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7만 중 100세 이상 82명
중병환자·관광객 2백만명 몰려
쓰레기·개발 붐에 자연은‘몸살’
뇌졸중으로 다리가 마비되고, 심한 두통에 시달리는 우 웨잉(66)이 중국 남부의 이 산속 마을을 찾아온 것은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다.
웨잉은 몇 년 전부터 중국의 대표적인 장수촌인 광시자치구의 ‘바마 마을’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이곳에 오면 온갖 질병은 사라지고 100세 넘어 장수할 수 있다고 안내서들은 약속하고 있었다. 건강을 회복해 활력을 되찾고 싶다는 열망에 가득 찬 웨잉이 바마의 맑고 깨끗한 옥색 빛 강물을 그리며 이곳을 향해 고향을 떠난 것은 지난 가을이었다.
바마에 도착한 후 그는 충실하게 장수촌 생활방식을 따랐다. 영험하다는 버섯을 먹고 장수를 약속한다는 강물을 마셨으며 청정한 공기로 소문난 동굴 안에서의 체조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났는데도 그의 병세는 전혀 호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그는 좌절에 빠졌다. “이제 내 병을 고치기는 불가능하다. 난 모든 희망을 잃었다”면서 그는 눈시울을 붉혔다.
인적 드문 고요한 산골마을이었던 바마는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의 늙고 병든 사람들이 몰려드는 의료관광지로 변했다.
방문객들은 진기한 ‘명약’과 ‘장수 샘물’을 구입하고 100세 넘은 장수노인들에게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결을 듣느라 부산하다. 이들은 보통 며칠을 머문 후 희망과 활기를 느끼며 만족해 돌아간다.
그러나 장기간 머물며 중병과 싸우는 환자들의 경험은 다르다. 대부분 괴롭고 고통스럽다. 기적의 약속을 믿고 찾아오지만 상당수가 실망과 좌절에 빠지는가 하면 가짜 면허를 가진 의사나 사기꾼들의 희생물이 되기 일쑤다.
요즘 중국에선 고령인구가 급증하면서 의료 및 장수관광이 붐을 이루고 있다. 중국정부도 노인건강에 대한 관심을 활용하기 위해 전국에 장수마을 개발을 장려하고 있다.
한때 가난한 벽지였던 바마에서도 지역정부가 100세 이상 장수노인들을 마을 유지로 떠받들며 그들의 초상화를 담은 빌보드를 세우고 그들의 집을 성소로 꾸미고 있다. 개발업자들은 마을 주민들로부터 땅을 사들여 5성급 호텔과 리조트, 호화주택들을 지어 ‘비밀의 영토’라고 명명한 후 은퇴 투자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장수마을들의 전설을 열심히 홍보하고, 과학자들은 일부 주민들의 이례적 장수의 요인에 대한 연구를 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인구 27만 명 중 100세 이상 주민이 82명이나 되는 바마현에는 매년 2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쏟아져드는 관광객과 함께 호황을 이루는 것이 수상한 건강제품 시장이다. 당뇨와 골다공증에 특효가 있다는 수없이 많은 종류의 ‘장수 물’이 1톤당 600달러에 팔리는가 하면, 발 냄새와 월경통과 관절염에 다 좋다는 뱀과 전갈로 만든 스프레이가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
관광객의 급증은 때로 주민들과의 갈등을 빚기도 한다. 경제사정은 좋아졌지만 사람들의 거친 발길과 장사꾼들의 끝없는 탐욕에 계속 파괴되는 평온을 우려하는 사람들이다.
“이곳은 조용하고 깨끗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쓰레기와 아픈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라고 농부인 리우 수지아는 개탄한다.
바마의 한의사인 리 홍캉은 유명한 배우를 비롯해 대기환자 명단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면서 한 공산당 간부는 3대의 자동차와 2명의 간호사를 대동하고 병든 노모를 모셔 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많은 단기 체류자들이 건강이 좋아졌다고 만족하는 것은 심리적인 원인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 내 대부분의 도심지와 달리 이곳은 아직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 동굴의 ‘치유 능력’은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바이모 동굴’은 환자들로 언제나 붐빈다. 말기의 암 환자들, AIDS와 싸우는 젊은이들, 탈모증으로 고생하는 여성들, 심한 기침에 시달리는 13세 어린이까지 이곳을 찾은 환자들은 제각기 동굴 내의 시원한 바위에 앉아 경전을 읽기도 하고 셀폰으로 연속극을 보기도 하며 동굴의 치유능력이 정말 신통한가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무역회사 매니저였다는 62세의 남성은 2013년 폐암 진단을 받았지만 이곳 동굴에서 체조를 하고 삶은 비둘기와 사과를 먹으며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방문자들에게 견과류를 먹고 매일 아침 더운물을 상복하라고 조언하면서 이곳에 온다고 해서 무조건 병이 낫는 게 아니라 잘 요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굴 밖 뽕나무들 사이로 나비들이 춤을 추는 숲에서 햇볕을 쬐는 폐암환자 할머니를 돌보던 21세의 여성은 이젠 동굴도 넘쳐나는 관광객들에 시달려 치유능력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오거든요, 좋은 산소는 아마 다 빨려 나갔을 겁니다.”
온갖 병을 앓는 환자들이 몰려드는 중국 남부 광시 자치구의 장수촌 바마 마을, 방문객들이 특별한 치유능력을 가졌다는 ‘바이모 동굴’로 올라가고 있다.
자기치료를 위해 ‘바이모 동굴’ 안 바위에 자리 잡은 방문객들. 동굴 내는 다른 지역보다 자기력이 2배나 높은 건강회복에 효과적인 것으로 소문 나 있다.
장수촌으로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관광객들이 증가하자 조용한 산골이었던 바마 마을에도 고층건물이 올라가는 개발이 붐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