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의 부푼 꿈을 안고 주택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이게 무슨 상황이지?’하고 놀라는 바이어가 많다. 집값이 많이 올랐고 매물이 부족하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눈앞에서 펼쳐지는 바이어들의 출혈 경쟁 모습에 겁부터 먹기 쉽다. 하지만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누군가는 독창적이고 파격적인 오퍼 조건을 내세워 내 집 마련에 성공하고 있다. USA 투데이가 전하는 내 집 마련 성공담을 들어본다.
현 상황에 낙심보다는 적응하려는 노력 필요
셀러 입장에서 오퍼 조건 짜면 성공 확률 높아져
◇ 현금은 왕, 다른 조건은 여왕
페이지 슐트와 남편은 세 자녀를 둔 단란한 가정이다. 워싱턴 주에 거주하는 부부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집이 비좁다는 판단에 새 집을 구입하기로 작정했다.
일단 살고 있는 집을 파는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새 집 마련에 대한 부부의 꿈은 한껏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부부가 원하는 집에 오퍼를 제출하면 항상 여러 명의 바이어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되풀이됐다.
부부가 원하는 주택 구조는 다른 바이어들에게 인기가 있는 구조라 매번 다른 바이어들과의 경쟁에 맞닥뜨려야 했다. 천신만고 끝에 부부는 그들이 원하는 집을 약 150만 달러에 구입할 수 있었는데 구입 과정은 살얼음판을 걷듯 위험천만이었다.
다른 바이어와의 경쟁에서 여러 차례 실패한 끝에 부부가 깨달은 교훈은 ‘현금은 왕, 다른 오퍼 조건은 여왕’이라는 것이다. 높은 오퍼 가격만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한 부부는 다른 오퍼 조건도 셀러에게 유리하게 작성했다.
부부가 가장 먼저 포기한 것은 감정가 조건이다. 오퍼 가격이 시세보다 높았던 만큼 감정가가 낮게 산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부부는 감정가와 오퍼 가격 차이가 발생할 경우 계약을 취소하지 않고 자신들이 차액을 부담하겠다는 조건을 오퍼에 삽입했다.
집을 보러 갔을 때 수리가 많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여긴 부부는 오퍼에서 홈 인스펙션 조건을 삭제해 셀러를 안심시켰다. 부부의 전략은 적중해 셀러가 오퍼를 수락했고 부부는 결국 꿈에 그리던 집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 낙심하지 말고 적응해라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닷컴을 올해 초 주택 시장을 전망하면서 바이어에게 쉽지 않은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셀러가 주택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셀러스 마켓으로 주택 가격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또 극심한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주택 매물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바이어들이 애를 먹을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그런데 이 같은 예측이 현실화되면서 올해 내내 바이어들을 괴롭히고 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 앨리슨 번스타인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과열 오퍼 경쟁 양상은 주택 매물 수급 상황이 심각한 불균형 상태임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내 집 마련을 위해 주택 시장에 뛰어들었다면 주택 시장 상황에 낙심하지 말고 적응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슐트 부부처럼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말고 셀러가 수락할만한 독창적인 조건의 오퍼를 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 셀러를 ‘행복’하게 해주는 오퍼
포터 부부가 얼마 전 미시건 주 중부 지역에 집을 마련하기로 하고 주택 시장에 막 뛰어들었을 때만 해도 부부는 주택 시장 상황이 어떤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오퍼를 제출하기를 거듭한 끝에 다섯 번 모두 다른 바이어와의 경쟁에서 졌고 그러고 난 뒤에야 당초 기대와 달리 내 집 마련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현실을 몸소 깨닫게 됐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불굴의 의지로 이후 오퍼를 세 차례 더 써내봤지만 결과는 역시 실패였다. 그제서야 부부는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깨달음에 이전과 다른 오퍼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부부는 셀러의 입장이 되기로 결심하고 셀러가 ‘행복’해 할 만한 오퍼 조건을 포함시켜보기로 했다. 부부가 가장 먼저 제시한 조건은 대개 셀러가 부담하는 타이틀 이전 비용을 바이어가 부담하겠다는 조건이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수백 달러에 불과하지만 셀러를 기쁘게 해줄 조건이라고 기대했다.
그런 뒤 부부가 생각해낸 조건은 에스크로가 마감된 뒤에도 셀러가 필요한 기간만큼 집에 거주해도 좋다는 조건이었다. 자신들도 전에 집을 팔아본 경험이 있어 에스크로 마감 시기와 새 집을 구하는 시기를 맞추는 일이 얼마나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부부는 셀러가 거주하는 동안 임대료도 받지 않겠다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걸었다. 결국 부부의 오퍼는 셀러의 마음을 움직였고 에스크로는 예정대로 마무리됐다. 임대료를 받지 않고 기한도 없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한 조건은 다소 위험한 조건이었지만 다행히 셀러는 에스크로 마감 뒤 4주만에 이사갈 집을 구해 나갔다.
◇ 러브레터, 차별 이슈 있어 주의해야
다른 오퍼들 사이에서 자신의 오퍼가 셀러의 눈에 띄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른바 ‘러브레터’를 오퍼와 함께 제출하는 바이어가 적지 않다. 러브레터는 바이어를 소개하며 왜 집이 마음에 들게 됐는지 등을 설명하며 셀러의 마음을 사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하는 편지다. 그러나 바이어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인종, 성별, 결혼 상태, 성 정체성, 출신 국가, 종교 등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내용이 심심치 않게 포함된다.
오퍼를 통해 러브레터를 받은 셀러는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차별 문제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아예 러브레터를 보내지 말라고 사전에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오리건과 같은 일부 중에서는 부동산 거래 시 러브레터를 제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시행하고 있어 작성 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 러브레터 쓰려면 ‘집’ 이야기만
반면 레브 레터 전략을 잘 활용해 치열한 구입 경쟁 속에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플로리다 주의 레베카 홀스트롬의 직업은 화가로 작업실 겸 거주지로 사용할 스튜디오 형태의 집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찾은 형태의 집은 가격대가 낮은 만큼 구입 경쟁도 다른 가격대에 비해 무처 치열했다. 그렇게 그녀가 집을 찾은 기간이 어느새 2년이 됐을 때 오퍼와 함께 러브레터를 써보기로 했다.
그녀가 러브 레터에 담은 내용은 ‘이젤을 놓고 매일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찾고 있는데 당신의 집이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라는 간결한 내용으로 차별을 불어올만한 내용은 일체 적지 않았다. 러브레터를 받아 본 셀러는 집에 설치된 ‘선룸’(Sun Room)의 자연채광 조건이 좋은 데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는 생각에 홀스트롬의 오퍼를 선택하게 됐다고 한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