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이어 항공권·렌터카 등
5대 일상 체감 물가 일제히 폭등
실질 임금 상승률은 0%‘이중고’
트럼프 촉발 중동전쟁·관세 여파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20여 일 앞두고 발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성적표가 여당인 공화당에 대형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속된 유가 급등뿐 아니라 일상 체감 물가 5대 항목이 일제히 뛰었고,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국인의 실질 임금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정부 공식 통계까지 확인됐다.
미 노동부는 14일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6%로 최근 5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이번 발표에서 유권자 지갑을 직접 위협한 항목은 단연 에너지 가격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물가 상승분의 절반 이상이 휘발유 가격 급등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9월 한 달간 9.1% 치솟아 1년 만에 34.2% 폭등했다. 전미자동차협회(AAA)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30~4.50달러 선까지 올랐고, 물류와 농업에 쓰이는 경유 가격은 갤런당 6.20달러 선을 웃돌며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기름값뿐 아니다. 항공권(22.4%), 컴퓨터 소프트웨어(28.4%), 렌터카(9.1%),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료(3.3%), 식료품비(2.5%) 등 일상 주요 지출 5개 항목도 일제히 상승했다.
물가 급등의 직접적 원인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 실책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분쟁 장기화와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을 유가와 물가 불안의 주범으로 지목한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조차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실망스럽다. 이란과의 갈등이 에너지 시장에 다시 충격을 줬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생활비 부담을 덜어줬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유권자 설득력을 잃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알래스카 유세에서도 “취임 후 미국 가정의 생활비 부담이 실질적으로 개선됐다”며 인플레이션 극복을 거듭 주장했으나, 정부 공식 발표가 정반대 지표를 내놓으며 ‘현실 부정’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물가가 치솟는 동안 노동자의 주머니 사정은 오히려 악화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물가 상승을 반영한 9월 실질 시간당 임금이 전월 대비 0.5%, 전년 동월 대비 0.7% 떨어지며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고 보도했다. 노동자 실질 임금이 2025년 1월 수준으로 되돌아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사실상 ‘임금 상승률 0%’를 기록 중이라고 꼬집었다.
후폭풍은 곧바로 공화당 선거판으로 번지고 있다. 전통적 텃밭에서조차 경합세를 보이며 고전하던 공화당 후보들은 민주당의 전방위 ‘심판론’을 마주하게 됐다. 농업 비중이 큰 캔자스주 상원의원 선거가 대표적이다.
민주당 아담 해밀턴 후보는 현역인 공화당 로저 마셜 상원의원을 향해 이란 전쟁 지지와 트럼프의 관세 정책 탓에 캔자스 주민들이 매달 수백 달러의 연료비와 식료품비 폭탄을 맞고 있다는 논조로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비관론이 터져 나온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아메리칸 컴퍼스의 오렌 카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NYT에 “중간선거에 관해서라면 이미 판세, 결과는 굳어졌다”며 물가와 기름값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를 되돌릴 여지가 없고 백악관과 공화당은 매우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김현빈 특파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