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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연 늙었을까?

지역뉴스 | 라이프·푸드 | 2019-01-11 09:09:02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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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몇 년 전 대학 동문회에서 백발이 성성한 자선 사업가 데이빗 루벤스타인의 연설에 완전히 매료된 적이 있다. 

그는 인생의 마지막 장에 들어서는 우리에게 ‘더욱 속도를 내라’고 청중들을 향해 외쳤다. 속도를 올리라고? 나의 동년배들은 인생에서 여유를 만끽하기 위해 ‘정지’(Stop) 중이거나 아니면 ‘등이 구부정’(Stoop) 해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루벤스타인의 ‘경고’를 마음에 새기고 얼마 전 69세가 된 그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나는 그에게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하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더니 “69살은 나에게 10대와 다름없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우연일지는 몰라도 루벤스타인과 이야기를 나누기 며칠 전 올해 68세 된 시인 친구와도 대화를 나누게 됐다. 

낙상 사고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는 중이던 시인 친구 역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난 이제 늙은 할머니야”. 둘 다 70대를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한 사람은 자신을 늙은이 취급을 하게 하고 다른 사람은 젊다고 느끼게 하는 걸까? 과연 ‘늙음’(Old)에 대한 기준은 무엇일까? 

61세로 접어든 나에게는 ‘늙음’이 항상 머릿속에 물음표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50대로 접어든 약 7,000만 명의 베이비 부머 역시 곧 나와 같은 고민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저녁 식사 대화 자리에서도 어떻게 하면 늙는 것을 늦추고 젊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가 단골 대화 주제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늙음’에 대한 정의도 바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구 통계학자로 수년간 노화를 연구한 세르게이 셔보프 박사는 “지금 60세인 사람은 중년(Middle-Aged)에 해당한다고 보면 좋다”라고 늙음에 대한 바뀐 기준을 제시했다.  

그래서 나는 “그럼 늙음은 언제부터 시작되나?”라는 질문을 셔보프 박사에게 던졌다. 셔보프 박사는 연령을 기준으로 할 때 미국인 남성은 대략 70세~71세, 여성은 73세~74세를 노화 시작점으로 지목하면서 “당신의 진정한 나이는 당신이 살아온 햇수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셔보프 박사는 또 “고령의 기준에는 기대 수명, 건강 상태, 인지 능력, 장애 비율 등 여러 요인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라며 “요즘 65세는 45년 전 55세 연령대와 비슷하다”라고 설명했다.  

미적인 외모를 기준으로 한 ‘늙음’의 정의는 어떤 사람에게 묻느냐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자산 관리 업체 ‘U.S. 트러스트’(U.S. Trust)의 2017년 조사에서 20대~30대로 접어든 밀레니엄 세대는 늙음의 시작 시기로 59세를 지목했다. 

반면 50대 진입을 앞두고 있는 X세대는 65세부터 늙음이 시작된다고 느끼고 있었고 베이비 부머 세대와 그 부모 세대인 ‘가장 위대한 세대’(the Greatest Generation)는 적어도 73세가 넘어야 노인으로 부를 수 있다라고 못 박았다.  

50대의 나이로 접어든 친구들은 늙음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궁금해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물어봤다. 수십 건에 달하는 다양한 답변이 올라왔는데 그중 나를 웃게 한 재치 있는 답변이 2개 있었다. 

“내 현재 나이에 4살을 더할 때”, “내일. 언제나 내일. 오늘은 없다.”(Tomorrow. Always Tomorrow. Never today). 그리고 “더 이상 ‘아가씨’(Miss)로 불리지 않고 ‘아주머니’(Ma’am)으로 불릴 때. 하지만 이런 일은 나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난 요즘 항상 ‘아저씨’(Sir)라고 불리니까”라는 유머스럽지만 이미 ‘늙음’을 인정한 슬픈 답변도 있었다. 체력과 인지 능력을 늚음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친구도 많았다. “달리기로 1마일을 15분에 주파할 수 없을 때”, “테니스를 그만둬야 할 때”, “새로운 정보와 경험에 더 이상 관심이 없을 때”, ‘기억력 감퇴’ 등이 대표적인 답변이었다. 

결론은 ‘늙음’이 어느 한가지 기준으로 정의될 수 없는 주관적인 견해라는 것이다. 그래서 70세를 눈앞에 두고도 케네디 퍼포밍 아트 센터와 스미스소니언 협회의 이사이자 세계적인 사모 펀드 칼라일 그룹의 공동 회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루벤스타인 회장이 ‘나는 늙지 않았다’라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다. 

반면 루벤스타인 회장 보다 고작 1살 어린 시인 친구는 스스로 이미 늙었다는 생각에 간병인에 대한 의존도만 나날이 높아져가고 있다. 셔보프 박사는 자립 능력과 거동 능력 상실을 늚음의 정의하는 기준에 포함하고 있다.  

대체 의학 권위자로 인정받는 앤드루 웨일 박사(76)는 자신의 저서 “건강한 노화”(Healthy Aging)를 통해 사람들에게 늚음의 속성을 열거해보라고 주문한다. 

가장 자주 언급된 속성은 ‘오래된’(Ancient), ‘구식’(Antiquated, Dated), ‘쭈글 쭈글한’(Dried Up), ‘허약한’(Frail), ‘유행이 지난’(Passe), ‘쪼글 쪼글한’(Shriveled), ‘지친’(Used Up), ‘쓸모없는’(Useless), ‘시든’(Withered), ‘가치 없는’(Worthless), ‘주름진’(Wrinkled) 등 거의 대부분 늙음을 부정적인 속성으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세계 보건 기구’(WHO)의 2015년 분석에서 노인들을 차별하는 부정적인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만연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57개국 약 8만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3분의 2가 노인을 존경하지 않는다고 답했을 정도다. 노인에 대한 존경심이 가장 낮은 나라에는 미국과 같은 고소득 국가들이 주를 이뤘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설문 조사 결과가 노인들의 육체 및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을 거듭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존 비어드 WHO 디렉터는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성차별, 인종차별, 사회적 기준처럼 얼마든지 변화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사람을 나이로 정의하려는 고정 관념부터 멈춰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내가 늙었냐고 물어본다면 ‘노우’라고 단언할 수 있다. 왜냐면 나는 70대, 80대, 그 이후까지도 활발한 삶을 살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강한 의지가 내 건강 상태에 의해 꺾일 수도 있다. 

심혈관계 질환과 우울증도 모자라 가족력인 암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나의 ‘파이팅’ 넘치는 의지가 건강 진단 결과에 따라 한순간 무너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늙었다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하는 순간이 예고 없이 다가올 수도 사실이 내가 지금 더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 

나는 과연 늙었을까?
나는 과연 늙었을까?

단순히 나이로 늙음을 정의하는 시대는 지났다. 나이에 상관없이 현재를 열심히 살고 있다면 아직 늙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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