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주전 이었다. 약병 뒷면의 복용법을 보려는데 마치 특수 화면 효과처럼 글씨가 일제히 뿌옇게 보이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이후 약병의 글씨를 읽을 때마다 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팔을 쭉 펴서 약병을 멀리서 보면 마치 마술처럼 흐트러진 글자들이 하나 둘씩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컴퓨터와 스마트 폰 화면을 너무 장시간 쳐다봐서 그런가 했는데 순간 ‘노안’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잊고 지내던 나이를 생각해보니 노안의 가능성이 거의 99%였다. 요즘엔 빠르면 30대부터 겪게 된다는 노안. 나도 이제 늙는구나 하며 우울해하던중 노안을 개선할 수 있다는 기사에 눈이 번쩍 띄었다.
뉴욕 타임스 최근호에 노안을 수술이나 눈 운동이 아닌 뇌 훈련을 통해 교정할 수 있다는 기사가 소개됐다. 특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쳐다보면서 시각에 관여하는 뇌 일부분을 자극하는 훈련이다.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시력, ‘대비 민감도’(Contrast Sensitivity), 독서 속도 개선 등에 효과를 보인 것으로 증명됐다. 노안 교정 및 시력 강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뇌 훈련법으로는 ‘가버 패치’(Gabor Patch) 교정법이 있다.
가버 패치는 어둡고 밝은 줄무늬를 원하는 방향과 각도로 만들어 낸 일종의 패턴이다. 가버 패치를 보면서 요구되는 모양과 각도를 찾아내는 훈련법으로 시력에 관여하는 뇌의 부분을 자극하는 효과가 훈련의 주목적이다. 연구에 따르면 가버 패치 교정법을 수주에서 수개월간 반복해서 집중했을 때 노안이 서서히 교정되는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입증됐다.
‘심리 과학지’(Psychological Science)에 실린 한 연구에는 노인층과 젊은층을 대상으로 실시된 가버 패치 교정법에 대한 실험 결과가 소개됐다. 대학생 16명과 70대 노인 16명을 대상으로 하루 한시간반씩 일주일간 가버 패치 교정법을 실시한 결과 노인들의 ‘단조’(Low Contrast) 이미지 시력이 실험전 대학생들의 시력과 비슷한 수준으로 개선됐다.
다른 연구에서는 가버 패치 시력 교정 운동이 정상 시력을 더욱 개선 시켜줄 뿐만 아니라 기타 시력 저하 현상에도 효과를 보였다. 정상 시력을 지닌 20대 23명을 대상으로 가버 패치 교정법을 실시했더니 비교 그룹에 비해 글자 인식 속도가 훨씬 빨라지는 현상이 관찰됐다. 유아 실명의 원인인 약시와 근시에도 가버 패치법이 효과를 보였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가버 패치 교정법과 같은 뇌 훈련법이 노안 교정에 효과적인 이유는 뇌가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절차를 알면 이해된다. 인간의 눈이 이미지를 접하는 순간 신경 세포인 뉴런이 이미지를 모양, 색상 등 여러 특징으로 나눠서 처리하게 된다. 그런다음 뇌는 뉴런이 처리한 여러 특징을 다시 하나의 이미지로 모아서 사물이나 글자, 단어로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만약 글을 읽는 경우라면 인간의 뇌는 약 0.25초(250밀리초)내에 한 글자를 인식해야 하고 그래야 눈이 다음 글자로 넘어갈 수 있다.
만약 앞 글자의 이미지를 인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다음 글자 이미지를 이해할 수 없어 시력이 방해 받게된다. 글자 이미지 인식이 오래 걸리는 경우는 희미한 글자나 단조 이미지 크기가 작은 글자 등을 읽을 때 발생한다.
가버 패치 훈련법은 스마트 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뉴욕 타임스 기자가 사용한 애플리케이션은 ‘글래시스오프’(GlassesOff)로 3개월간 시험 사용기간동안 약 24달러99센트를 지불한 뒤 연간 사용료로 약 59달러99센트를 지불했다.
기자의 경우 글래시스오프 훈련을 약 2달정도 거친 뒤 약 3분의 1 크기로 작아진 글씨를 더욱 빠른 속도로 읽는 것이 가능했다고 한다.
<준 최 개원기자>
‘가버 패치’ 등의 뇌 훈련법이 노안 교정과 시력 강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버 패치 훈련 애플리케이션은 스마트 폰 등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