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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불멸의 비밀’ 찾아나선 실리콘밸리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7-01-20 11: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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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베팅 피터 틸

유전공학에 수천만 투지

수명 연장ㆍ불멸 기술 연구 

 “인간 생명 500세까지 가능”

DNA재조합ㆍ나노로봇에

뇌 기억 컴퓨터 이식도 고려

 “사회 역동성 해쳐 인류재앙”

 “최대 수명 115세” 연구 등

실현 가능성에 반론 봇물

캘리포니아주는 민주당의 철옹성이다. 캘리포니아 북부, 미국 첨단기술력의 상징인 실리콘밸리 사람들도 대부분 민주당 지지자이고 이번 대선에서도 힐러리 클린턴에 섰다. 그러나 지난 달 8일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페이팔’의 공동창업자로 페이스북 이사인 피터 틸은 미소를 지었다.

실리콘밸리 거부 중에 유일하게 트럼프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그는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찬조연설을 했고 후원금 125만 달러도 냈다. 월스트릿저널은 “트럼프의 예상을 뒤집는 승리는 틸의 베팅 능력이 얼마나 정확한지를 보여주는 또 한 번의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22억달러의 자산가인 틸은 이전에도 에어비앤비, 스포티파이 등의 초기 투자에 관여해 엄청난 이익을 거뒀다.

이런 투자의 귀재가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또 다른 분야가 있다. 바로 ‘영생(永生) 기술’이다. 그가 이끄는 벤처투자회사 ‘파운더스 펀드’는 단기적으로는 수명 연장, 장기적으로 불멸을 추구하는 SENS 등 유전공학 회사에 수천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영생불멸의 욕망은 이전부터 있었다.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997년 한 TV프로그램에 출연, “150살까지 살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 진시황은 ‘불로장생’의 영약을 얻기 위해 서시 일행을 한라산까지 보냈고, 서양에서도 15세기 교황 이노센트 8세는 어린 소년 3명의 피를 마셨다. 이들 모두 고인이 됐기 때문에 영생은 거부나 권력자의 허황된 욕망으로 분류되어 왔다.

그러나 현대 인류가 이룩한 기술혁신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에서는 과학적 접근을 통해 영생에 도전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정보기술(IT) 혁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쥔 실리콘밸리의 40, 50대 기업가들이다. 이들은 IT 기술만 접목하면 현재 의료기술 수준으로도 평균 수명 100세 이상이 가능하고 믿는다. 또 뇌과학, 분자생물학, 유전공학, 나노기술에 그들이 쌓은 부를 투입해 영생 기술을 확보하려고 노력 중이다.

소프트웨어 거물 래리 엘리슨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빌 마리스 전 구글벤처스 최고경영자(CEO)도 “인간 수명을 500세까지 늘릴 수 있으며, 영생을 추구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영국의 수명연장 전문가 오브리 드 그레이는 “이미 1,000년 수명을 누리게 될 아이가 지구상에 태어났을 것”이라며 “골동품 자동차처럼 적절하게 관리하면 영원히 우리 신체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IT 거부들의 자금이 쏟아지는 대표적 분야는 ‘유전자(DNA) 재조합’이다. 구글이 ‘수명연장 연구’를 위해 만든 ‘캘리포니아 생명회사’는 신시아 케넌 박사를 영입했다. 그는 유전자 조합으로 기존 개체보다 수명이 10배 늘어난 회충을 만들어 낸 인물이다. ‘DAF-2 유전자’의 기능을 억제해 회충의 수명을 연장시켰다. 케넌 박사는 “100세 이상 장수한 사람에게서 ‘DAF-2 유전자’ 돌연변이가 일반인에 비해 훨씬 빈번하게 관찰된다”고 말했다. 분자 생물학이 가까운 장래에 ‘젊음의 샘’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털 없는 ‘몰(Mall) 쥐’의 유전암호를 풀어내는 것에도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보기엔 흉측한 이 생명체는 암에 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반 쥐보다 10배나 오래 산다. 평균 수명이 30년이다. 땅속에서 서식, 산소 호흡량이 훨씬 적은 게 장수의 비밀로 추정되고 있다.

나노(10억분의1 미터) 수준의 소형 로봇 수백만대를 인체에 넣어 치료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구글의 공학부문 책임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2030년대쯤에는 나노로봇을 통해 인체의 면역수준을 분자수준에서 강화, 질병을 치료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커즈와일에 따르면 나노 로봇의 크기는 혈액세포 정도인데 알약 형태로 섭취할 수 있다. 혈액을 타고 인체를 돌며 약물과 호르몬을 정확하게 필요한 세포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줄기세포 연구에는 캐나다 억만장자 피터 나이가드의 후원이 두드러진다. 자신의 이름을 딴 여성의류 브랜드 ‘나이가드’로 갑부가 된 그는 어떤 세포로도 분화가 가능한 줄기세포 분야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또 자신의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 매년 네 차례 몸에 주입하고 있다. ‘3차원 프린터’기술로 인체 장기세포와 물, 영양물질을 혼합해 인조 장기를 만들어 내는 실험도 진행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정신을 기계에 이식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우리 뇌에 담긴 기억과 의식 등을 컴퓨터에 이식하는 게 최종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러시아의 억만 장자 드미트리 이츠코프가 대표적이다. 두뇌 속의 의식을 멀리 떨어진 ‘아바타’에게 전송하는 길을 찾아내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그는 “이 방법이 성공하면 내가 좋아하는 수많은 취미를 1만년 이상 즐기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구글의 커즈와일도 이에 동조한다. 2045년쯤이면 컴퓨터가 지능면에서 인간을 능가하기 때문에 인간과 기계가 융합되면 불멸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매일 우리 몸 세포의 대사를 관장하는 ‘큐-10’이라는 코엔자임 등 150개 물질을 섭취하는데, 97세가 되는 2045년까지 생존하기 위해서다.

물론 실리콘밸리 갑부들이 주도하는 ‘불멸의 기술’연구에 다양한 반론과 부작용 우려가 제기된다. 일단 실현 가능성부터 도전 받는다. 뉴욕주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AECM) 연구진은 최근 한계수명에 대한 연구 결과, 인간이 기대할 수 있는 최대 수명은 115세라고 발표했다.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인류사회 발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장도 많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수명의 대폭 연장은 인류 전체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조철환 기자>

‘영생불멸의 비밀’ 찾아나선 실리콘밸리
‘영생불멸의 비밀’ 찾아나선 실리콘밸리

래리 엘리슨(오른쪽 위ㆍ오라클 CEO), 세르게이 브린(오른쪽 아래ㆍ구글 공동창업자) 등 미국 실리콘밸리 갑부 중 일부는 ‘영생불멸 기술’에 도전하기 위해 거금을 쏟아 붓고 있다. 왼쪽은 영생불멸 기술을 다룬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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