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첫 고성능 브랜드‘N’준비현장
극한 상황서도 쌩쌩, 스피드광 설렌다
“부릉 부르릉 끼이익.”
지난 22일 오후 경기 화성시 현대자동차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 주행시험장. 198만㎡ 규모의 시험장 한 편에 도로 높낮이가 심하고 대부분 구간이 지그재그 형태의 극단적 곡선으로 이뤄진 낯선 시험로가 눈길을 끌었다. 바로 고성능차 시험로이다.
차량 한 대가 이 도로에 바짝 붙어 쏜살같이 달리고 있었다. 겉모양은 스포츠 해치백 ‘벨로스터’와 흡사했으나, 차체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낮은데다 펜더가 좌우로 넓게 퍼져 있다.
차량 곳곳에 탄소섬유 강화 플래스틱과 알루미늄이 들어가 있고 배기구에선 터질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이 차에서 2000년대 모터스포츠 대회 우승을 휩쓴 최희식 드라이버가 내렸다. 최 기술주임이라고 소개한 그는 “고성능 차량 성능 테스트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최 주임이 몰고 온 차량은 9월 출시할 ‘i30N’의 기반이 된 콘셉트카(RM15ㆍRacing Midship 15)’. 양산차를 최고 성능으로 끌어올린 차량으로 출력이 무려 300마력에 달한다.
최 주임은 트렁크를 열며 “출력을 높인 엔진을 보닛이 아닌 뒷좌석과 트렁크 사이에 장착해 잘 달릴 수 있도록 최적의 차량 무게비율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RM15 보조석에 올랐다. 내부는 기존 차량과 큰 차이는 없었으나, 성능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화면이 대쉬보드 가운데에 있었다. 이날 테스트는 코너링을 강화한 서스펜션과 차량이 조화를 이루는지 여부였다.
앞서 봤던 고성능차 시험로로 진입했다. 최 주임은 “언론에 공개한 적 없는 시험로로 지난해 완공됐다”며 “총 2.5km 구간을 독일의 뉘르부르크링처럼 극단적인 코너링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최 주임이 가속페달을 밟자 RM15는 금세 회전수(RPM) 5,000을 넘어서며 급커브 구간을 감속 없이 연속해서 돌기 시작했다. 계기판 바늘은 120km/h를 넘나들고 있었다.
몸이 좌우로 잇따라 쏠리자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타이어 타는 냄새와 함께 차량은 급코너 구간을 지나, 이번에는 완만한 곡선으로 이뤄진 내리막길로 향했다.
200km/h 가까운 속도가 더해져 마치 절벽에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시 급커브구간이 반복됐다. 최 주임은 “N은 이런 극한 상황에서 얻은 노하우가 반영된 차량이라 일상 속에서 고성능 주행을 문제 없이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고성능차 전문 브랜드 ‘N’을 부착한 양산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고성능 차량은 보다 빨리 달리고 싶어하는 운전자의 욕구를 만족시킬 뿐 아니라, 완성차 업체의 기술력이 집약돼 있어 ‘꿈의 차’로 불린다. 주로 일상 주행에 초점을 맞춰 차량을 내놓던 국내 업체들이 그간 도전하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과는 달리 해외 유명 업체들은 고성능차량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다. 벤츠‘AMG’, BMW ‘M시리즈’, 아우디 ‘S·RS’, 렉서스 ‘F’, 캐딜락 ‘V’ 등이 대표적이다. <박관규 기자>
지난 22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 남양연구소 고성능차시험로에서 ‘i30N’의 기반이 된 콘셉트카 ‘RM15’가 성능 실험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