 가장 크다고 답했다. 우울감, 수면장애, 불안감, 죽고 싶다는 생각, 집중력ㆍ기억력감소, 경제활동 제한, 가족 불이해, 친구 불이해, 경제적 어려움, 극단적 시도, 실직, 가정불화, 이혼의 순으로 조사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