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이번 미국 증시 상장에서 조달된 자금을 활용해 특유의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은 쿠팡에서’라는 목표를 내세운 만큼 기존 유통과 물류 사업 강화는 물론 신사업 추진을 가속화해 진정한 ‘한국판 아마존’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쿠팡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쿠팡플레이의 자체 콘텐츠 제작 의사를 밝힌 바 있고, 라이브 커머스(모바일 생방송 판매) 서비스도 공식화하며 서비스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클라우드샵·클라우드스토어 등 상표권을 출원하며 데이터 및 정보기술(IT) 서비스 사업 가능성도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소매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물류센터 이상의 오프라인 인프라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쿠팡의 행보는 모두 록인(잠금) 효과를 노리는 전략”이라며 “쿠팡 내에서 오래 체류하며 모든 것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쿠팡의 이번 상장은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다. 쿠팡은 지난 12일(현지 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신고서를 통해 “10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미 증권법에 따른 등록 수수료 계산 목적일 뿐 실제 조달 금액은 훨씬 더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결국 쿠팡은 상장을 통해 최소 수조 원에서 많게 수십조 원대의 자금을 마련, 국내 유통 업계의 주도권을 틀어쥐려 할 공산이 크다. 이미 쿠팡은 2015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VF) 등의 투자를 통해 주문 다음 날 배송되는 ‘로켓배송’을 선보여 연간 거래액을 17조 원까지 끌어올렸다. 또 2018년에는 신선 식품을 익일 새벽에 배송하는 ‘로켓프레시’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키웠다. 과감한 투자는 적중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소비 트렌드까지 확산하면서 쿠팡은 국내 온라인 시장의 30%를 장악하게 됐다.
특히 쿠팡은 물류 투자에 더해 전방위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음식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를 시작으로 간편 결제 쿠페이를 ‘쿠팡페이’로 분사시키며 핀테크 영역도 진출했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월 2,900원에 로켓배송부터 OTT인 쿠팡플레이까지 이용할 수 있는 ‘와우 멤버십’ 구독 모델을 선보였다. 쿠팡은 상장을 통해 확보한 실탄을 이 같은 신사업 추진에 대규모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미국 아마존과 유사한 길을 간다고 전제할 때 클라우드 서비스와 ‘에코’ 같은 인공지능(AI)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도 높다. 쿠팡은 이미 클라우드 서비스를 암시하는 상표권을 출원한 상태며, 쇼핑과 배달·OTT 등을 결합시키고 소비자를 록인시키는 데 AI 플랫폼만큼 효과적인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김범석 의장이 꿈꾸는 쿠팡의 생태계가 완성되면 이후 해외 진출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이번 신고서에서 “우리 사업을 다른 국가로 확장할 수 있고, 서비스 현지화를 위해 상당한 자원이 필요하다”며 해외 사업 진출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해외 e커머스 시장 진출을 위해서 국내 e커머스 서비스도 더욱 강화한다. 쿠팡은 이번 신고서에서 아마존보다 더 빠르고, 더 저렴하며, 더 확실하다고 쿠팡의 경쟁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쿠팡은 이 같은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하기 위해 8억 7,000만 달러를 투자해 7개 지역에 풀필먼트 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다만 숙제는 여전하다. 쿠팡의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적자는 41억 1,800만 달러(약 4조 5,500억 원)로 2010년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공격적인 투자도 좋지만 상장 후 주주들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수익성 증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국내외 e커머스 시장은 갈수록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만 해도 전통의 유통 강자인 롯데와 신세계는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IT 거인들까지 쿠팡과의 일전을 벼르고 있다. 여기에 유통 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규제 등도 넘어야 한다.
<박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