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IPO 신고서에
AI의 빛과 그림자 제시
인간 통제 벗어난 AI의
‘인류 생존 위협’도 경고
8천억불 인프라투자 부담
IPO, 수익성 입증 관건
인공지능(AI)이 인류에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지만, 암과 알츠하이머병 같은 난치병을 치료하고 경제성장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도 있다. AI 기업 앤트로픽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제시한 미래다. 특히 증권신고서 전체 분량의 4분의 1을 AI의 위험을 경고하는 데 담았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시 원칙을 따른 것이라 해도 이례적이다.
■앤트로픽이 상장서류에 그린 미래
지난 26일 연방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앤트로픽의 증권신고서(S-1)를 보면, 회사는 약 400쪽 분량의 서류 중 94쪽을 ‘위험 요인’ 설명에 할애했다. 고도로 발달한 AI가 오용되거나 무기화되고 인간 통제를 벗어나 작동하면 인류에게 재앙적이거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겼다.
특히 AI가 인간의 의도와 어긋나 독자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이른바 ‘정렬 실패’를 주요 위험으로 꼽았다. AI 모델이 시험 환경에서 작동 중단에 저항하거나 정보를 숨기고 조작하는 행동을 보였으며, 협박과 기만을 동원해 작동을 유지하려는 사례도 관찰됐다는 게 근거다. 안전장치를 도입했지만 모든 위험을 차단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는 점도 인정했다.
악용 가능성도 거론했다. 중국 정부 지원을 받는 것으로 의심되는 해킹 조직이 지난해 9월 앤트로픽의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를 이용해 기업과 정부기관 등 30여 곳에 침투하려 한 사례다. 화학·생물학·방사능·핵무기 개발에 AI가 악용될 위험도 경고했다.
반면 AI가 가져올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도 내놨다. 앤트로픽은 AI를 인류 역사상 가장 중대한 기술 중 하나로 평가하며 과학 발전을 가속화해 수십 년 걸릴 연구 성과를 수년 만에 달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장 큰 기대를 거는 분야는 의료다. 앤트로픽은 AI가 암과 알츠하이머병, 심장질환, 희귀 유전질환, 주요 감염병 등 인류를 오랫동안 괴롭혀 온 질병의 치료법을 찾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앤트로픽은 AI가 유전자 편집 도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분자 기계를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준 사례도 소개했다.
경제적 효과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앤트로픽은 AI가 지식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고 신소재 개발과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을 앞당길 것으로 전망했다. 2031년까지 AI 투자에 따른 누적 세계 경제 파급효과가 22조5,00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시장조사기관 IDC의 분석을 인용해 전망했다.
■앤트로픽 IPO 성공 전망은
월가에서는 앤트로픽이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려면 대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메울 수익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앤트로픽의 상장은 AI 기술이 투입된 자금을 정당화할 만큼 수익을 창출할지를 평가하는 중대한 시점에 이뤄진다”고 진단했다. 이에 앤트로픽은 14배의 매출 상승과 함께 엔비디아에 맞먹는 1인당 매출, 원가라고 할 만한 토큰(AI 서비스 사용량 단위) 비용 40% 감축 등 내실을 내세웠다.
앤트로픽은 26일 SEC에 제출한 상장신고서에서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업체와 맺은 투자계약 규모가 예상보다 클 수 있음을 인정했다. 앤트로픽은 관련 계약 규모가 8,000억 달러 이상이며 투자 기간은 2045년까지 이른다고 밝혔다. 회사는 신고서에서 “언뜻 보기에 무책임할 정도로 커 보일 수 있다”면서도 “대담하지만 합리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자평했다.
앤트로픽은 컴퓨팅(연산 자원) 파워 부문에서 브로드컴과 가장 큰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브로드컴은 구글의 AI 칩인 텐서처리장치(TPU)를 공동 개발해 이를 앤트로픽에 임대하는 내용으로 5년간 1,61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앤트로픽은 또 AMD 칩 시스템에도 200억 달러 이상 투입하기로 했다며 이를 두 배까지 늘릴 수 있는 권리도 보유했다고 밝혔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도 앤트로픽에 10년간 최소 2,694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을 제공한다. 구글·아마존·MS와의 계약은 사용량과 무관하게 지급해야 하는 사실상의 고정비다. “결국 돈은 앤트로픽이 아니라 구글과 아마존이 버는 것 아니냐(야후 파이낸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9월 1,830억 달러에 머물다가 올 5월 9,650억 달러로 급증한 앤트로픽의 기업가치는 하반기 들어 더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14일 열린 앤트로픽의 설명회에서도 일부 투자자들은 회사의 기업가치를 1조5,000억 달러 수준으로 낮췄다.
이에 앤트로픽은 수익을 확보하기 시작한 최근 상황을 내세웠다. 앤트로픽은 공시 서류에서 “올해 6월30일로 마감된 3개월 동안 당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68% 성장한 반면 컴퓨팅 및 인프라 비용은 300%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상반기로 넓혀봐도 매출은 162억8,6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억6,000만 달러보다 14배 이상 성장했다. 영업손실도 이 기간 21억4,000만 달러에서 6억9,300만 달러로 68% 감소했다.
일회성 장부상 평가 손실을 제외한 조정 영업이익은 16억1,800만 달러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반기 기준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앤트로픽은 최신 모델 ‘클로드 오퍼스 5.5’를 통해 작업당 토큰 비용을 기존 모델 ‘클로드 오퍼스 5’ 대비 40%가량 감축했다고도 보고했다. 9월 말 기준 지난 12개월간 직원 1인당 66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엔비디아의 1인당 매출인 700만 달러에 육박하는 수치다.
앤트로픽은 이번 IPO를 미국뿐 아니라 일본, 영국, 스위스, 호주, 캐나다, 유럽경제지역(EEA) 일부 국가에서도 진행할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미즈호파이낸셜그룹과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 산하 증권사 등이 IPO 공동 인수단으로 참여하면서 일본 투자자들의 청약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앤트로픽은 한국에 대해 “한국 내 공모를 위한 자본시장법상의 등록 절차를 밟지 않았으며 한국에서의 주식 판매는 사모 등 관련 법령이 허용하는 방식으로 제한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