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라면업체인 농심과 오뚜기가 미국에서 제기된 라면 가격 담합 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집단소송을 제기했던 미국 내 원고 측이 지난달 소송종결서를 법원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면 가격을 담합했다는 의혹은 벗었지만 이들 두 업체가 6년 동안 입은 유무형의 피해는 그대로 이들 두 업체에게 상처로 남아 있어 소위 ‘상처뿐인 영광’이 된 셈이다.
1일 농심 아메리카와 오뚜기 아메리카 등 한국 라면업체를 상대로 라면 가격 담합 손해배상을 위한 집단소송을 제기했던 한인마켓을 비롯한 일부 유통업체와 소비자들로 구성된 원고 측이 지난달 초 샌프란시스코 연방북부지법에 항소 포기를 밝히는 소송종결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 연방북부지법이 배심원단의 평결을 받아들여 ‘가격 담합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이후 원고 측이 항소 여부를 고민했지만, 더 이상 소송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판사가 소송종결서에 최종서명을 하면서 한달 후인 오는 20일까지 농심 아메리카와 오뚜기 아메리카의 이의 신청이 없을 경우 소송은 완전히 종결된다. 오뚜기 아메리카 관계자는 “원고 측의 소송종결서에 이의 제기 여부를 묻는 법원의 명령서를 변호사를 통해 받았다”며 “특별히 이의 제기를 할 필요성이 없어 이번 달 내로 소송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라면 가격 담합 논란은 앞서 2012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농심과 오뚜기를 포함해 삼양라면과 한국야구르트 등 라면 제조업체 4개에 가격 담합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이들 4개 업체가 2001년부터 2010년 2월까지 6차례 걸쳐 라면 가격을 담합했다는 것이 한국 공정위의 판단이었지만, 한국 대법원은 가격 담합 사실이 없다고 2015년 최종 판결했다. 라면 가격 담합 의혹의 불똥은 미국으로 튀었다. 2013년 미국에서도 4개 라면업체를 상대로 집단 소송이 제기됐다. 이후 진행 과정에서 삼양라면과 한국 야쿠르트는 빠졌고 농심과 오뚜기만 대응해 왔다.
결국 지난해 말 샌프란시스코 연방북부지법은 라면 가격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해 담합이 없었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초 1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소송 포기로 마무리를 짓게 됐다.
이로써 농심과 오뚜기는 라면 가격 담합이 인정됐을 경우 피해액과 징벌적 배상액을 더해 최대 8억달러 배상금 부담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하지만 농심 아메리카와 오뚜기 아메리카 양측 모두 이번 집단 소송 취소 상황에 대해 신중하게 말을 아꼈다. 그만큼 가격 담합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지면서 업체와 제품의 이미지에 깊은 상처가 났기 때문이다.
오뚜기 아메리카 관계자는 “이번 소송이 말끔하게 끝나서 다행이기 하지만 6년 동안 겪어 온 직원들의 고통과 제품 이미지에 훼손에 대한 피해는 그대로 우리의 몫으로 남게 됐다”고 말했다. 농심 아메리카 관계자도 “소송에 투입된 변호사 비용도 비용이지만 회사와 제품에 대한 이미지 타격은 상처로 남아 있다”며 “무분별한 소송을 남발해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는 것은 물론 무형의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없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