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한국시간) 원·달러 환율이 1,110원으로 떨어지면서 약 23개월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2일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4.8원 오른 달러당 1,114.8원으로 마감했지만 올 연초의 1,160원대에 비하면 많이 떨어진 것이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원화가치 상승을 뜻한다. 이같은 원화가치 상승은 환율에 민감한 LA 한인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웃고
LA의 한 유학생은 최근의 원화가치 상승(원화강세)이 반갑기만 하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경제형편이 어려워진 부모님으로부터 학비를 송금받는 것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학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한국 본사에서 보내오는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지상사 직원들도 이러한 이득을 보기는 마찬가지이다. 한국에서 똑같은 액수의 원화를 송금해도 낮아진 원·달러 환율 덕분에 더 많은 액수의 달러를 받게 되는 것으로 특히 지상사 직원 경우, 원화 약세 때 보다 훨씬 두둑해진 월급봉투를 받게 된다.
한국에서 미국을 방문하는 여행객들도 원화강세로 인해 이득을 보고 있다.
■울고
한국에 있는 노부모님에게 생활비를 매달 보내드리는 이모씨는 요즘같은 원화강세가 매우 원망스러운 형편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신이 운영하는 요식업소도 수입이 반토막 났는 데 생활비는 일정하게 보내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더 많은 달러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앉아서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한국에서 원단을 수입하는 다운타운 소재 무역업자 최모씨는 “올 연초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수입이 크게 줄었는 데 이렇게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수입제품 원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금은 한국을 방문하려고 해도 2주간 자가격리로 인해 미주지역에서 출국하는 한국 여행객이 뜸하지만 한국에서 쓸 수 있는 여행비용의 가치 또한 크게 줄어들게 된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식품을 수입하는 업체들도 원화상승에 따른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형편이며 이같은 추세는 한국식품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서 한인들의 장바구니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내년 1,050원까지 하락 전망
바이든 당선으로 대규모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바이든이 다자주의 기반 통상정책을 펼쳐 위안화 강세에 힘입은 원화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의 금융계는 구체적인 원·달러 환율 범위에 대해서는 연내 최저 1,100원까지 하락하고 내년에는 더 내려가 최저 1,050원선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흥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