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관호 강북삼성병원 외과 교수
유방암 생존율 90% 넘어 삶의 질 주목
수술 후 흉터와 유방 변형에 심리적 부담
로봇수술로 절개·정상조직 손상 줄여
유방암은 이제 5년 생존율이 90%를 넘는 암이 됐다. 많은 환자가 치료를 마친 뒤 수십 년을 살아간다. 이에 따라 치료의 목표도 단순히 생존율을 높이는 데서 나아가 치료 후 삶의 질을 지키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치료 이후의 삶에서 흔히 간과되는 것이 마음의 건강이다. 유방암 환자는 일반인보다 우울증을 겪는 비율이 높다. 연구에 따라 환자 3명 중 1명꼴로 우울 증상을 경험한다는 보고도 있다. 원인 중 하나는 수술 후 달라진 몸이다. 유방은 여성에게 단순한 신체 부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샤워를 마치고 거울 앞에 설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흉터는 암 진단과 수술의 기억을 되살린다.
치료는 끝났어도 암으로 인한 심리적 상처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흉터나 함몰된 유방 때문에 수영장과 대중목욕탕을 피하고, 옷을 고를 때도 몸을 가리는 데 신경 쓰게 된다. 일상의 작은 즐거움을 하나둘 포기하다 보면 위축감과 상실감이 쌓여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과거 유방암 수술은 유방과 가슴 근육, 겨드랑이 림프절까지 광범위하게 제거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진행된 대규모 연구를 통해 종양 부위만 부분 절제하고 방사선치료를 병행하는 ‘유방 보존술’이 적절히 선택된 환자에서 유방전절제술과 생존율에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현재 국내 유방암 수술의 약 3분의 2가 보존술로 시행된다.
다만 기존 유방 보존술은 종양 바로 위 피부나 유륜 주변을 절개하고, 림프절 검사를 위해 겨드랑이를 추가로 절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종양이 클수록 절개선도 길어지고, 조직을 제거한 부위가 꺼지면서 유방이 함몰되거나 비대칭이 생길 수 있다.
‘로봇 유방 보존술’은 이러한 흉터와 변형을 줄이기 위한 수술법이다. 팔을 내리면 잘 보이지 않는 겨드랑이 옆쪽에 3~4㎝가량의 절개 창 하나를 만들고, 이를 통해 림프절 검사와 유방 부분 절제를 함께 시행한다. 확대된 3차원 영상과 손목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는 정밀 기구를 활용해 작은 절개창으로도 유방 안쪽까지 접근할 수 있다. 유방 피부에 직접 절개선을 남기지 않아 흉터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확대된 시야에서 종양 주변 조직을 정밀하게 절제하고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면 유방의 함몰이나 변형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절개 범위가 작아 수술 후 통증과 회복 부담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 환자 상태와 회복 경과에 따라 수술 다음 날 퇴원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수술 방법이 달라져도 암 치료의 원칙은 그대로라는 점이다. 종양을 충분한 절제연과 함께 제거해야 하며 수술 후 방사선치료와 필요한 약물치료 역시 기존 유방보존술과 동일한 원칙에 따라 시행한다. 로봇 수술은 ‘덜 떼는 수술’이 아니라 ‘암 치료의 원칙을 지키면서 흉터와 변형을 줄이려는 수술’이다.
다만 로봇 유방 보존술은 고도의 숙련도가 필요한 수술이다. 좁은 공간에서 로봇을 정밀하게 조작해야 하고, 종양을 손으로 직접 만져볼 수 없어 수술 중 초음파를 활용해 위치와 경계를 확인해야 한다. 로봇 수술과 초음파에 모두 충분한 경험을 갖춘 집도의가 필요한 이유다. 같은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집도의의 숙련도에 따라 수술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절제한 조직의 가장자리에 암세포가 남아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과정도 필수적이다.
모든 환자가 로봇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유방 보존술이 가능한 환자 중 종양이 하나이고 피부와 충분히 떨어져 있는 경우 등에 고려할 수 있다. 반면 종양이 피부나 유두를 침범했거나 병변이 넓게 퍼진 경우, 염증성 유방암 환자에게는 기존 수술법이나 유방전절제술이 더 적합할 수 있다. 로봇 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어서 비용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수술 전 영상검사 결과와 환자 상태를 바탕으로 주치의와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수술 결과는 환자가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가는 것’이다. 암 치료의 안전성과 효과를 지키면서도 수영장과 목욕탕을 찾는 평범한 일상까지 되찾을 수 있도록 유방암 수술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박진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