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스웨덴 등 대형마켓
강제 해동에 식품 폐기 속출
“누가 왜?”… 범인 오리무중
유럽 7개 국가에서 수퍼마켓 냉장고와 냉동고가 잇따라 해킹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장 식량 안보가 위협받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해킹 공격이 계속될 경우 식품 폐기 등 기업들이 받는 타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스웨덴, 에스토니아, 아일랜드, 핀란드, 네덜란드 등 유럽 7개 국가에서 식료품 유통 업체들의 냉동·냉장 시스템이 해킹 공격을 받았다. 지난달 13일 프랑스에서 발생한 해킹 사건과 같이 냉장고의 ‘강제 해동’ 기능을 켜는 수법이 사용됐다. 당시 프랑스에선 약 700개 매장에서 냉장고 온도가 치솟았고 일부 기기에선 화재도 발생했다.
벨기에 마켓 체인 델레이즈는 지난 1일과 2일 사이 벨기에 전역 약 40개 매장과 인접국인 룩셈부르크 일부 매장에서 문제가 발생해 냉장·냉동 시설의 온도가 치솟았다고 밝혔다. 벨기에 전역의 카르푸 매장 15곳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델레이즈의 냉동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브코벨의 스테판 무엘란스 최고경영자(CEO)는 “새벽 1시부터 기술자들을 동원하기 시작했다”며 “밤새 영향 받은 설비의 연결을 해제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마켓 체인인 ICA와 쿠프도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한 ICA 매장 관리자인 엥글라 잉발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해킹 공격은 오전 2시쯤 발생했지만 몇 시간 뒤에야 알아차렸다”며 “모든 것이 파괴됐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도 최소 17곳, 아일랜드에서도 약 13곳의 마켓이 해킹 공격을 받았다.
향후 이 같은 해킹 공격이 전자 오븐과 세탁기, 난방시스템 등에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커지고 있다. 크리스토프 한센 유럽연합(EU) 농업·식량 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해킹 공격이 “유럽의 식품 공급망을 교란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손상시키려는 의도적인 시도”라고 지적했다.
각국이 수사에 들어갔지만 배후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해킹 공격 이후 기업들에 돈을 요구하거나, 정치적 동기를 가진 핵티비스트(정치 해커) 집단이 범행을 자처하고 나서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러시아 등 특정 국가가 연계됐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카트린 에거스 벨기에 사이버보안센터 대변인은 로이터에 “공격 배후는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며 “모든 정보기술(IT) 시스템이 잠재적으로 취약하며 인공지능(AI)이 약점 공략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격자들이 악성코드를 사용하지 않는 등 해킹 수법 자체가 비교적 단순하다는 점도 추적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사이버 보안 기업 소포스의 레이프 필링 위협정보담당 선임이사는 가디언에 “범죄 현장에 무기의 흔적이 남지 않은 것으로, 마치 지문이 묻지 않도록 고무장갑을 끼고 스위치를 조작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