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가주 무차별 단속 논란
범죄피해자·증인 출석 기피
주 검찰, 연방정부에 소송
“사법제도 마비 불법 행위”
캘리포니아주 법원 안팎에서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되는 이민자들이 급증하면서 법정에 출석해야 하는 범죄 피해자와 증인들까지 법원을 기피하는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LA에서는 불법체류 신분의 범죄 피해자들이 추방을 우려해 증언을 거부하면서 살인미수 등 중범죄 혐의가 취하되는 사례까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캘리포니아주 법무부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5월 법원 주변의 이민 단속을 확대하도록 지침을 변경한 이후 1년간 주 전역 법원 안팎에서 이뤄진 ICE의 월평균 체포 건수가 이전보다 6배 이상 급증했다. 단속은 LA와 샌디에고 등 대도시는 물론 샌버나디노, 프레즈노와 북가주 농촌 지역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에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지난달 15일 ICE와 연방 국토안보부(DHS)를 상대로 법원 주변의 민사 이민법 위반 혐의 체포를 중단시키기 위한 소송을 LA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출범 이후 캘리포니아주가 연방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100번째 소송이다.
ICE 요원들의 단속은 법원 건물 내부 복도와 로비, 출입구, 주차장 등에서 이뤄지고 있다. 일부 요원들은 사복 차림으로 신분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법원 출석자를 기다리다가 체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법정에서 재판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을 뒤따라가 체포하거나, 법정에 도착하기도 전에 신병을 확보하는 사례도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ICE 요원들이 며칠 동안 법원 주차장에 머물면서 출석자들을 감시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문제는 체포 대상이 형사사건 피고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정부에 따르면 ICE의 법원 단속 지침은 범죄 피해자와 증인, 민사소송 당사자는 물론 가족을 동행하거나 일반적인 법원 업무를 보러 온 사람들까지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LA의 한 형사사건에서는 불법체류 신분의 피해자들이 법원에 출석했다가 ICE에 체포될 것을 우려해 증언을 거부하면서 살인미수와 폭행 혐의가 취하됐다고 주정부는 밝혔다.
또 다른 절도 사건에서도 피해자가 법정 출석을 거부하면서 검찰이 추가 징역형 없이 사건을 마무리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정폭력 피해자나 성범죄 피해자 등 신분 노출을 우려하는 취약계층이 법원을 찾지 못할 경우 범죄 수사와 기소, 피해자 보호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사법위원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주 전역의 법원에서 ICE 단속 관련 사건 34건이 보고됐으며, 이 과정에서 30명이 민사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7월에도 28건의 단속과 28건의 체포가 보고됐다. LA타임스가 인용한 사법위원회 자료에는 8월 19명, 9월 14명이 추가로 체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7월 체포 인원은 집계 자료에 따라 28명 또는 29명으로 차이가 있다.
이러한 단속은 지난 6월 연방법원이 ICE의 기존 법원 단속 확대 지침을 무효화한 이후에도 계속됐다.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의 P. 케이시 피츠 판사는 당시 ICE가 법원 주변의 민사 이민 단속을 확대하도록 한 지침을 무효화했다. 그러나 연방정부가 항소한 가운데 캘리포니아 법원에서는 체포가 이어졌고, 주정부는 실질적으로 유사한 단속 정책이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타 장관은 이번 소송에서 ICE의 법원 단속이 연방 행정절차법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주정부의 사법권과 경찰권을 보장하는 연방헌법 수정헌법 제10조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특히 범죄 피해자와 증인들이 체포를 우려해 출석을 포기하면 주정부가 형사사건을 정상적으로 기소하고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ICE는 법원 주변 단속이 체포 대상자의 출석 장소와 시간을 파악할 수 있는 합리적인 집행 방식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백악관 역시 캘리포니아주의 잇따른 소송을 비판하며 행정부의 정책들이 법원에서 적법성을 인정받아 왔다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