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밖으로 전송되지 않아
필요 시 생체인증 일시 해제
비밀번호가 더 위험할 수도
공항서 생체정보 제공 주의

지문이나 얼굴과 같은 생체정보가 대규모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돼 자칫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생체정보는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고유한 신체적 특징인 만큼, 한번 유출되면 비밀번호처럼 쉽게 변경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불안이 크다. 이 같은 불안 때문에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에 개인정보를 최대한 제공하지 않으려는 사용 습관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개인정보가 기기 밖으로 전송되지 않도록 하면서도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안전하지 않은 사용 습관일 수 있다.
■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 생체정보 직접 보관하지 않아
애플과 구글의 주요 모바일 기기는 지문이나 얼굴 등 생체정보를 기기 내 보안 영역에 저장하고, 외부 서버로 전송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생체정보를 처음 등록한 기기에만 저장하고, 해당 기기의 보안 영역에 별도로 보관하도록 운영체제를 설계했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을 바꿀 때 대부분의 앱과 설정은 다른 기기로 옮길 수 있지만, 지문이나 얼굴인식 정보는 새 기기에서 다시 등록해야 한다.
이 같은 보안 방식은 보안 전문가들의 검토에서도 신뢰성을 인정받아 왔다. 글로벌 정보보안 연구 및 자문 기업 시큐로시스의 리치 모걸 ‘최고경영자’(CEO)는 “지금까지 이들 시스템에 저장된 생체정보를 탈취하는 데 성공한 공격 사례를 보지 못했다”며 “생체정보를 암호화된 코드로 변환해 특정 기기에 연결하는 애플의 방식은 한층 강화된 보안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설령 정보를 빼내는 방법을 찾아내더라도 다른 기기에서 이를 사용할 수 없고, 원래의 지문이나 얼굴 정보를 복원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 비밀번호 사용이 더 위험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은 생체인증을 통한 기기 잠금 해제 방식 대안으로 사용되는 비밀번호의 현실적인 한계를 자주 지적한다. 스마트폰과 비밀번호 관리 프로그램은 자주 잠금을 해제해야 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길고 복잡한 비밀번호를 설정하기보다는 쉽게 기억하고 입력할 수 있는 짧은 비밀번호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애플과 구글의 도난 방지 기능도 생체인증을 추가 보안 수단으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을 훔친 사람이 기기의 비밀번호만으로 사용자의 계정을 함부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보안을 강화한다.
■ 특수 상황에선 생체인증 잠시 해제
생체인증을 통한 잠금 해제와 관련, 경찰이나 다른 정부기관 관계자가 기기를 압수한 뒤 잠금 해제를 요구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많다. 법원은 수정헌법 제5조의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이나 증거 제출을 거부할 권리’(Protection Against Self-Incrimination)에 따라 비밀번호나 패스키 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 권리가 지문이나 얼굴인식 등 생체인증에도 적용되는지를 놓고는 법원마다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이 때문에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은 시위에 참여할 때 스마트폰의 생체인증 기능을 미리 꺼둘 것을 권고한다. 경찰이 물리적인 힘을 써서 강제로 잠금을 해제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이 경우 스마트폰은 비밀번호로만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 시위 현장에서는 암호가 쉽게 노출될 수 있으므로, 평소보다 비밀번호를 더 길고 복잡하게 설정해 다른 사람이 알아채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안전하다.
■ 공항 출입국 시에도 일시 사용 중단
국제공항을 통한 출입국 과정에서도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기기 잠금 해제를 거부하면 세관 당국이 추가 검사를 위해 기기를 압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민권자가 해외에서 귀국하는 경우에도 이러한 위험이 제기된다.
애플과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에는 몇 가지 간단한 조작만으로 생체인증 기능을 일시적으로 비활성화하는 방법이 있다.
아이폰 사용자의 경우, 양쪽 버튼(음량 버튼 하나와 전원 버튼)을 동시에 2초간 꾹 눌러 ‘긴급 구조 요청’(Emergency SOS) 화면을 띄운 뒤 바로 ‘취소’를 누르면 된다.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생체인증을 일시적으로 끌 수 있다. 삼성 갤럭시에서는 음량 낮추기 버튼과 전원 버튼을, 구글 픽셀에서는 음량 높이기 버튼과 전원 버튼을 함께 누른 뒤 ‘잠금’(Lockdown)을 선택하면 된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기기, 맥 컴퓨터는 재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생체인증이 자동으로 비활성화된다. 다시 기기를 사용하려면 비밀번호나 암호를 입력해야 한다.
반면 ‘윈도우 헬로’(Windows Hello)에는 기기를 재시작한 뒤 반드시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설정하거나 생체인증을 일시적으로 끄는 기능이 없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 측은 재시작하거나 로그아웃한 뒤, 계정을 전환한 뒤 또는 장시간 기기를 사용하지 않은 뒤에는 얼굴이나 지문을 인식하기 전에 비밀번호를 자주 입력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윈도우 헬로의 보안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 정부기관 요구 피할 수 없어
수천만 명이 ‘교통안전청’(TSA)의 신뢰 여행객 프로그램인 TSA 프리체크, 터치리스 TSA 프리체크, 글로벌 엔트리에 가입하면서 생체정보를 제공하고 이용료를 지불했다. 생체정보 기반 신원 확인 서비스인 ‘클리어’(Clear)에 비용을 지불한 사용자는 더 많다.
이들 서비스는 모두 선택 사항이지만, 상당수 공항 등 국경에서는 생체정보 제공을 피할 수 없다. ‘유럽연합’(EU)은 새로운 ‘출입국 시스템’(EES)을 도입해 여권에 입출국 도장을 찍는 대신 생체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도 이미 수년 전부터 비자 신청자에게 생체정보 제출을 요구해 왔다.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단속 과정에서 얼굴인식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설정을 바꾸거나 특정 앱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정부기관의 생체정보 활용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잠금 해제 방식을 변경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