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세상에 산다고 가정하면 아무도 크레딧 카드 밸런스를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매달 때가 되면 100% 페이먼트를 끝낼 것이기 때문에 이자율을 신경 쓰거나 갈수록 커지는 미니멈 페이먼트를 염려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밸런스와 이자율과 미니멈 페이먼트를 계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간혹 본인의 실수가 아니라고 해도 카드로 과도한 금액을 결제해야 할 때도 생긴다.
만약 카드 밸런스가 많다면 밸런스 트랜스퍼는 이런 카드 빚을 빨리 사라지게 하는데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밸런스 트랜스퍼로 이자율 부담과 작별하기
그렇다면 밸런스 트랜스퍼는 뭘까. 그 이론은 간단하다. 이자율이 낮거나, 일정 기간 이자율이 아예 없는 새로운 크레딧 카드를 만들어 현재 다른 카드에 있는 밸런스를 이체하는 것이다. 즉,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이 적용되는 기존 카드의 밸런스를 낮은 이자율인 새로운 카드로 옮긴다는 이론이다.
카드사끼리는 새로운 카드사가 기존 카드사에게 고객의 카드 빚을 갚아주는 것으로 고객은 빚이 탕감되는 건 아니지만 극적으로 낮아진 이자율만큼만 갚아나가면 되기 때문에 이득이 되는 것이다.
밸런스 트랜스퍼로 얼마나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는지는 예를 들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컨대 연 이자율 15.99%로 1만달러의 카드 빚이 있는 고객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미니멈 페이먼트는 매달 232달러로 1만달러와 이자를 모두 갚으려면 매달 미니멈의 2배인 464달러씩 갚아도 26개월이나 걸리고 이때 지급하는 이자만도 1,867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만약 15개월간 0% 이자율을 주는 카드로 밸런스 트랜스퍼를 한다면 어떨까. 동일하게 매달 464달러씩 갚아나가면 22개월 만에 1만달러를 해결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무이자 기간인 15개월 이후 7개월간 나가는 이자도 줄어든 원금에 비례해 얼마 되지 않아 162달러에 불과하니 트랜스퍼를 하기 전과 비교하면 2년 여간 약 1,700달러를 절약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밸런스 트랜스퍼 수수료를 잊지 말아야
여기까지만 살펴보면 밸런스 트랜스퍼는 큰 이득을 주는 훌륭한 방법으로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례에 비춰 이건 맞는 말이다. 다만 이해득실을 따질 때 빼먹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밸런스 트랜스퍼 수수료다.
이 수수료는 밸런스를 받는 새로운 카드사가 고객에게 부과하는 것으로 정액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이체하는 액수에 따라 달라진다. 대개는 ‘10달러 또는 이체 금액의 3% 중 높은 것’으로 정해지는데 수수료는 이체와 동시에 적용되고 청구된다.
3%가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금액에 따라서는 결코 적지 않은 수수료가 나올 수 있다. 위에 예를 든 1만달러 밸런스 트랜스퍼만 놓고 봐도 3% 수수료가 적용되면 결과적으로 1,700달러를 절약하는게 아니고 수수료 300달러를 뺀 1,400달러 절약으로 효과가 낮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일부 카드는 새로운 카드를 만들고 난 뒤 일정 기간이 지나기 전까지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곳도 있으니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성공적 밸런스 트랜스퍼를 위한 팁
만약 현재 상황에서 밸런스 트랜스퍼를 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면 보다 성공적인 결과와 효과를 위한 다음의 팁들을 염두에 둔다면 좋을 것이다.
▶연이자율인 APR이 0%인 카드를 찾되, 가장 최장 기간을 보장하는 것으로 선택하면 무이자 기간이 늘면서 지출해야 할 이자 금액을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다. 동시에 밸런스 트랜스퍼 수수료까지 부과하지 않는다면 금상첨화다.
▶만약 이자율 0%와 수수료 0의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복하는 카드에 신규 고객으로 가입할 수 없다면 이때는 이자를 낼 것인지, 수수료를 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때 고려할 것은 본인의 사정상 이체할 밸런스가 얼마인지, 소득 등을 통해 얼마 동안 갚아나갈 것인지의 문제다.
▶이자율 0% 기간이 끝나기 이전에 가능한 이체한 밸런스는 갚아야 한다. 새로운 카드로 옮겨둔 밸런스도 매달 1% 선의 미니멈 페이먼트를 내야 할 의무가 있다. 이자율이 0%일 뿐 최소한의 상환 노력은 해야 하는 것이다.
▶이전 카드를 없애지 말아야 한다. 본인의 크레딧 스코어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달 정해진 때에 페이먼트를 하도록 한다. 페이먼트를 놓치면 0% 혜택은 취소될 수 있고 그때부터 이전 카드와 다를 바 없는 이자율에 얽매이게 된다.
▶마지막으로 피해야 할 함정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 밸런스를 이체하고 난 뒤 가뿐해진 기존 카드에 새롭게 빚을 만드는 것이다. 1만달러가 빠져 나가고 0가 됐는데 무턱대고 사용해서 금새 밸런스가 쌓이면 공들여 해 둔 밸런스 트랜스퍼의 효과가 사라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즉, 전문가들은 밸런스 트랜스퍼는 제대로 된 신규 카드를 골라 이상의 내용들을 숙지한 뒤 신중하게 처리하고 계획을 세워 잘 상환해 나간다면 상당한 금액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류정일 기자>
밸런스 트랜스퍼는 단숨에 카드 빚을 줄일 수 있는 마법 같은 선택이지만 기존 카드에 또다시 새로운 밸런스를 쌓게 되면 애꿎은 수수료만 내고 빚만 늘린 결과가 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LA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