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권 7개국 출신 의사 1만5천여명 활동
의대 신설 불구 미국내 배출 턱없이 모자라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이슬람권 7개국 출신 의사들이 미국으로 들어오지 못하면 농촌지역 등 미국 내 ‘의료 빈곤 지역’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8일 미국가정의학회(AAFP)에 따르면 시골 지역에서 이뤄진 의료행위의 42%는 외국 출신 의사들이 맡고 있다. 미네소타대학의 패트리샤 워커 박사는 “메인과 아이오와 주에서는 외국 태생 의사들을 접할 수 있다”면서 “그들은 하버드 의대 출신이 가지 않으려 하는 지역에서 진료를 해준다”라고 말했다.
현재는 입국 금지 대상 이슬람권 7개국 출신 의사 1만5,000여명이 미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란에서 9,000여 명, 시리아에서 3,500여명, 이라크에서 1,500여명이 왔다.
이란 출신의 종양전문의 후만 파르시는 원래 O-1 비자를 받아 이번 주부터 남가주 샌버나디노에서 진료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트럼프의 행정명령 탓에 비자 처리가 늦어지면서 자국에 발이 묶여 있다. 이에 대해 종양연구소의 리치 아가자니안 박사는 “개원도 못하고 있다. 우린 그를 간절히 필요로 한다”며 “의사 구하기가 어렵고 모두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은 2002년 이후 의과대학 31곳을 개설했으나 의사 수는 여전히 전국에서 태부족이다.
외국 의사들은 주로 가정의학, 소아과, 내과, 일반외과 전공자들로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인력들이다. 성형외과 전문의 등 도시에서 돈벌이를 잘하는 부류는 거의 없다.
외국 의사들이 의료 빈곤 지역에서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 대상자 등을 상대로 일정 기간 진료를 하면 체류 비자를 연장할 수 있다. 몇 년간 꾸준히 봉사하면 영주권을 딸 수도 있다. 미니애폴리스에서 일하는 시리아 출신 의사 나엠 무르키는 “물론 나쁜 사람들이 들어오는 걸 원치 않는다. 하지만 이건 최선의 방법이 아니다. 내가 떠나야 한다면 내 환자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