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지북 경기동향 보고서
신규 채용·해고 모두 꺼려
고용정체속 금리부담 우려
미국 경제에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거세지는 가운데 기업들은 신규 채용과 해고를 모두 꺼리는 이른바 ‘저채용·저해고’ 현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속에 고용시장까지 정체되면서 미국 경제가 물가와 일자리의 이중고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4일 발표한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에 따르면 전국 12개 연방준비은행 관할 지역 가운데 4개 지역에서 물가 상승 속도가 이전 조사 때보다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디젤 가격 급등이 운송비와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제조업과 유통업, 서비스업 전반으로 비용 부담이 확산하고 있다.
기업들은 높은 연료비에 관세와 보험료 상승까지 겹치면서 경영 압박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커지면서 늘어난 비용을 제품과 서비스 가격에 모두 반영하기도 어려워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고용시장 역시 좀처럼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연준은 대부분 지역에서 전체 고용 규모에 큰 변화가 없었다고 진단했다. 기업들이 경기 불확실성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신규 채용을 미루는 반면, 기존 직원의 대규모 해고도 자제하면서 노동시장이 정체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5개 지역에서는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채용을 연기하거나 자연감소 방식으로 인력을 줄이고, 향후 신규 일자리 창출 규모도 축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AI 확산이 기업의 비용 절감에는 도움이 되지만 구직자들에게는 취업 기회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시장에서도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대부분 지역에서 소비지출이 정체된 가운데 절반이 넘는 지역에서는 고소득층이 소비를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저소득층은 생활비 부담으로 지출을 더욱 신중하게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가주를 포함한 샌프란시스코 연준 관할 지역에서도 고용 규모는 대체로 유지됐지만 임금 상승폭은 미미한 반면 물가는 완만하게 올랐다. 소매판매가 다소 위축되고 주택시장과 금융서비스업도 약세를 보였다.
이번 보고서는 같은 날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3.7% 상승한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물가가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고용 회복마저 더디게 진행되면서 연준의 향후 금리 결정도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