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장기화에 페이먼트 연체 가능성
투자 기관들, 급매물 매입 위한 자금 비축 중
지난 10년간 주택 가격이 꾸준히 오른 덕분에 미국인들의 주택 자산 규모가 무려 약 10조 달러로 불어났다. 하지만 대부분 주택 자산만 부자이고 현금 자산 규모는 낮은 ‘하우스 리치, 캐시 푸어’(House Rich, Cash Poor)들로 모기지 연체 발생으로 인한 주택 압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경고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만약 10년 전과 같은 주택 압류 대란이 발생한다면 주택 임대 사업은 운영하는 대형 부동산 투자 기관에게는 절호의 투자 기회가 다시 한번 찾아오는 셈이다.
이들 부동산 투자 기관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자마자 급매로 나오는 단독 주택 매입을 위해 이미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젤맨앤어소시어츠의 아이비 젤맨 수석 컨설턴트는 “현재 많은 주택 보유자들이 ‘하우스 리치, 캐시 푸어’ 상황”이라며 “불과 2~3년 전에 주택을 구입한 경우에도 현재 주택 자산이 상당히 올랐다”라고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현재 주택 보유자들의 ‘담보대출 비율’(LTV)이 크게 낮아져 10년 전과 같은 대규모 주택 압류 사태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 기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모기지 페이먼트 납부에 부담을 느낀 주택 보유자들이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을 것에 대비하고 있다.
젤맨 컨설턴트에 따르면 현금 자산 부족으로 모기지 페이먼트 납부가 힘들게 되면 주택 가격이 많이 오른 시점에 보유 주택을 처분하고 주택 임대로 전환하는 비율이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 시행에 따라 모기지 페이먼트 납부 유예 혜택을 받고 있는 주택 보유자들이 상당수다. ‘모기지 은행업 협회’(MBA)에 따르면 9월 6일 현재 전체 모기지 중 약 7%에 해당하는 약 350만 가구가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에 따라 페이먼트 납부를 중단한 상태다.
정부의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모기지 페이먼트 연체 중인 주택 보유자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발생할지도 모를 급매물 증가와 이에 따른 임대 주택 수요 급등을 대형 부동산 투자 기관들은 마치 ‘먹잇감 지켜보는 사자’와 같이 차분히 기다리고 있다. 부동산 투자 기관들은 이미 10년 전부터 급매로 나온 주택을 싹쓸이하다시피 매입한 뒤 임대 주택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지금까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이들 투자 기관이 운영 중인 임대 주택의 공실률은 기록적으로 낮은 반면 임대료 연체율은 낮아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부동산 투자 기관의 주가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임대 주택 운영 기관인 인비테이션 홈스와 아메리칸 홈스 포 렌트의 주가는 주식 시장이 바닥을 친 지난 3월 이후 현재 각각 약 79%, 약 59%나 급등했다.
약 5만 3,000채의 임대 주택을 운영 중인 아메리칸 홈스 포 렌트는 지난 5월 JP 모건 자산 운용사와 약 6억 2,500만 달러 규모의 임대 주택 건설 사업을 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인비테이션 홈스의 경우 매 분기 약 2억 달러 규모의 주택을 매입하며 임대 주택 사업 투자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