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6세대 911, 코드네임 997에는 지금 봐도 근사한 첨단 기술이 담겨 있다. 전통에서 비롯된 멋진 실루엣은 뛰어난 공기역학성능을 품었다.
보디는 단단하고 비틀림 강성은 높다. 996에 비해 8% 높아졌다. 세대를 건너뛸수록 완벽해지는 911이지만 사견으로는 996과 997에서 잠시 멈춰도 좋다는 생각이다. 레이스에서 얻어낸 기술을 아낌없이 양산차에 쓰는 포르쉐를 존중한다. 356 스피드스터를 동경하는 어린 시절 마음은 최신형 991을 볼 때도 작동한다. 전통의 힘이다. 기술에 천착하는 브랜드를 향한 신뢰다.
포르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용융 아연도금강판을 쓴 메이커다. 뛰어난 내구성을 지닌 차답게 6세대 911은 차체의 많은 부분을 고장력 붕소 스틸로 만들었다. 보닛은 가벼운 알루미늄이다. 특유의 강화 보디 쉘 구조는 승객을 보호하고 사고 때 손상 규모를 줄인다. 강화된 멤버 프레임과 크로스 멤버는 충격 흡수의 일등 공신이다.
서스펜션은 알루미늄 합금으로 무게를 덜고 트레드를 넓혔다. 댐퍼의 감쇠력을 조절하는 액티브 서스펜션은 중고차를 구매하기 전에 꼭 체크할 항목. 불쑥 고장이라도 난다면 보수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실루엣이 살아있는 보디 디자인은 상징적이다. 996의 공기저항계수가 0.3Cd인데 비해 997 카레라는 0.28, 카레라 S는 0.29를 보인다. 고속에서의 접지력을 위해 차체의 바닥패널과 윙을 달았다. 996에 비해 비틀림 강성은 8%, 휨 강성은 40%가 개선된 결과를 얻었다. 996과 997의 보디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개량이 이뤄진 건 사실이다.
차를 믿고 달릴 수 있는 건 제동 장치의 신뢰성 때문이다. 911 터보에서 가져온 산화 피막을 입힌 빨간 캘리퍼가 든든하다. 반복되는 제동으로 발생하는 열은 내부 공기 통로를 통해 식히고 수증기는 디스크에 엇갈리게 뚫은 구멍으로 쉽게 뽑아낼 수 있다.
에어덕트에 스포일러를 부착해 통풍 흐름을 개선했다. 출시 당시 옵션으로 세라믹합금 브레이크 시스템(PCCB)을 달 수 있었는데 그건 ‘복불복’이다. 레이싱 장비인 세라믹 디스크는 1,700℃로 제련한 카본 파이버 재질로 냉각성을 높이기 위해 통풍구를 두 배로 늘렸다. 주철 디스크에 비해 무게는 절반에 불과해 현가하질량 개선에 적합하다.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예리해진다는 얘기다. 다만 중고차로 살 때는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포르쉐 997 카레라 S. 역시 블랙은 특유의 ‘오라’를 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