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세계에서 코로나19 환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시작은 지난해 2월 19일 워싱턴주(州) 커클랜드의 요양원 ‘라이프 케어 센터’에서였다. 첫 감염 환자가 나왔고, 일주일 뒤 85세 여성 거주자가 처음 숨지기도 했다. 입소자 190명 중 무려 39명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집단감염은 지역감염으로, 다시 미 전역을 1년 넘게 감염병에 신음케 하는 도화선이 됐다.
바이러스에 취약한 고령층이 많이 모여 사는 요양원이 코로나19의 진원이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 13일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보면 요양원에서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퍼진 이유는 따로 있었다.
미국 요양원에는 호텔처럼 별점이 매겨진다. 하나부터 다섯 개까지, 별 숫자가 많을수록 서비스가 좋은 시설로 평가된다. 별점은 수요자들이 요양원을 선택하는 핵심 기준이어서 업체 입장에선 별점 관리가 수익에 직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별점 평가가 상상 이상으로 허술하다는 데 있다. 별점은 서류 평가와 현장조사로 결정되는데, 현장 조사에서 서류 내용이 거짓으로 드러나도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보고서에 명기하기도 하지만, 별점 자체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실제 이런 주먹구구식 평가 시스템 탓에 2017~2019년 미 요양원 3곳 중 한 곳은 높은 별점을 받으려 허위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느슨한 별점 관리는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졌다. 서류 조작만으로 별점을 높일 수 있으니, 요양원 측이 시설ㆍ장비 투자에 힘을 쏟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위생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환자를 방치한 사례도 여럿이었다. 신문에 따르면 미네소타주의 한 요양원은 환자 상처를 제 때 소독하지 않아 구더기가 생기게 만들었고, 뉴저지주에선 요양원이 환자의 인공호흡기 튜브를 한 달이나 바꾸지 않고 계속 썼다. 두 곳 모두 최고등급인 별 다섯 개를 받은 요양원이었다.
요양원의 도덕적 해이와 정부의 허술한 관리는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돌아왔다. 라이프 케어 센터도 전형적인 ‘가짜 별 5개’ 요양원이었다. 2019년 작성된 현장조사 보고서엔 “감염병 예방에 취약한 여건”이라고 적시돼 있었다. 고령층이 많아서가 아니라 죽음을 부를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던 셈이다.
심지어 별점 5점을 받은 요양원의 약 60%는 손씻기 같은 기본 방역 수칙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NYT는 “미국의 코로나19 희생자 4명 중 1명은 요양원 거주자”라며 잘못된 별점 시스템을 원인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