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LA 지역 중심으로
인도·파키스탄·중동계 등
비한인 진출 빠르게 증가
한인 업주들끼리 경쟁보다
노하우 공유·협력 바람직
과거 한인들의 대표 업종이었던 리커스토어의 헤게모니가 점차 소수 아시안계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다.
4일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3~4년 전부터 사우스 LA를 필두로 다운타운, 토랜스, 오렌지 카운티 등 한인들이 활발히 리커스토어를 운영해온 지역에서 인도, 파키스탄, 시리아, 중동계 등 타인종 업주들이 운영하는 리커스토어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트렌드는 사우스LA 등 범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기존 유대인들이 주도하던 리커스토어 업계를 이어 받아 한인 이민 1세들이 종사한 주요 직종 중 하나인 리커스토어는 오랫동안 한인들의 주요 비즈니스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최근 리커스토어 업계에 타인종의 활발한 유입이 목격되는 이유는 ▲해당 업종에 종사해온 한인 1세들의 은퇴 ▲‘3D’직종으로 분류되며 원활하지 못한 다음 세대로의 승계 ▲인건비 인상 등에 따른 운영의 어려움 등이다.
사우스 LA에서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는 한인 최 모씨는 “약 20년 가까이 하루 10~15시간씩 일하며 자식 교육까지 마쳤는데 지역 특성상 위험했던 순간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며 “자녀들도 전문직에 종사하다보니 굳이 매장을 물려주지 않고 매각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최씨는 “한인 바이어들을 구하기 쉽지 않을 뿐더라 오히려 인도, 파키스탄계 바이어들은 생각했던 매각금액보다 프리미엄까지 지급해가며 인수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인들의 리커스토어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매매가도 내림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 부동산 에이전트는 “월 5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리커스토어 매매가가 과거 40만 달러까지 호가한 데 반해 현재는 잘해봐야 월 매출의 5~6배 정도에 거래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실제 거래 또한 부진하다”고 말했다.
가주한미식품상협회(KAGRO) 이상용 회장은 “인도, 파키스탄, 시리아, 중동계 등 타인종들은 온 가족과 친척, 지인들이 함께 운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같은 인종 간에 서로 협력하고 공동구매 등의 사업 등을 통해 한인 스토어들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또한 제품을 공급하는 벤더들에게도 타인종 업주들이 더 나은 대우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과거 한인들이 위험을 무릎 쓰고 유대인들이 장악하고 있던 사우스 LA지역에 과감히 진출해 리커스토어 업계를 장악했듯이 소수 아시아계 인종들이 어느 정도 삶의 수준이 높아진 한인 사회로부터 리커스토어를 인수해 새롭게 업종에 종사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한인업주들 특유의 성실함과 오랜 리커스토어 운영으로 습득한 한인 업주들의 노하우를 타인종 리커스토어들이 수년 내로 따라잡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이럴 때 일수록 한인 업주들끼리 서로간의 과잉 경쟁을 피하고 협회를 통한 공동구매로 낮은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는 등 하나된 모습을 보인다면 오랫동안 한인사회가 일궈온 리커스토어 업계의 패권을 쉽게 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균범 기자>
한인 대표업종으로 여겨졌던 리커스토어 업계에 인도, 파키스탄, 중동계 등 타인종들의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KAGRO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