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서 올해 최소 47건 차질
코어위브발 자금조달 불안 고조
전력난에 임차계약 철회 이어져
AI 칩 설계 변경 인한 비용 추가
주민 반발에 정부 규제도 강화돼
“빚으로 성장한 취약성 드러나

인공지능(AI)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가 자금과 전력난, 주민 반대로 건설이 늦어지고 그사이 달라진 반도체 사양으로 설계가 바뀌면서 추가 자금난에 빠지는 4중 병목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단일 사업 구조와 엔비디아에 의존했던 네오클라우드는 ‘빚으로 쌓은 성장’의 폐해를 가장 먼저 맞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데이터센터가 차입을 통한 AI 산업 성장의 약한 고리를 노출했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지난 18일 규제 정보 전문 업체인 레그레이어의 집계 결과 현재 미국에서 지연되거나 철회된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최소 47건이다. 또 미국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현재 미국에서 건설되고 있거나 가동 계획인 데이터센터들 가운데 35%만이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나머지는 말 그대로 계획에 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종합 부동산 서비스 업체 존스랑라살(JLL)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가운데 일정이 3개월 이상 지연된 경우는 57%에 달한다.
실제로 AI 데이터센터 무산 사례는 대규모 프로젝트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용도가 낮은 네오클라우드가 건설하는 데이터센터부터 자금 조달 문제가 불거졌다. 네오클라우드 업계 1위인 코어위브는 720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에 최근 회사채 표면금리가 15%를 넘기는 투기 등급이 됐다. NYT는 코어위브가 엔비디아로부터 구매한 AI 칩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이른바 ‘순환금융’ 또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짚었다. 코어위브는 엔비디아가 직접 지분 투자도 단행한 ‘핵심 파트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매일 재정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고 두둔했지만 시장에서는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을 60% 이상으로 평가했다.
전력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속한 투자마저 무산시켰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영국 네오클라우드인 엔스케일과 맺은 50㎿ 규모의 데이터센터 임차계약을 전격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내 전력망 부족으로 해당 데이터센터가 2030년 이후에나 전력을 공급받기 시작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서둘러 계약을 취소한 것이다. MS와 엔스케일 간 계약은 올해 9월 영국을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키어 스타머 당시 영국 총리와 약속한 220억 파운드 규모 투자 계획의 일환이었다.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주민 반발이 거세지며 인허가가 늦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는 주민의 61%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신규 데이터센터 입주를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애넌버그공공정책센터)가 나왔다. FT는 자체 조사 결과 올해 미국 전역에서 1000곳 이상의 지역사회가 AI 인프라에 대한 건설 유예 조치나 기타 제한 도입을 추진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뉴멕시코주 데이터센터 개발 과정에서 주민 반대로 전력 공급 허가를 받지 못하자 운영사인 오라클이 투자자인 블루아울에 임차료 납부 불가를 선언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되면서 설계와 계약 조건이 바뀌고 자금이 추가되는 악순환을 빚고 있다. 개발 업체 사이퍼가 텍사스주에 짓고 있는 AI 데이터센터의 경우 임차인인 플루이드 스택과 앤트로픽이 설계를 변경하면서 3억 5930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들고 일정도 올해에서 내년 1분기로 늦어졌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되면 그사이 달라진 AI 칩의 기종이나 그에 따른 냉각과 전력 수급 방식이 바뀌면서 추가 비용을 부를 것으로 보고 있다. FT는 “AI 붐이 수년도 안 돼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고 짚었다.
<조양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