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와 독감이 유행하는 계절, 외출 뒤 무심코 지나친 ‘손 씻기’가 감염 위험을 가를 수 있다. 특히 불특정 다수가 반복해서 손을 대는 공간에서는 실제 호흡기 바이러스와 각종 세균이 잇따라 검출됐다. 전문가들이 이용 직후 손부터 씻으라고 꼽은 장소는 어디일까.
“약국 방문객 대부분 아프거나 환자와 접촉”
8일 의료계에 따르면 미국 소화기내과 전문의 수프리야 라오 박사는 최근 허프포스트 라이프와의 인터뷰에서 약국을 다녀온 뒤에는 손 위생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약국을 찾는 사람 상당수가 아프거나 환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어 여러 사람이 만지는 표면을 통해 바이러스나 세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다.
실제 약국 결제 단말기에서도 호흡기 바이러스가 확인된 적이 있다. 국제학술지 ‘BMC 감염 질환(BMC Infectious Diseases)’에 실린 연구에서 연구진은 2015~2016년 독감 유행 시기 핀란드 헬싱키공항의 각종 표면과 공기를 조사했다.
검사한 표면 샘플 90개 가운데 9개(10%)에서 최소 한 종류 이상의 호흡기 바이러스 핵산이 검출됐다. 특히 공항 약국의 결제 단말기 버튼은 검사한 2개 중 1개(50%)에서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영국 미생물학자 제이슨 테트로 박사는 약국에서 물건을 만진 뒤 손을 씻고, 여의치 않다면 손 소독제를 충분히 사용해 15초 이상 문지를 것을 권고했다.
호텔 체크인했다면 손부터…순식간에 오염 확산
‘유럽 공중보건 저널(European Journal of Public Health)’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실제 운영 중인 호텔 로비의 출입문 손잡이와 1층 엘리베이터 버튼에 바이러스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기 위한 추적물질인 박테리오파지를 묻혔다. 4시간 뒤 로비 곳곳의 표면 25곳을 조사하자 13곳에서 추적물질이 발견됐다.
특히 테이블과 카운터, 문손잡이의 오염 수준이 높았으며 수하물 카트 손잡이와 손 소독제 펌프, 컴퓨터 장비까지 추적물질이 옮겨갔다.
사람들의 행동을 직접 관찰한 결과도 비슷했다. 연구진이 30시간 동안 324명을 살펴본 결과 표면을 만진 횟수는 총 627회였다. 전체 접촉의 32%가 엘리베이터 버튼, 22%는 프런트데스크 카운터에서 발생했다. 관찰 대상자의 56%는 두 곳 이상의 표면을 연이어 만졌다.
같은 연구진의 후속 연구에서는 호텔 로비를 집중적으로 소독하자 추적물질이 발견된 표면 비율이 50%에서 13%로 감소했다. 모델로 추정한 호흡기 바이러스의 표면 전파 감염 위험도 97% 낮아졌다.
헬스장 기구 100곳 중 63곳서 바이러스 검출
여러 사람의 손이 반복적으로 닿는 헬스장 운동기구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운동 중 기구를 만진 손으로 눈이나 코, 입 등 얼굴을 만지는 행동을 피하고 운동이 끝난 뒤 손을 씻는 것이 좋다.
‘임상 스포츠 의학 저널(Clinical Journal of Sport Medicine)’에 실린 연구에서는 운동시설의 접촉면 100곳을 검사한 결과 63%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주로 감기의 대표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인 리노바이러스였다.
기구 종류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다. 웨이트 트레이닝 기구의 바이러스 검출률이 유산소 운동기구보다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
미국 테네시주의 헬스장 4곳을 조사한 또 다른 연구에서도 러닝머신과 실내자전거, 레그프레스, 일립티컬 머신, 덤벨 등에서 샘플을 채취한 결과 살모넬라균과 황색포도상구균, 폐렴막대균 등이 검출됐다.
닦았다고 끝 아니다…결국 중요한 건 ‘손 위생’
공용시설을 소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 모든 위험을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임상 스포츠 의학 저널’에 소개된 연구에서도 일반적인 방식으로 운동기구를 소독한 뒤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 자체보다 여러 사람이 반복적으로 만지는 ‘고접촉 표면’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약국에서는 결제 단말기와 문손잡이, 호텔에서는 엘리베이터 버튼과 프런트 카운터, 헬스장에서는 운동기구 손잡이 등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이런 시설을 이용한 뒤에는 손을 씻고, 씻기 전에는 눈·코·입을 만지는 행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손을 씻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손 소독제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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