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병 양부 시민권 미루다
나이 넘겨... 시민권신청 패소
대학 졸업 후 한국 돌아갈 판
“조국을 지키는 일보다 가족을 먼저 돌봤어야 했는데…”
캔사스주 랜싱에 거주하는 퇴역 군인인 패트릭 슈레이버씨의 뒤늦은 후회는 그저 과거에 대한 회한일 뿐 추방 위기에 처한 입양한 딸의 현실을 바꾸지는 못했다.
미국 시민권 취득을 위한 법정 나이를 넘겼다는 이유로 미국에 입양된 한국계 여성이 미국에서 추방당할 위기에 놓였다.
지난달 29일 USA투데이가 캔사스 지역신문인 ‘캔사스시티 스타’를 인용해 보도한 한국 태생의 혜빈 슈레이버(Hyebin Schreiber·21)씨가 비운의 주인공.
혜빈씨가 미국에 입양돼 온 것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아버지인 패트릭 슈레이버씨는 부인인 수진 쉬레이버씨와 당시 15살이었던 혜빈씨를 함께 한국 복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귀국했다. 슈레이버씨는 1995년 한국 근무 당시 현재의 아내를 만났다. 이후 그는 조카인 혜빈씨를 자신의 딸로 입양했다.
슈레이버씨는 귀국 후 정보 장교로 발령을 받고 2013년과 2014년을 아프가니스탄에서 보냈다. 아프가니스탄 근무를 마칠 때까지 혜빈씨에 대한 입양에 의한 미국 시민권 신청 절차를 잠시 뒤로 미룬것이 화근이었다. 그는 입양한 딸이 17세가 될 때까지 입양에 의한 시민권 신청 절차를 마무리해도 문제가 없다는 말을 믿었던 것이다. 실제로 캔사스 주법은 18세까지 입양에 의한 미 시민권 신청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연방법에 따르면 혜빈씨와 같이 입양된 외국 출생자의 시민권은 만 17세 전에만 가능하다. 27년간의 군 생활을 정리한 슈레이버씨는 소송을 통해 입양한 딸의 미국 국적 취득을 호소했지만 연방법원은 지난달 28일 연방이민서비스국(USCIS)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로 현재 캔사스 대학 생화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혜빈씨는 유학생 신분(F-1)으로 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행히 몇몇 기업에서 혜빈씨를 고용해 취업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제안을 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불안정한 신분은 마찬가지다.
<남상욱 기자>
패트릭 슈레이버(왼쪽)씨와 입양한 딸 혜빈(가운데)씨, 그리고 부인 수진씨. <사진=캔사스시티 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