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병에 10여 달러 와인
주인들 사들여 술친구로
‘NO 알콜’ 강아지용까지
가볍게 술 한잔 하고 싶은 날. 혼자
마시려니 좀 쓸쓸하다면 왜 술친구를 청하지 않는가. 애완동물과 함께 마시면
되지 않는가. 애완동물이 가족이자
친구인 시대에 색다른 상품을 들고
나온 신생업체들이 있다.
고양이 와인 제조사들이다. 자그마한 병에 알콜 성분 없는 가짜 와인을 담고 귀여운 이름을 붙인 고양이 음료회사
이다. 강아지용도 있지만 아직은 고양이 와인만큼 인기가 높지 않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아폴로 피크(Apollo Peak)와 펫 와이너리(Pet Winery)라는 신생업체들은 고양이 와인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제품을 먼저 시장에 내놓은 아폴로 피크측은 펫 와이너리가 자사를 모방했다며 비난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지난 밸런타인스 데이에는 할인 홍보행사를 할 만큼 와인의 인기가 높다. 덴버에 있는 아폴로 피크가 8온스 병에 담아 파는 캣베르네(Catbernet)나 피노 미야우(Pinot Meow)는 11달러95센트. 플로리다, 포트 마이어스에 있는 펫 와이너리의 미야우 & 샨돈(Meow & Chandon)은 12온스 병이 14달러95센트이다.
알콜 성분은 고양이에게 해로울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제품은 사실상 개박하 물이다. 이 물을 마시면서 고양이는 알딸딸해지고 그걸 보는 주인은 기분이 좋아진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고양이들을 대상으로 시음행사를 해보면 고양이들은 두 회사 제품 어느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북가주, 오클랜드의 고양이 카페인 캣 타운 카페에서 시음행사를 참관한 사바나 트래셔(23)라는 여성은 “정말 대단한 제품”이라고 고양이 와인에 박수를 보내다. “내 고양이가 나랑 같이 와인을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사람이 고양이와 함께 와인을 마시는 ‘황당한’ 일이 시작된 것은 2년 전이었다. 아폴로 피크를 창업한 브랜던 자발라(32) 사장은 “어느날 갑자기 고양이를 위한 와인 아이디어가 번쩍 떠올랐다”고 했다.
“애완동물은 이제 친구이자 룸메이트이자 식구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 친구에게 왜 맹물만 줘야 합니까?”
과거 애완동물 사료 판매 일을 했던 그는 창업을 하면서 ‘스낵 음료’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러다가 ‘고양이 와인’이라고 바꾼 것이 제대로 적중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업이 지금처럼 폭발적으로 커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회사명 아폴로는 자신의 고양이 이름을 딴 것이다. 음료에 색깔을 넣는 유기농 비트는 캘리포니아 산이고,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개박하는 콜로라도 고산지대에서 가져온다. 그렇게 만든 작은 병 와인은 온라인으로 거래되고, T.J. 맥스, 마샬스 등 200개 매장에서도 판매된다. 그는 트럼프를 흉내 내서 ‘고양이를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왜 혼자 마시나(#whydrinkalone)’ 같은 해시태그도 붙인다.
애완동물 주인들이 고양이나 개를 동물이 아니라 사람 같이 대접하는 추세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고양이 와인은 그 최신 현상이다.
지난 15년 동안 “애완동물 시장은 동물을 사람 취급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왔다”고 관련 시장 연구 전문가는 말한다. 지난해 설문조사에 의하면 고양이 주인의 62%(개 주인의 64%)는 애완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한다.
‘애완동물 주인’이라는 말 역시 ‘애완동물 엄마/아빠’로 바뀌고 있다. 미국의 애완동물 시장은 애완동물에 대한 서비스분야를 제외하고도 400억 달러 규모이다. 그중 30%가 고양이 용 상품들이다.
저널 ‘사이언스’의 뉴스 담당 부 에디터인 데이빗 그림에 의하면 사람과 애완동물이 가까워지기 시작한 것은 1900연대 초반 부터였다. 벼룩 약이 나오면서 사람들이 개를 집안으로 들여놓게 되었다. 그러자 곧 동물들이 사람들의 침대 안으로 들어가고 사람들의 마음을 차지했다.
아울러 나타난 변화는 농가마다 키우던 가축들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대가족이 핵가족으로 바뀌고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여기에 퍼즐의 마지막 조각처럼 등장한 것이 테크놀로지의 급부상과 인간관계의 단절. “밤에 집에 들어가면 우리를 반기며 같이 지내고 싶어하는 존재는 점점 애완견이나 고양이“라고 그는 말한다.
고양이 와인 사업의 성공은 자발라 사장 본인도 놀랄 정도이다. 사업을 처음 시작하면서 그는 관심을 끌기 위해 트윗과 이메일을 수도 없이 했다. 그 모두가 과도한 홍보였다. 허핑턴 포스트에 그의 이야기가 실리면서 페이스북 공유가 4만4,000건에 달했다. 잡지 피플과 내셔널 지오그래픽 인터넷 판에도 기사가 올랐다.
그는 집 부엌에서 고양이 와인을 만들다가 주문이 밀려 직원들을 고용하고 더 큰 빌딩으로 옮겼다. 지난해 매출은 50만 달러.
펫 와이너리는 광고 세일즈를 하던 태린 남(31)이 지난해 7월 남자친구 카이 프레츠쉬너(37)와 함께 시작했다. 화학 전공자인 프레츠쉬너의 실험실에서 와인을 만들어 온라인과 40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펫 와이너리는 개박하에 연어 기름을 첨가해 와인을 만든다.
두 회사 모두 와인 사업을 개 시장으로 확대했다. 사실 고양이들은 고양이 와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고양이 주인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자발라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애완동물 용품협회의 로버트 베티어 회장은 “애완동물과 함께 와인을 마신다는 아이디어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지요. 고양이가 그 맛을 어떻게 느낄 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라고 미국 말한다.
고양이 와인 제조업체인 아폴로 피크의 브랜던 자발라 사장. 고양이를 키우는 그는 “어느 날 문득 고양이와 같이 와인을 마신다면 …” 하는 아이디어거 떠올라서 와인제조업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