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원인으로 꼽히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은 20~30대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최근엔 나이에 상관없이 가임기 여성에서 5~10% 정도나 발생할 정도다. 초경 시기가 빨라지고 서구식 식습관에 따라 과체중이나 비만 청소년이 증가하고 있어 최근엔 10대에서도 다낭성난소증후군의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생리 횟수 1년에 8회 미만이라면
다낭성난소증후군이 문제 되는 이유는 다양한 질환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질환이 배란장애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으면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로 이어지는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안드로겐(남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되고, 배란이 잘 되지 않는다.
△생리 횟수가 1년에 8회 미만 △생리 주기 35일 이상 △두 달에 한 번 생리를 건너뛰는 등 주기가 불규칙함 △석 달 이상 생리가 이어지지 않음 등의 증상이 있으면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배란이 잘 되지 않아 불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배란 장애가 있는 불임 여성의 30~75%가 다낭성난소증후군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영선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는 복부 비만, 고혈압, 높은 혈당, 고중성지방혈증, 낮은 HDL 콜레스테롤혈증 가운데 세 가지 이상의 증상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 교수는 “체중이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면 고안드로겐혈증으로 인한 다모증, 남성형 탈모, 여드름 등의 임상적 증상 발현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인 당뇨병이나 심혈관계 질환 및 자궁내막암에 대한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검사로 정확히 알 수 있지만 청소년기에는 산부인과 방문을 꺼려 조기 발견하는 경우가 적다. 특히 10대 청소년일 때는 연령대에 맞는 검사법을 시행한다.
김 교수는 “생리 불순 증상이 3개월 이상 나타나고 생리 양이 적거나 갑자기 많아진다면 전문의에게 진료해 정확한 진단과 조기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산부인과에선 일반적으로 피임약 등의 호르몬 치료를 진행한다. 청소년기에 피임약 같은 호르몬 치료를 장기간 진행하면 아직 성숙되지 않은 난소에 강한 자극과 함께 난소 기능도 떨어뜨릴 위험이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 2배 높아
한국 여성은 다낭성난소증후군이어도 정상 체중인 비율이 높고, 비만 여부에 상관없이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박현태ㆍ류기진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 표본 코호트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15~44세 여성 6,811명의 2003~2012년 10년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는 미국생식의학회 학술지(Fertility and Sterility)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는 1,136명과 5,675명의 대조군으로 구분해 조사한 결과,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제2형 당뇨병의 발병 위험이 2.6배 증가했다. 반면 체질량 지수(BMI)나 가족력, 콜레스테롤 수치 등과는 유의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류 교수는 “기존 연구들은 주로 비만이 많고 다낭성난소증후군의 비율이 높은 서양 여성들을 대상으로 시행돼 비만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인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며 “국내 빅데이터를 통한 이번 연구로 다낭성난소증후군 진단 후 대사성 질환 예방과 관리를 위한 진료 프로세스 및 가이드라인을 정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