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낮춰도 안팔리던 집 스테이징 후 팔려 ‘위력 체감’
올해 집을 직접 사고 판 우리 이웃들에게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주택 시장이 여전히 회복중이라는데 혜택은 좀 있었을까? 부동산면을 장식하는 공식적인 뉴스보다도 우리 이웃들이 집을 사고파는 이야기가 더 궁금할 때가 있다. 올해 뉴욕타임스에 소개돼 화제를 모았던 리얼 스토리들을 다시 돌아본다.
‘드림 홈’이 악몽이 될 줄이야
‘고져스!’(Gorgeous). 스티브·미셸 힉스 부부가 2012년 뉴저지주 밀번에 장만한 집을 처음 보러 와서 지른 탄성이다. 1년반 동안 무수히 많은 집을 보러 다니고 번번이 오퍼 경쟁에 밀리면서 봐야 했던 쓴맛이 감격으로 보상되는 순간이었다. 이미 오퍼 경쟁에서 여러 차례 실패한 경험이 있어 큰 기대 없이 오퍼를 제출했다.
65만달러짜리 가격표가 붙은 매물에 부부는 그냥 65만달러를 적어서 오퍼를 제출했다. 그런데 다른 셀러 같으면 여러 조건을 따져서 카운터 오퍼를 했을텐데 이번 셀러는 달랐다. 부부가 적어낸 오퍼를 그냥 그대로 수락한 것. 부부는 그간의 고생을 보답받는 것 같은 느낌에 기뻤지만 동시에 뭔가 찜찜한 여운도 남았다.
주택 구입절차를 서둘러 마치고 입주를 완료하자마자 문제가 하나, 둘씩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창틀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위험한 상태였고 전기 배선 역시 엉망으로 화재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부부가 이집을 구입하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였던 지하실 탱크리스 워터 히터는 우연의 일치처럼 이사와 함께 작동을 멈췄다. 악몽의 하이라이트는 그해 겨울 단열이 불량한 수도관이 얼어 붙어 샤워실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것.
물론 여느 바이어처럼 홈 인스펙션 과정을 거쳤지만 직접 살아보기 전에는 발견할 수 없는 문제들이 대부분 동시 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부부는 주택 구입 가격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을 수리비와 리모델링비로 쏟아붓고 있다.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가 있을 때는 집을 잠시 나와 있어야 하는 불편함은 비용으로 따질 수 없다. 남편 스티브 힉스는 “신뢰할 수 있는 홈 인스펙터 업체 선정이 첫 주택 구입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만약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이 실시된 주택을 구입한다면 적절한 승인이 실시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40 스퀘어피트짜리 주거 공간
초소형 주택 마이크로 주택이 주택 시장의 트렌드를 이끈 한해였다. 날로 치솟는 주택비용의 대안으로 규모가 작은 주택이 인기를 끌었다.
올해 뉴욕에서 약 40 스퀘어피트짜리 공간을 임대해 살아가는 청년의 이야기가 소개돼 화제였다. 주인공은 올해 25세 뮤지션인 잭 레히.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큰 꿈을 품고 뉴욕으로 올라온 레히는 뉴욕의 살인적인 아파트 고임대료에 과연 견딜 수 있을 까라는 고민이 앞섰다. 그러던 중 전 여자친구가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의 옥탑방을 소개하면서 고민이 해결됐다.
여러 시설이 부족하지만 혼자 살아가기에 큰 문제가 없는 이 옥탑방의 임대료는 한달에 약 450달러이다.
욕실과 주방 시설을 같은 건물 입주자 7명과 공동 사용하는 불편함만 감수한다면 뉴욕 어느 곳에서도 구경할 수 없는 임대료 시세다. 40 스퀘어피트짜리 방은 마치 한국의 고시원을 연상케 한다. 어쩌면 고시원보다도 더 작을 수도 있는 공간에 들어가는 것은 소파용 침대 하나와 여행용 가방 하나 분량의 물품들. 과연 내년에도 이 같은 마이크로 주택의 트렌드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큰 관심사다.
나이가 들어도 소형 주택이 좋아
이번에도 초소형 아파트와 관련된 스토리다. 그런데 주인공은 젊은 입주가 아닌 은퇴를 앞두고 있는 부부다. 부부가 지금 초소형 아파트에 살게 된 이유는 변변한 직장이 없어서도, 모아둔 재산이 없어서도 아니다.
단지 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 오기 위해 큰 집에 대한 부질없는 미련을 포기했다. 비키 벰, 글렌 콜맨 부부는 시카고 출신이지만 뉴욕으로 이사 온지 20년이 넘는 반 뉴요커다.
부부는 허드슨 강과 인접하고 각종 아기자기한 숍이 즐비한 글린위치 빌리지 지역에 꽂혀 초소형 아파트를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부부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크기는 약 350 스퀘어피트. 같이 사는 자식이 없다고 해도 2명이 거주하기에는 다소 작은 감이 없지 않은 크기다. 부부는 뉴욕에 처음 발을 디딘 1996년 브루클린 보럼 힐에 위치한 1층 아파트를 보금자리로 시작했다.
2년 뒤 인근에 1840년 지어진 4층짜리 타운하우스를 장만했다가 팔고 4년 뒤 맨해턴에서의 도심 생활이 시작됐다. 도심 생활을 처음 맛본 부부는 곧 도심 생활에 푹 빠지기 시작했고 도심에서, 그것도 현재 살고 있는 그린위치 빌리지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
부부는 “전에 살던 집에 비하면 엄청나게 작은 집에 살고 있다”며 “그러나 동네 전체가 마치 우리집 정원 같다는 느낌에 전혀 작게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만족해했다.
스테이징은 선택이 아닌 필수
집을 팔 때 스테이징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초에 소개된 스테이징 성공 사례가 독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스테이징은 순수하게 집을 팔기 위한 목적의 주택 장식을 의미한다. 불편한 시설을 뜯어 고치는 리모델링과 다르게 겉보기에 좋게만 꾸미는 실내 디자인 기법이다. 스테이징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집이 팔린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셀러들 중에는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프랜 사로, 데이빗 웨이트 부부 역시 처음엔 리스팅 에이전트의 스테이징 권유를 정중히 거절했다. 대신 약 4만5,000달러를 들여 카펫을 나무 마루로 교체하는 공사와 실내조명 장식 교체 등 일반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실시했다.
스테이징을 실시하는 것은 끝내 고사한 부부는 그동안 정성껏 모아서 장식한 장식품들을 스테이징을 위해 치워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고, 바이어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집을 내놓을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한 부부는 지난 2014년 6월 집을 약 185만달러에 내놓았다. 6개월 동안 무려 100여 차례 넘게 집을 보여줬지만 오퍼가 단 한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가격을 165만달러로 대폭 내렸지만 허탈한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부부는 결국 그해 겨울 집을 파는 일을 잠시 중단하기로 했다.
대신 리스팅 에이전트의 ‘명령’ 대로 스테이징을 실시하기로 했다. 에이전트가 소개한 스테이징 업체 대표가 집을 방문해서 처음 한 조언은 실내 장식이 절충적이라는 것이다.
좋게 말해서 절충적이지 시대와 디자인 주제가 일관성이 없어 혼란스럽다는 뜻이 숨어 있었다. 부부는 스테이징 업체의 조언대로 우선 집안을 비우기 시작했다. 약 2만6,000달러의 비용을 들여 전문 스테이징이 하나씩 실시되기 시작했다.
부부는 스테이징이 끝나고 이번에는 약 149만5,000달러에 집을 다시 내놓았다. 오픈 하우스가 처음 실시되는 날부터 집을 보러 온 바이어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곧 오퍼가 줄줄이 날아들었다. 결국 부부가 바이어들간 오퍼 경쟁을 즐기는 사이 구입 거래가격이 약 180만달러로 치솟았다. 집을 팔 때 홈스테이징의 위력이 여실히 증명된 실제 사례다. <뉴욕타임스·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