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 등 보관 까다로워
싱싱하게 유지하며 배달
분초 다투는 시간싸움
아마존도 아직은 난제
온라인으로 모든 것을 구매하는 시대이지만 아직도 온라인 구매가 제한적인 분야가 있다. 바로 그로서리이다. 우유나 계란, 과일, 야채류를 온라인 판매하는 업체가 아직 많지가 않다. 아마존이 홀푸즈를 인수하면서 온라인 그로서리 판매가 활성화할 전망이지만, 배송 시스템이 완벽하기로 유명한 아마존도 식료품 배송에는 아직 풀어야할 숙제들이 있다. 온도가 조금만 안 맞아도 바로 상하는 식료품을 대도시의 교통난, 주차난 뚫으며 고객들 문 앞에 제시간에 싱싱한 상태로 배달하는 것이 보통 까다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온라인 그로서리 업체 피파드(Peapod)의 배달직원 싱클레어 브라운(40)은 이틀마다 한번씩 타임스퀘어의 교통체증을 뚫고 배달트럭을 운전해서, 주차할 곳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길 가 좁은 공간에 겨우 트럭을 대고는 4층 아파트로 걸어 올라가 식료품을 배달한다. 주문한 물품을 안 보고도 알 정도로 단골인 고객이다.
그는 온라인 그로서리 업계가 가장 골치를 앓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배송트럭 운전자이다. 온라인 그로서리 업계에 가장 중요한 일은 식품 창고에서부터 고객의 집까지 식료품을 싱싱하고 완벽한 상태로 운반하는 것. 창고에서 아무리 싱싱한 재료라도 배달하는 과정에 잘못되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식료품 배달은 군사작전에 버금가는 꼼꼼함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바나나는 차가워지면 안된다. 청과물은 따듯해지면 안된다. 계란은 물론 깨지면 안된다. 그리고 고객들은 주문한 식품이 정해진 시간에 도착할 것을 기대한다.
티셔츠, 책 그외 거의 모든 것들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배달받는 시대이지만 까딱하면 상하는 식료품 배달은 보통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배달 중 몇 시간 씩 냉장 상태로 유지해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하지만 그 외에도 온갖 다른 복잡한 문제들이 있다.
바나나와 사과는 향기를 뿜어내는 데 그게 양상추를 상하게 할 수 있으니 너무 가까이 보관해서는 안 된다. 토마토는 화씨 55도 이하로 서늘해지면 향미를 잃어버린다. 우유는 항상 세워서 보관해야 한다. 이미 이윤이 상당히 박한 상태에서 이 모든 복잡한 문제들은 바로 경비로 연결된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대규모로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을 시작한 기업이 별로 없고, 많은 스타트업들이 시도하다가 두 손을 들었다. 식료품은 온라인 샤핑의 마지막 개척지가 되고 있다.
완벽한 배송 시스템으로 수십억 달러의 사업 규모를 이룬 아마존조차도 상하기 쉬운 식료품을 대도시에서 배달하면서 이윤을 남기는 기술을 매스터하지 못했다. 하지만 홀푸즈를 134억 달러에 사들이면서 상황이 좀 달라졌다. 홀푸즈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 사는 도심 지역들에 400여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홀푸즈를 매입하면서 월마트와 제대로 붙게 되었다. 월마트는 미전국 최대의 그로서리 매장이다. 월마트 역시 온라인 세계로의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피파드의 제니퍼 카-스미스 최고경영자는 아마존이 홀푸즈를 사들인 것이 궁극적으로 온라인 그로서리 샤핑을 활성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에서는 모든 샤핑의 10% 정도가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로서리의 경우는 그 절반이 온라인 구매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온라인 그로서리 업체에서 점점 중요해지는 존재는 브라운 같은 배송트럭 운전자들이다. 브라운은 시간당 13달러 그리고 팁을 번다.
온라인 그로서리 업체들은 1~2초를 다툰다. 주문을 받은 후 고객들의 문앞까지 배달하는 데 정확히 얼마나 걸릴 지를 일일이 계산해야 한다. 교통흐름을 모니터하고 교통사고 등 배달을 지연시킬 요인이 있는지 모니터하는 것은 기본이다. 문제가 있으면 운전자 전화에 경보가 뜬다. ‘일요일,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있으니 피프스 애비뉴로는 가지 말 것’ 같은 문자이다.
피파드의 창고는 저지시티에 있다. 40만 평방피트의 거대한 창고에서 뉴욕과 뉴저지로 갈 식료품들이 배송트럭에 실린다. 육류 저장실, 청과물 저장실, 통닭구이실 등을 바쁘게 오가며 일하는 사람들은 425명 정도. 냉동실에서는 두꺼운 냉동 수트를 입은 직원들이 냉동식품들을 보온박스에 담는다.
대부분 자동화 시스템이지만 피파드 창고에는 7마일 가량의 컨베이어 벨트가 가동된다. 검사관들이 살피며 상한 것이나 흠집 난 것들을 골라내기 위해서이다. 못 생긴 과일이나 찌그러진 식빵 등은 동물원 등지로 보내진다.
상하기 쉬운 식료품들을 배달용 상자 안에 담고나면 그때부터 촌각을 다투는 전쟁이 시작 된다. 고객에게 전달될 때까지 차갑게 보관하는 것이 배달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자 중요한 일이다. 까딱하면 잘못될 수가 있다.
온라인 샤핑은 사람들과 부대끼지 않아도 되니 편리하지만 배달의 끝마무리 과정에는 반드시 사람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브라운은 소다수 한박스와 냉장 식료품백 두 개를 들고 아파트 로비로 들어갔다. 수위는 물건들을 현관에 그냥 두라고 한다. 하지만 브라운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수위가 잊어버려서 과일이 몇 시간씩 방치되면 어떻게 하는가.
피파드는 주문한 때부터 19시간에서 21시간 사이에 배달을 끝낸다. 그 시간 내내 모든 것은 정해진 온도대로 보관해야 한다. 고객들은 편리함 때문에 식료품을 온라인 주문하고 배달 받는데, 배달 받은 우유가 상했거나 계란이 깨져 있다면 그 순간 고객은 떠난다.
식료품 배달 서비스는 대부분 대도시에서 이뤄지는 만큼 배송은 말 그대로 악몽이다. 교통지옥은 말할 것도 없고, 주차할 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엘리베이터 없는 고층건물을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피파드의 경쟁사인 프레시디렉트(FreshDirect)는 UPS 식 주차를 한다. 한 곳에 트럭을 하루종일 세워두고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여러 집으로 배달을 하는 것이다. 피파드의 브라운은 혼자 일을 하니 매번 차를 옮겨야 한다. 그래서 주차 티켓은 이미 회사의 경비로 잡혀있다.
온라인 식료품 업체들이 특히 중시하는 고객은 젊은 층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피파드 고객의 1/4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몇 년 지나면 씀씀이가 커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하는 데 익숙한 세대이므로 온라인 그로서리 업체들은 이들을 일찌감치 고객으로 잡아두고 싶어 한다.
온라인 그로서리 업체, 피파드의 배달담당 직원 싱클레어 브라운이 주문받은 물품을 배달하고 있다. 대도시 교통난, 주차난을 뚫고 제 시간에 배달하느라 분초를 다툰다.
온라인으로 식품을 주문한 고객들은 때로 배달 트럭에 직접 와서 물건을 받아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