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매체 마켓 워치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중국인의 미국 내 부동산 구입이 더욱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켓 워치는 뉴욕의 한 중국계 부동산 브로커의 사례를 들며 지난해 이미 큰 폭으로 감소한 중국인 부동산 구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뉴욕 소재 부동산 중개 업체 더글라스 앨리맨의 질 지 에이전트의 한 고객은 코로나 바이러스 진원지인 우한에 거주하는 부모의 자금 지원을 받아 모기지 대출을 끼고 주택을 구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터진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부모가 자금 지원 결정을 취소하면서 주택 구입 계획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또 다른 고객은 미국 부동산 구입 계약을 끝내기 위해 3월 중 미국을 방문, 계약서에 직접 서명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비 시민권자의 중국 여행 뒤 재입국을 금지하는 규정을 갑자기 시행하면서 계약서 서명 일정에 지연이 불가피하게 됐다. 지 에이전트는 “불확실성과 공포감에 중국인들의 부동산 구입 문의가 뚝 끊긴 상태”라며 “부동산 투자를 위해 3월과 4월에 미국 방문 예정인 투자 그룹의 방문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중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구입 감소는 이미 지난해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에 의한 부동산 구입 규모는 약 134억 달러로 전년도 규모인 약 304억 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국인들의 부동산 구입 감소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경우 미국과 중국간 무역 마찰로 중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안 심리가 발생했다. 양국의 무역 분쟁 지속으로 중국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미국 부동산 가치가 상대적으로 상승한 것도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자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중국 정부가 2016년부터 시행 중인 송금 규제 정책이다. 중국 내 자본의 대규모 해외 유출로 인한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해외 송금 규모를 1인당 연간 5만 달러로 규제한 뒤부터 중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구입이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현금 구매’를 선호하는 중국인 구입 감소가 국내 구입자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극심한 매물 부족으로 내 집 마련 시 치열한 구입 경쟁이 불가피했던 국내 바이어들이 현금 구매자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인들의 부동산 구입이 집중됐던 미서부와 뉴욕 등 동부 대도시, 대학가 인근 지역에서 중국인 구입 감소가 예상되는 지역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적으로 중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구입 관심에 불을 지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염병 창궐과 중국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 등 자국 내 상황에 염증을 느낀 중국 부유층 사이에서 외국 부동산 구입에 대한 열망이 더욱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