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중세의 전통 되살리는 유럽의 ‘떠돌이 장인들’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7-08-14 09:09:39

중세,장인들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기술과 경험 쌓으면서

방랑하는 미혼 청년들

자립과 자유 누리지만

전통적 규율 엄수해야

 

유럽 전역을 히치하이크로 누비는 그들은 금방 눈에 뜨인다. 통 넓은 코듀로이 나팔바지에 흰 셔츠, 그리고 벽돌공, 제빵사, 목수, 석수, 지붕수리공 등 직종에 따라 색깔을 달리한 재킷을 입은 그들의 차림새부터 독특해서다.

그들은 현대 유럽에서 중세의 전통을 재연하는 ‘떠돌이 장인들’이다. 여러 직종에서 필요한 훈련을 마치고 경험을 쌓기 위해 방랑하는 젊은 남성들인데 요즘엔 여성들도 포함되었다. 대부분 독일어 사용 국가 출신이다.

과거 떠돌이 장인들은 장인협회의 후원을 받으며 여행을 했고 지금도 상당수는 후원을 받는다. 그러나 또 상당수는 자유롭게 일하며 떠돌고 있지만 전통 유지를 위해 구전으로 내려오는 엄격하면서도 신비로운 규율은 엄수하고 있다.

보통 떠돌이 장인이 되기 원하는 젊은 남녀들은 이미 길을 나서 다니는 장인들에게 자신들의 여정을 짜기 위한 후원과 도움을 요청한다. 떠돌이 장인이 되려면 몇 가지 자격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빚이 없어야 하며 30세 이하의 미혼이어야 한다. 보통 2~3년 걸리는 훈련기간을 수료할 때까지 집을 떠나 자신들의 기술과 타인들의 선의에만 의존해 입에 풀칠을 하며 살아가는데 동의해야 한다.

집을 떠나기 전날, 떠돌이 장인 지원자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파티를 여는데 이 파티에서 행하는 의식 중 하나가 귀에 구멍을 뚫어 여정이 끝날 때 까지 착용해야 하는 이어링을 부착하는 것이다. 만약 떠돌이 장인의 규율을 어길 경우 이어링을 뜯어내게 되며 이후 그 사람은 사기꾼을 뜻하는 ‘찢어진 귀’로 낙인찍히게 된다.

파티 다음날 신참 떠돌이 장인은 고향 마을 경계 인근에 기념품을 묻고 시 표지판을 기어올라 경계 밖에서 대기하던 동료 장인들의 품으로 떨어진다. 새로운 여정을 떠나는 출발의식이다.

그 후 몇 주, 몇 년 동안 떠돌이 장인들은 서로의 가족이 되어 직종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정서적인 버팀목이 되어주며 서로의 안내자 역할을 하게 된다.

떠돌이 장인들은 각자 포켓크기의 수첩에 방문하는 도시들의 인장을 받아 채우고 여정에서 이룬 과제의 증거를 기록한다. 전통적으로 이 수첩은 여정이 끝난 후 각자 취업할 때 이력서 역할을 하게 된다.

여정 중의 이들은 음식이나 숙박비를 돈으로 내지 않고 일을 해주는 것으로 대신하며 날씨가 따뜻할 땐 공원 등에서 잠자리를 해결한다. 행장은 간단하다. 일에 필요한 연장과 갈아입을 속옷, 양말, 셔츠 등을 꾸린 작은 봇짐이 전부다. 지팡이에 묶어 들고 다니다 베개로 사용하기도 한다.

여러 개의 주머니가 달린 바지는 같지만 재킷은 직종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 목수와 지붕 수리공은 검정, 재봉사는 밤색, 가드너는 짙은 녹색…그러나 큰 일거리를 맡았을 때는 가드너도 부엌일을 돕고 제빵사도 망치질을 마다하지 않는다.

중세에 시작된 떠돌이 장인들의 여정은 세계대전 중 중단되었다가 1980년대와 90년대에 다시 시작되었는데 새로운 경험을 쌓으며 자립 기술을 익히려는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의 여정은 고향에서 최소한 반경 60킬로미터 이상 멀리 떨어진 곳이라야 한다. 지원자의 상당수는 집과 부모를 떠나 살아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아 길을 떠나며 고향마을을 바라보는 순간이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단 길을 떠나 여정을 시작한 후엔 사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가장 힘든 것이 여정을 끝내는 시기를 결정하는 일로 바뀌게 된다는 것. 일상의 책임과 단조로움이 오늘 밤 어디서 잘 것인지조차 확실치 않은 환경에서 떠도는 도전을 즐거움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다.

“돈도 없고, 보살펴야할 가족도, 집도 없지요. 그러나 우리가 가진 것은 자유랍니다”라고 아프리카에서 목수 장인 여정을 계속한 26세의 독일 청년 아놀드 베임은 말했다. 

중세의 전통 되살리는 유럽의 ‘떠돌이 장인들’
중세의 전통 되살리는 유럽의 ‘떠돌이 장인들’

연장과 속옷 등을 꾸린 작은 봇짐만을 지고 일을 찾아 독일의 한 교외지역을 지나는 떠돌이 장인들의 행렬.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내일 유엔총회 개막… 트럼프·이재명 연설
내일 유엔총회 개막… 트럼프·이재명 연설

■ 세계 정상외교 ‘수퍼위크’이란전 출구 제시 등 주목시진핑 방미 미중정상회담AI 안전장치도 중대 의제 22일 세계 정상외교 수퍼위크가 시작된다. 뉴욕 유엔본부 모습. <로이

MLB 애틀랜타, 3년 만에 NL 동부지구 우승…보스턴도 PS 진출
MLB 애틀랜타, 3년 만에 NL 동부지구 우승…보스턴도 PS 진출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세 경기 연속 안타를 쳤고,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은 5경기 내리 침묵했다.이정후는 20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유니클로필드 앳 다

핑클, 21년 만에 완전체 활동… “지속 활동 위한 새출발”
핑클, 21년 만에 완전체 활동… “지속 활동 위한 새출발”

2019년 예능 동반 출연… “이번엔 단발성 만남 아냐”  그룹 핑클 [JTBC 제공] 그룹 핑클이 21년 만에 완전체로 활동한다.젬스톤이앤엠은 21일(한국시간 기준) "이효리,

BTS·블랙핑크 등 美 시상식 MTV VMA서 추가 노미네이트
BTS·블랙핑크 등 美 시상식 MTV VMA서 추가 노미네이트

'베스트 그룹' 부문…캣츠아이·제니 '송 오브 서머' 후보도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빅히트뮤직·YG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BTS, 대형 음악 축제 피날레 장식…'스윔' 등 4곡 열창
BTS, 대형 음악 축제 피날레 장식…'스윔' 등 4곡 열창

'BTS 2.0' 주제로 성장, 전진 담은 무대…"아미는 세상에서 최고의 팬"2026 아이하트라디오 뮤직 페스티벌에 출연한 그룹 방탄소년단(BTS)[빅히트뮤직 제공. 재판매 및 D

'직장인 공감송' 소연 '퇴사할게여' 음원 차트 1위 석권
'직장인 공감송' 소연 '퇴사할게여' 음원 차트 1위 석권

"많은 분의 인생 속 환기가 되는 음악 만들 것"아이들 소연[연합뉴스 자료사진]  걸그룹 아이들 소연의 솔로 정규 1집 타이틀곡 '퇴사할게여'가 직장인 등 청취자의 공감을 불러일으

법원, '수면제 대리 수령' 가수 싸이에 벌금 500만원 약식명령
법원, '수면제 대리 수령' 가수 싸이에 벌금 500만원 약식명령

가수 싸이[연합뉴스]  향정신성의약품을 비대면으로 처방받고 매니저 등이 대리로 수령하게 한 혐의로 약식기소된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에게 벌금형이 내려졌다.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추락한 미 학생들 문해력 회복세
코로나19 이후 추락한 미 학생들 문해력 회복세

팬데믹 이후 벌어진 격차 3분의 1 만회…'읽기의 과학' 교육법 확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장기간 정체됐던 미국 학생들의 읽기 성취도가 최근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20일

트럼프의 '백악관 출입금지' 현실화…CNN 등 출입 거부당해

CNN "불법"·MS나우 "수정헌법 1조 수호"…법정 공방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부와 공화당에 비판적인 보도를 해온 CNN 방송 등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오젬픽·위고비 복용 뒤 시력상실”…미 환자들 제약사 상대 소송
“오젬픽·위고비 복용 뒤 시력상실”…미 환자들 제약사 상대 소송

세마글루타이드 복용 시 NAION 위험 2∼8배 연구도…FDA는 연관성 조사 중 유럽은 ‘매우 드문 부작용’ 판단…제품 설명서에 경고 추가 권고 오젬픽·위고비·젭바운드 등 글루카곤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