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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 벗어나자 검은 손길이 덮쳐왔다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7-01-16 10:05:28

세계,난민촌,시리아,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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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구분 없이 수용 돼

성폭력 위협 무방비 노출

잠금장치조차 없는 환경

희롱 시달리다 우울증도

지난해 11월 그리스 테살로니키의 시리아 난민촌 바실리카(Vasilika) 캠프에서 만난 파트마(29)는 유선염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10개월 전 시리아 알레포를 탈출한 파트마는 샤워시설은 커녕 화장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열악한 난민촌을 전전하며 두 번째 아들을 낳았고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모유수유를 하다 유선염에 감염되고 말았다. 임신 3개월째인 파트마는 “둘째는 꼭 오스트리아에서 낳고 싶었다”며 한숨을 지었지만 난민촌을 빠져나갈 길은 아직도 막막하다.

파트마와 같은 시리아 난민 여성들의 현실이 열악하다 못해 비참한 수준이다. 난민촌의 비위생적인 환경에 따른 질병뿐 아니라 크고 작은 성범죄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과 12월 그리스 테살로니키와 히오스 섬의 난민촌에서 시리아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카메라에 담았다.

올해로 6년째에 접어든 시리아 사태는 1,100만명 이상의 난민을 만들어냈다. 지난 해 3월 채결된 유럽연합(EU)과 터키의 난민송환협정으로 독일 등 유럽국가로 향하는 동부 지중해 경로가 봉쇄되면서 6만여명의 난민이 그리스에서 발이 묶였다. 

바닷길이 막히자 육로를 통해 터키에서 그리스로 넘어오는 시리아 난민은 점점 늘고 있다. 이들은 이도메니 또는 폴리카스트로 등지에서 스스로 난민촌을 형성하거나 테살로니키와 히오스섬 등에 조성된 난민촌으로 옮겨와 기약 없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그리스가 유럽으로 향하는 길목이다 보니 시리아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알제리, 파키스탄, 아프리카에서 난민이 몰리고 인종과 국적을 시비로 한 폭력사태와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잇다는 사실이다. 전체 난민 중 여성의 비율은 22% 정도에 불과하지만 남녀 구분 없이 한꺼번에 수용되면서 난민촌 내 성범죄의 빈도가 특히 높다.

테살로니키의 난민촌 중 하나인 데르베니(Derveni)캠프에서 만난 여성들은 “아프가니스탄과 알제리 출신 남성들이 여성을 상대로 성희롱을 일삼고 밤이면 술을 마시거나 마약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주거용 텐트나 컨테이너의 잠금 장치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 화장실과 샤워장이 텐트에서 떨어져 있는 점도 범죄 가능성을 높인다. 난민들을 위한 무료 셔틀 버스의 경우 매번 승객이 몰리면서 원치 않은 신체접촉이 발생한다. 히오스 섬의 난민촌 수다(Sou-da)캠프에서 만난 한 여성은 “여자들과 신체접촉을 하기 위해 하루 종일 버스를 타고 있는 남자도 있다”고 말했다.

난민촌에서는 가정폭력도 빈번하다. 폭력의 피해자는 역시 여성, 그러나 대부분 문화적, 종교적 이유로 공개를 꺼린다. ‘생존을 위한’ 성매매 유혹에 빠지거나, 남편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시리아를 빠져 나온 여성들 중에는 주변의 성희롱에 시달리다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난민 생활이 길어지면서 난민촌 내에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현실도 안타깝다. 척박한 환경으로 인해 질병에 걸리거나 심지어 유산을 하는 경우도 있다. 난민촌 내 여성들이 상황은 점점 열악해지고 있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유산을 한 후 그리스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단 이틀 만에 퇴원 조치를 당한 여성들도 부지기수다.

전쟁으로 인해 행복한 가정이 무너지고 난민신세로 전락한 시리아 사람들, 포탄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 조국 대신 희망의 땅 유럽을 택했지만 유럽의 관문에 이르자 또 다른 위험과 척박한 삶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정은진 프리랜서 사진기자>

폭격 벗어나자 검은 손길이 덮쳐왔다
폭격 벗어나자 검은 손길이 덮쳐왔다

#1 남자들 틈에 끼어 그리스로:=그리스 히오스 섬 내 난민 캠프와 병원 등을 오가는 셔틀버스 안, 한 난민 여성이 남자들 틈에 앉아 있다. 난민들 중엔 항상 붐비는 이 무료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 다니는 여성이 많다. 다른 남성들과의 신체접촉을 피하기 위해서다. 난민 여성들은“여성과 신체접촉을 하기 위해 일부러 하루 종일 버스를 타거나 버스 안에서 휴대전화로 음란물을 보는 남성들도 있다”고 전했다.

폭격 벗어나자 검은 손길이 덮쳐왔다
폭격 벗어나자 검은 손길이 덮쳐왔다

#2 천막은 불안하기만:=테살로니키의 난민촌 바실리카 캠프에서 한 시리아 난민 여성이 유모차 속 아기를 돌보고 있다. 그리스 내 시리아 난민촌에서는 임신을 하거나 갓 출산한 산모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폭격 벗어나자 검은 손길이 덮쳐왔다
폭격 벗어나자 검은 손길이 덮쳐왔다

3# 포기할 수 없는 것:-시리아 난민 위살(32세 가운데)씨가 자녀들과 함께 히오스 섬의 난민촌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녀는 자신을 비롯해“난민촌 내 모든 여성이 남자들로부터 언어적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격 벗어나자 검은 손길이 덮쳐왔다
폭격 벗어나자 검은 손길이 덮쳐왔다

#4 성폭행 위기를 넘기고: =4살짜리 아들과 함께 시리아 알레포를 탈출한 마야(가명,24세)씨는 지난 10월 말 히오스 섬에 도착했으나 알제리 출신 난민 남성에게 성폭행 당할 뻔 한 뒤 NGO 의사들의 도움으로 시내 한 호텔로 옮겨와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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